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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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06 화 ★ 신장 이식 수술

wy 0 2019.12.04

 

 

 

며칠 후 신장 이식 수술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보이지 않는 장기의 한 쪽을 기증하는 것은 신성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전한철 박사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방주에게 넌지시 한 말이다.

 

검사 결과 선희의 왼쪽 신장을 띠기로 결정하였다.

 

양쪽 신장이 모두 건강하지만 사구체 상태가 약간 더 좋은 왼쪽 신장을 주겠다고 결심한 것도 선희였다.

 

김승태는 그 동안 기적적으로 생명을 유지했고 이틀 전부터 의식이 회복되었다.

 

선희가 신장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전박사에게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하얀 수술 가운과 머리에는 파란 비닐 모자, 왼 팔에 수액을 꽂은 채로 이동식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선희에게 방주가 말했다.

 

“내가 열심히 기도할게.

 

아무 걱정 말고 한 잠 푹 잔다고 생각 해.”

 

“목사님이 기도하시면 하나도 안 아플 것 같아요.ㅎㅎ

 

근데 여기 누워서 이렇게 수술하러 들어가니까 영화 속 주인공 같네요.”

 

침대가 약간 덜컹 거리며 수술실 문이 양쪽으로 열렸고 방주가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선희의 얼굴이 활짝 웃으며 안으로 사라졌다.

 

방주의 눈에 습기가 찼다.

 

수술실 앞 복도의 긴 의자로 자리를 옮긴 방주의 귀에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선희가 먼저 수술실에서 신장을 꺼내야 하기 때문에 김승태는 약 30분 후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갔다.

 

태연하고 편안한 얼굴로 이동식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김승태를 보니 따라 가서 그의 목을 조르고 싶도록 미웠다.

 

지금 선희는 이 고약한 놈을 위해 수술대에 누워서 배를 가르고 신장 하나를 꺼내고 있을 것이다.

 

방주는 기도를 할 수 없는 자신을 깨달았다.

 

거짓말로 시를 쓸 수 없듯이 증오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목사로서 방주는 그 동안 그럴듯한 말로 자신을 앞서 나가는 사람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설교했다.

 

비운사 불상훼손도 교회 장로님을 대신 해 사과했다.

 

앞으로 기독교는 교리적 예수보다는 역사적 예수를 찾아야 하고 이웃 종교와 함께 가는 기독교가 되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말로는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성경의 경은 거울 경(鏡)일 수도 있다.

 

나를 비추는 거울로 보면서 2천년 전의 예수가 오늘의 나라고 생각해야 예수를 따를 수 있는 것을 알았다.

 

어제 아침부터 금식기도를 했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다.

 

잠시 후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푸른 옷의 간호사가 급히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졸음에 겨워 소파에 반쯤 몸을 파묻고 있던 방주가 정신이 번쩍 났다.

 

시계를 보니 수술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조금 지났다

 

방주가 벌떡 일어나니 간호사가 그에게 급히 다가오며 말했다.

 

“오선희님 보호자 되시지요?”.

 

벌떡벌떡 뛰는 심장소리에 ‘네’라는 말이 방주의 목구멍에서 가까스로 나왔다.

 

“지금 오선희씨의 혈압이 떨어지고 있는데 수혈이 안 되요.”

 

“아니 병원에서 수혈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혈액형이 Rh-인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고가 바닥이 났어요.”

 

“제 피는 혹시 Rh-가 아닌가요?”

 

“Rh-형은 우리나라 사람 전체의 1%도 안 되요.

인터넷으로라도 급히 알아봐야겠어요.”

 

간호사가 급히 복도 한쪽으로 사라졌고 방주의 입안이 타 들어갔다.

 

심장이 벌떡 벌떡 뛰는 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지금 선희가 수혈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선희 같이 착한 사람은 하나님이 반드시 살려주셔야 합니다!”

 

방주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성경의 예수님이 선희의 모습과 겹치는 순간이었다.

 

엠마오 가는 길에서 글로버가 만난 나그네가 바로 선희였다.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가에서 만난 청지기가 바로 선희였다.

 

내가 만난 선희가 바로 예수였다.

 

<오선희 유언장>

 

유언자: 오선희 (960315-20063XX)

 

*장기와 시신기증

 

본인 오선희는 죽음을 맞이 하였을 때 안구와 기증할 수 있는 장기를 모두 기증합니다.

 

*장례

 

장례식은 따로 하지 마시고 엄마가 좋아하던 찬송가 (만세 반석 열리니) 등을 부르시고 시신을 화장하여 엄마의 수목장 나무 옆에 안장 해 주세요.

 

*재산

 

제 이름으로 되어있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새빛 교회에 기증하고자 합니다.

 

신방주 목사님께서 유언 집행자로써 수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의사항

 

제가 의학적 소생이 불가능한 식물 인간일 때 기계적 소생 방법은 원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찬송

 

주 음성 외에는, 저 장미꽃 위에 이슬,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2018년 1월 1일 오선희 -

 

그녀가 사망한 후 핸드폰 커버 속에서 이러한 유언장이 발견 되었다.

 

그녀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반 년 만이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산 기간은 날짜로 8005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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