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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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비가 내리면 3 : 상처 깊은 사람들 이 비를 맞으면, 이 비를 맞으면 꿈처럼 아문다네.

wy 0 2020.03.26

 

고요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소리들을 다 들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서로 제 소리를 내려고 애쓰기 때문에 고요할 수가 없다. 게다가 도시의 공기는 여러 가지 오염 물질이 섞여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마음에 불순물을 지니고 살 수밖에 없다

 

하늘도 그렇다. 도시 하늘은 뭔가 불순물이 껴있는 것 같은데 독도 하늘은 그런 게 없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선명하게 보인다. 언젠가 이혼하려고 하는 동무에게 독도에 가서 마음을 한번 씻어 보라고 말해 준 적이 있었다.

 

동무야, 정말 이혼할 거라면 네 아내와 함께 독도에서 일주일만 살아 봐라.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자. 서둘러 이혼 법정에 갔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까닭이야 어찌 되었든, 마음에 불순물이 껴서 이혼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독도에 가서 그 불순물을 씻어내고 뽀송뽀송한 마음으로 다시 사랑을 해보라는 거야. 초점도 맞지 않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우기지 말고, 독도에 가서 사랑의 초점을 다시 맞춰보라는 말이지.

 

천연 샤워를 하고 나니까 마치 식초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개운하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속에 붙어있던 찌꺼기까지 싹 씻겨나간 느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도에서 맛본 외로움은 아주 신선했다. 그 외로움은 아무 요리에 넣어 먹어도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상쾌해진다

 

술은 물론 라면도 우아한 음식이 된다. 남아돌아가는 외로움은 소금바람에 잘 말려 놓았다가 선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가끔씩 갈매기들이 잘 말려놓은 외로움을 훔쳐 먹기도 하는데 그런 걸 보면 갈매기들도 외로움을 간식으로 즐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독도에서는 외로움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사람 몸에 외로움이 잔뜩 묻어 있으니 사람 자체가 외로움인 것이다. 나는 오늘 제대로 알았다. 외로움은 바다처럼 그 어떤 슬픔도 다 받아준다는 것을

 

가만히 보니 며칠 사이에 내 몸에도 외로움이 잔뜩 묻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동무들아 우리 서로 외로움이 되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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