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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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3 화 ★ 감옥 첫날

wy 0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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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구치소는 지은 지 40년이 넘었다.

 

2차 대전 영화에 나오는 폭탄 맞은 포로 수용소 같은 입구를 지나, 일렬로 한참 걸어 들어 간 썰렁한 강당에서 신체 검사를 받은 후 수용수복으로 갈아 입었다.

 

사이즈 280이 없다며 꺼내 준 하얀 고무신은 발가락에 꼭 끼고 둘레가 진한 회색 빛이었다.

 

신체검사 마지막은 선거 때 투표하러 들어가는 작은 천막 같은 곳에 들어가서, 팬티를 벗고 알루미늄을 댄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것이다.

 

항문에 뭔가 들어있는지 x- ray로 확인하는 것인데 예전에는 손으로 했다니 피차 고생이 많았다.

 

방주의 지갑에 있는 5만3천원과 스워치 시계, 하얀 면 손수건을 출소할 때 돌려 받는다는 지장을 찍었다.

 

주위를 돌아봐도 벌건 인주가 묻은 엄지 손가락을 닦을 휴지가 없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수용자들 30여명이 한 방에 모여 몸무게와 키, 혈압을 재었다.

 

팔이나 등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7~8명은 되는 것 같았다.

 

곤색 수술복 같은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방주의 혈압을 잰 후 ‘혈압이 좀 높네, 어디 다른 데 아픈 데 있어요?’ 라고 물었다. 

 

‘많이 높은가요?’라고 물으려다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바로 뒤에 있던 사람은 피부병이 있다고 하니 다른 쪽 줄에 세웠다.

 

담당 교도관을 따라  바닥이 여기저기 깨진 시멘트 복도를 한참 지나 어느 회색 철방문 앞에 섰다.

 

문짝이 높지가 않아서 거의 머리가 닿을 것 같았다.

 

그가 묵직한 열쇠 하나를 골라 잡고 열쇠 구멍 속으로 깊게 쑥 집어 넣고 힘겹게 돌렸다.

 

방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림과 동시에 방주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어둑어둑한 방 안 여기저기서 번뜩였다.

 

"신입 새로 왔어요. 사이 좋게 지내요."

 

교도관이 우리에 강아지 집어 넣듯이 방주의 등을 손바닥으로 살짝 밀며 말했다.

 

길게 숨을 한 번 내 쉰 후 허리를 약간 숙이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 방주가 주위를 돌아보니 세 사람이 각각 벽 한 쪽에 앉아 있었다.

 

3~4평정도 되는 방에 긴장된 공기가 찌르르 흘렀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적막이 흐른 후 그 중 제일 젊어 보이는 사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쩌어기 화장실 옆에 앉으소."

 

방주가 조용히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가서 앉았다.

 

"한 1주일은 편히 자나 했는데 이틀만에 또 들어 와 뿌렀네 .

 

싸게 자기 소개 좀 해 보시오."

 

네모진 턱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단단한 인상의 젊은이였다.

 

"네, 저는 이름은 신방주이고 나이는 31살, 직업은 대학교 시간 강사입니다."

 

"이름이 신방주라고?"

 

젊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속 말했다.

 

"방주라면 노아의 방주가 생각나는디 이름 디게 웃기다. 그러지요 대표님?"

 

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머리가 좀 벗겨지고 눈이 개구리 같은  40대 사내에게 젊은이가 동의를 구했다.

 

사내가 말없이 크고 얇은 입술 한 쪽을 실룩 올렸다 내렸다.

 

젊은이의 질문이 계속 되었다.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계신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개론을 가르친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호, 인문학이라, 그건 나중에 천천히 듣기로 하고 여기는 어쩌다 오셨소?"

 

방주가 조금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성추행 피의자 혐의로..."

 

"지가 척 보니까 꽃 뱀에게 물리셨구만... 

 

신사장님 인상은 절대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닌디..."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긴 벽에 기대 앉은 개구리 눈이 갑자기 팔을 쑥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이 방에 잘 왔소. 나는 김을수요."

 

그의 손이 작고 따스했다.

 

건너편에 앉은 얼굴이 길고 바짝 마른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나는 손철."

 

나이는 제일 많아보이고 씩 웃는데 앞니가 하나 빠져 있었다.

 

"지는 무혁이라고 하는디 이 방의 막내지라.

 

나이는 23살이고, 잠깐 통장 빌려 주었는디, 잡것들이 보이스 피싱으로 엮어서... 

 

여하튼 신사장님, 아니 신교수님은 대표님 말씀대로 이 방에 아주 잘 오셨소.

 

원래 신입이 무조건 화장실 앞에서 자야 하는디, 지가 나이도 어리니까 계속 막내노릇 하겠소."

 

"음, 그렇게하면 무혁이가 복 받지."

 

개구리 눈의 칭찬이었다.

 

삐걱~ 소리가 나며 철문 아래 쪽 네모난 구멍이 열리고 파란 담요가 쑥 들어 왔다.

 

"오늘 신입 모포."

 

간수의 목소리가 철 문 밖에서 들렸다.

 

법무부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파란색 모포를 무혁이가 재빨리 받아서 방주를 주었다.

 

"그 놈은 깔고 내가 새 모포 하나 줄테니 덥고 자시오."

 

개구리 눈 김을수가 친절하게 자신의 사물함에서 누런 모포를 하나 꺼내 주었다.

 

"우리 대표님은 변호사법 위반인데 제대로 수임료 못 내는 어려운 사람들 여러명 도와 주다가 거꾸로 피해를 보셨수다."

 

손철이라는 사람의 설명이었다.

 

"그러시군요. 고맙습니다.

 

어느 변호사 사무실에 계셨었나요?"

 

"나는 변호사는 아니고 변호사 사무장을 몇 년간 서초동에서 했었지."

 

김을수는 고시공부를 4-5년 하다가 포기하고 사무장으로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초동 법조 타운은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 지 오래고 사무장의 능력은 얼마나 많은 손님을 끌고 오느냐에 달려 있는데, 자칫 사기꾼 소리를 듣기가 십상이다.

 

김을수가 뭔가 그런 일에 얽힌 듯 보였다.

 

손철이 자기소개를 했다.

 

나이는 48살이고 충남 서천에서 과수원을 하늘 사람인데 서울 친척 결혼식에 왔다가,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앰프와 마이크를 부수고, 출동 한 경찰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앞 이빨 하나가 그때 싸우다 부러졌고 지금 맞고소를 한 상태이다.

 

형행범으로 체포 되었는데 곧 있을 구속적부심에서 나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리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피곤할테니 우선 좀 씻으시오.

 

화장실 벽 아래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서 대야에 담아 씻으면 되니까 천천히 하고 나오시오.

 

찬물 만 나오니까 감기 조심하고."

 

김을수의 큰 눈이 어찌보면 선량하게 보였다.

 

화장실은 다행히 수세식이긴 했지만 쭈구리고 앉는 식이었다.

 

벽에는 검은 곰팡이가 여기저기 덥혀 있었고, 동그란 구멍이 중간에 뚫린 길쭉한 변기 바닥 색깔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청소를 한다고 깨끗해질 환경이 아니었다.

 

방주는 일단 신고식 아닌 신고식은 이만하면 잘 치른 것이란 생각에 긴장이 풀리면서 저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수도꼭지는 타일이 여기저기 깨진 바닥에서 20cm정도 위에 붙어 있는데 왜 이렇게 낮게 달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찬물을 몸에 천천히 끼얹으면서 감옥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하나님이 계신 곳이란 생각에 방주는 시편 23장이 떠올랐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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