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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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5화 ★ 불면의 밤

wy 0 2021.11.08

[크기변환]아비멜렉 왕이 사라를 그녀의 남편에게 돌려주다. 1by Frans Geubels.jpg

아비멜렉 왕이 사라를 아브라함에게 돌려주는 장면- 태피스트리 by Frans Geubels - 1560

바라바와 헤스론은 밤늦게 주변에 있는 네 곳의 식당을 다녀 봤지만, 사무엘 님이 왔었다는 곳은 없었다.

 

모두 사무엘 님의 비보를 듣고 위로의 말을 해 주었으나, 사건 해결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문을 일찍 닫은 식당 몇 군데를 다음 날 가 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헤스론은 마나헴이 현상금을 걸고 열성당 당수를 찾는다는 말을 바라바에게 했다.

잡아야 하는 원수가 제 발로 굴러들어온 것이었지만, 일단 사무엘 님 사건이 우선이었다.

 

바라바가 사라의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하니,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한 나발과 사라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 문상객들도 거의 안 올 무렵, 아몬이 들어왔다.

조금 전 소식을 듣고 지금 왔네, 늦어서 미안해.”

 

아몬이 사라에게 조의를 표하고 바라바를 보며 말했다.

 

지난번 내가 사무엘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나.

 

아셀 님에게 앞으로 바라바와 아몬을 잘 도와주라는 당부를 했다고 하셨어.”


나발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까 바라바 형님이 오기 전에 문상 다녀갔어요.

 

나도 그 사람이 어째 좀 신경이 쓰였어요. 물론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전혀 없지만.

 

어제 감옥에서 풀려난 사람도 몇 명 왔는데 그중 미사엘이라는 사람이 아셀과 잘 알더군요.”

 

미사엘은 범인이 아닐 거야. 꽤 괜찮아 보이더라고.”

 

헤스론이 말하고 보니 미사엘은 사건 발생시각에 아직 감옥에 있었다는 생각에 머쓱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몬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몬 아셀 사무엘 collage.png

 

아셀 님은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럴 분 같지는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나발이 물었다.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가 않아.”

 

다소 싱거운 아몬의 말에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 갔고 주위가 조용하니 멀리서 갈릴리 호수의 철썩거리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나발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우리 주위에 의심이 가는 사람은 현재는 아셀 님밖에 없어요.

 

내일이라도 아셀 님을 만나서 사무엘 님과 언제 어디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그런데 누가 만나서 물어봐야 좋을지예민한 문제라서.”

 

나발이 말꼬리를 흐렸다.


아몬이 안면이 있으니까 나하고 아몬이 만나는 게 어떨까?”

 

바라바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도 입을 열었다.

 

나도 같이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유족도 아닌 젊은 사람들이 나선다고 반발할 수도 있어요.”

 

나발이 즉각 반대했다.

 

사라는 오히려 빠지는 게 좋겠어요

 

만약 아셀 님이 범인이라면, 앞으로 열성당을 바라바 형님과 아몬 형님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길 거라는 사무엘 님의 말씀을 듣고 범행을 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두 사람만 가는 게 그의 속마음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겠지요

 

어쩌면 지금도 두 분을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긴장감이 돌았다.

 

“음, 나발의 말도 일리가 있네. 나와 아몬이 만나도록 하지.”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바라바가 다시 말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해산하고 집에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도록 하자. 나는 여기 남을게.”

 

헤스론과 나발은 먼저 일어났고, 늦게 온 아몬은 자기가 밤샘을 할 테니 바라바와 사라에게 들어가 쉬라고 했다.

 

 

매우 길고 힘든 하루였다. 바라바는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무엘 님의 피살에 자신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로무스 대장의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사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루브리아에게 부탁해서 사무엘 님을 다시 풀어준 것도 그때는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배신자라는 누명을 쓰고 이런 참담한 결과가 되었다.

 

사라가 인질로 들어간 것도 로마 근위대와 밀착한 것으로 오해한 열성당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사무엘 님이 혹독한 고문을 당하지 않았고 다른 열성당원들도 풀려난 것이다.

 

물론 떳떳한 자세는 아니었지만, 어려울 때 이러한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긴 유대 인물은 많았다.

 

아브라함은 어땠는가?

 

이집트의 파라오에게 처음부터 아내를 여동생이라고 속였고, 나중에 그랄 왕 아비멜렉에게도 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다윗은 한때 블레셋으로 피신한 후 용병이 되어 그들을 도운 일도 있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로마군에 투항하여 로마 백부장이 된 것과 다름없다.

 

사실 얼마 전 로무스 대장과 단둘이 만났을 때, 그가 자신에게 알렉산드리아 근위대 백부장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의를 했으나 그 자리에서 거절했었다.

 

또한, 자신이 근위대에 알린 사무엘 님에 관한 정보는 어차피 비밀이 될 수도 없는 사항들이었다.

 

바라바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생각을 동원하여 자신을 스스로 변호하였다.

 

 

사라는 어설피 잠이 들기는 했지만, 밖에서 나는 사람들이 일 시작하는 소리에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새벽시장은 늘 해가 뜨기 훨씬 전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시간에는 아빠가 벌써 싱싱한 생선을 갈릴리 호수 어부들에게 받아서 들어오셨다.

 

사라는 이제 고아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바라바 오빠가 복수해 준다며 옆에 있긴 하지만, 그의 마음은 안타깝게도 루브리아 님에게 가 있다.

 

눈물이 옆으로 흐르는 것을 느끼고 손등으로 닦았다.

 

바라바 오빠에게 따끈한 생선 수프라도 만들어 주려고 밖에 나오니 그제야 날이 조금씩 밝아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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