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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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9 화 ★ 벌은 마침내 죄를 찾아낸다.

wy 0 2019.01.29


자신의 자리에 돌아 온 서준은 취재 계획표를 살펴 보았다.

 

지난 번 이 차장이 지시한 니케아 호수 밑의 성전 취재가 급하다.

 

이 성전 탐사를 주관하는 영국의 폴 로빈슨 교수와 Y대의 문익진 교수가 사제지간 이라니까 곧 문교수를 만나서 연결을 해 봐야 한다.  

 

선희는 비 오는 날 만나고 4~5일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다.

 

오늘까지만 기다려보고 내일은 처벌 불원서를 대신 써가지고 그녀를 만나러 가는게 좋겠다.

 

은근히 불안한 느낌이 들면서 선희에게 자신도 속은 것 같았다.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모르는 번호가 떴다.

 

혹시 선희의 전화인가 하는 기대를 했지만 남자의 목소리였다.

 

서준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일찍 사시를 합격했지만 처음부터 서초동 대형 로펌에 스카웃 된 ‘허일만’이라는 친구였다.

 

서준이 방주 일을 상의하고 싶어서 메시지를 어제 남겼는데 연락이 온 것이다.

 

'일만 하는 친구라 바쁜가 보다' 라는농담을 한 후 방주의 사건을 간단히 알려 주었다.

 

허변의 의견도 현재로서는 구속적부심 때 나오는 것이 최선인데 곧 판사들의 인사이동이 있으니  담당 판사가 결정되는 것을 보고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조언이었다.

 

판사가 확정이 되면 그의 인맥을 살핀 후 어느 변호사가 좋을 지 2명을 추천 할테니 그 중에 고르라는 얘기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서라는 것을 허일만도 강조했다.

 

그 소리를 듣자 마음이 다급해지며 전화를 끊자마자 저장해 놓은 선희의 전화번호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전화벨이 2~3번 울리자 밝은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왔다.

 

"최기자 선생님, 저도 막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나 봐요."

 

그녀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 있어서 일단 마음이 놓였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한 후 처벌 불원서에 대해 물었다.

 

선희의 대답은 처벌 불원서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신목사님이 그것을 원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처벌 불원서는 피의자가 잘못을 했다는 전제하에서 그것을 용서하겠다는 피해자의 의사인데, 방주가 잘못을 부인하면 선희의 입장이 오히려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고 선희가 손준기와 상의한 성 싶었다.

 

물론 방주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빨리 나오려면 없는 죄를 있다고 해야 하고, 사실대로 재판을 하려면 반년 정도는 적어도 구속을 각오해야 한다.

 

외국의 어느 소설가가 '벌은 마침내 죄를 찾아낸다' 라는 말을 했는데 그 의미를 이제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방주의 의사를 속히 들어야 한다. 

 

S구치소에 접견 예약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서준은 보안 출입 초소로 들어와 주민등록증을 보여 준 후 여자 교도관에게 휴대 전화를 맡겼다.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1427번 접견인은 1번 방으로 들어가세요' 라는 방송이 나왔다.

 

면회표.jpg

 수용자가 받는 접견표

 

접견실은 2평 정도의 방들이 십 여 개 나란히 붙어 있는데 바로 옆 방에서 고성이 흘러나왔다.

 

“야, 이 X년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내가 여기 들어왔다고 이제 딴 맘 먹은거지?”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만 작게 들리는데 방주가 면회실 안으로 들어왔다.

 

"바쁜데 왔네."

 

강화 유리 건너편에서 말하는  방주의 목소리가 이쪽 스피커로 나왔다.

 

"얼굴이 좀 말랐구나. 식사는 어때?"

 

"생각보다 괜찮아. 어차피 나는 주로 채식이지만."

 

접견실 벽에는 '수용자와의 대화는 녹음되고 있습니다' 라는 빨간 글씨의 주의사항이 붙어 있었다.

 

서준이 조심스러운 단어를 사용하며 방주의 의사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자네가 억울하게 당한 사건인데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지만, 일단 법적 다툼이 시작된 이상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쓰면 빨리 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될거야."

 

방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 벽 건너편에서 듣고 만 있었다.

 

"그런데 처벌 불원서 자체의 성격이, 그러니까 피의자가 사건을 약간 인정하는 의미가 있어...그래서 조금 신경이 쓰이는 면이 있네."

 

방주가 넓은 이마 위로 헝클어진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사건 자체의 본질을 왜곡할 수는 없지.

 

여하튼 자네가 애를 많이 써 줘서 너무 고마워."

 

방주의 거절에 더 이상 적절한 타협을 권유 할 수 없었다.

 

 “신장로님은 다녀 가셨지?”

 

"어제 오셨어. 학교에서 내 사표가 수리되었다네.

 

앞으로 곧 무죄 선고를 받고 교회 부목사 일을 열심히 하게 해 달라고 지금 자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기도하셨지."

 

"그러셨구나. 아, 근데 Y 대학 문익진 교수님을 내가 좀 만날 일이 있는데 자네 얘기를 해도 괜찮겠지?"

 

"물론이지, 사실은 나도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었네.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고 곧 나가서 찾아 뵙겠다고 말씀 드려줘.

 

그 분이 우리 유년부 주일학교 때 전도사님으로 잠깐 계셨던 것은 알지?"

 

"아, 그렇구나. 어째 이름이 좀 익숙하다 했어."

 

스피커에서 삑- 소리가 났다.

 

1분 남았다는 신호음이다.

 

"방에 같이 있는 사람들 중 혹시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알려줘.

 

내가 소장에게 직접 항의하고 안 되면 인권 위원회에 말할 거니까."

 

"그런 사람 없어. 옛날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아. 걱정 안 해도 돼.

 

시간이 없으니 그럼 다른 이야기는 내가 곧 서신으로 연락할게."

 

서준이 대답을 막 하려는데 스피커가 꺼지면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접견시간이 끝났습니다. 다음 민원인을 위해서 속히 퇴장 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주가 일어나서 손을 한 번 가볍게 흔들고 들어왔던 문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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