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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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00 화 ★ 내주 특종 기사

wy 0 2019.11.13

 

 

100 네안데르탈인.jpg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들은 3만년 전만해도 지구상에 살아 있었어.

 

우리 피에도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적어도 2%가 흐른다는 거야. 맙소사!”

 

수요일 저녁에 김승태의 집에서 시작한 3남매의 모임은 성금요일 저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낮에는 ‘세상에 이런 일’ 이나 ‘동물 농장’ 같은 녹화된 TV프로를 계속 같이 보고, 저녁에는 로얄 살루트를 마시며 고전 음악을 듣는 파티가 계속 되었다.

 

준기는 술을 며칠 째 마셔서 그런지 눈동자가 풀려 있었고, 김승태의 말이 계속 되었다.

 

“어쩐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좀 이상하게 생긴 놈들이 있었어.

 

눈썹 뼈가 왕창 솟아있고 이마가 뒤로 넘어지고 입이 튀어나온 사람들이지.

 

얘들은 아마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훨씬 많이 섞여 있을 거야.

 

자, 여기서 문제 하나 낼게.

 

우리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종인가 다른 종인가?”

 

하얀 양복을 말끔하게 입은 준기가 술기운에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형님”

 

“그래 너는 참 솔직해서 좋다. 내가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어라.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공유가, 침팬지와 고릴라의 유전자 공유보다 더 많다.

 

생물학적으로 침팬지가 고릴라보다 인간에 더 가깝지만 같은 호모종은 아니지.

 

인간과 침팬지가 교배해서 2세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면 나귀와 말은 같은 종일까 아닐까?”

 

“같은 종이요. 교배하면 노새가 나오니까요.”

 

“준기야, 너는 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훌륭한 판검사가 될 뻔 했구나.

 

나는 검사 생활 오래 못 했는데 네가 할 걸 그랬다.”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않은 선희가 묵묵히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땡, 정답이 아닙니다.

 

노새가 나오긴 하지만 노새는 자체적 번식능력이 없기 때문이지.

 

두 종류가 교배해 나온 것이 번식능력이 있어야 같은 종으로 분류한다.

 

그러니까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종인거야.

 

세계 인구가 70억이 넘으니까 알겠니? “

 

준기가 뒷머리를 긁으며 아무 말 안 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 된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는 5만년 전쯤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길목인 중동 지방에서 네안데르탈인과 교배를 시작하면서 유럽 쪽으로 진출 했다는군.

 

'네안데르탈인'이란 이름 자체가 독일 '네안데르' 동굴에서 1856년 발굴 된 두개골 때문이니까, 원래 유럽은 그들이 더 많았다고 봐야지.

 

지금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없어.

 

얼마나 놀라운 일이니?

 

그 쪽 까만 사람들이 가장 순수한 호모사피엔스의 혈통이라니…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우기로는 인류가 직립원인에서 북경원인, 크로마뇽인,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의 순서로 진화 했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엉터리였어.

 

10만년 전만 하더라도 지구상에는 이런 유인원이 여러 종류 동시에 여기저기 살고 있었다는 거야.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있는지 알겠니?  준기야?”

 

“모르겠습니다. 형님”

 

술을 많이 마신 준기가 눈을 감고 대답했고, 오늘은 선희를 잘 못 알아보는 듯 했다.

 

“음, 이 문제를 맞추어야 훌륭한 판검사가 될 수 있는데...”

 

선희를 흘낏 쳐다본 후 승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선희와 직접 교배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다.

 

역시 나는 머리가 비상해. ㅎㅎ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도 교배를 하는데 왜 피가 반밖에 안 섞인 남녀는 교배를 못 하냐 이거야.

 

오늘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성 금요일이니까 그 분의 고통을 생각하며, 너희 둘이 오늘 밤 인류의 순수하고 진화 된 종족을 만들도록 해라.

 

알겠니? 준기야?”

 

“네,알겠습니다. 형님 ”

 

무릅 위에 놓인 선희의 손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고, 준기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우퍼가 따로 달린 큰 스피커에서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서곡이 울려 나왔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선희야.

 

이 큰 오빠가 아무렴 너희 둘을 침팬지처럼 그냥 교배야 시키겠니.

 

간단하지만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고 안방에서 신방을 차리게 된다.

 

예식 준비는 벌써 다 끝냈다.

 

사회는 변호사 김승태, 주례 선생님도 김승태, 신랑 신부는 주례 선생의 말씀을 잘 따라야겠지.”

 

준기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그래서 나를 하얀 드레스를 입혔군요.

 

 

결혼식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

 

선희의 목소리가 음악 속에 묻혀 작게 들렸고 승태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음, 그것이 좀 궁금하겠구나.

 

사람들이 며칠 후 특종 뉴스를 보게 되요.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의 비극적 사랑, 동반 자살로 마감하다> 이런 제목이 되겠다.

 

내가 아는 시사 주간지 기자가 이런 기사를 잘 쓰는데 아마 내용은 이렇겠지.

 

- 어제 오전, 이태원 H 호텔 스위트룸에서 남녀의 시신과 함께 유서가 발견되었다

 

유서의 주인공인 손모씨(27세)는 어려서부터 사랑했던 김모(22세)여인이 자신과 배다른 남매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TV드라마 출생의 비밀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연이 현실로 다가오자, 두 남녀는 비밀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H호텔에

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여인의 몸에서 손모씨의 정액이 검출 되었고, 손씨가 먼저 다량의 수면제를 여인에게 먹이고 자신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한 때 동반 자살이 소설과 영화로 미화되어 연인이 동반 자살 하는 사태가 왕왕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손모씨와 김모씨, 두 사람의 못 이룬 사랑이 하늘 나라에서는 꽃 피울 수 있을까. -

 

“조금 유치하지만 뭐 이런 내용일거야.”

 

음악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선희가 목소리를 높혔다.

 

“술에 무슨 약을 넣었나요?”

 

“빙고! 역시 우리 선희가  머리가 좋구나.

 

이 약은 돼지 발정제보다 약효가 엄청 강해요.

 

다만 부작용으로 며칠 못 살게 되지.

 

준기는 앞으로 어차피 이틀을 넘길 수 없어.

 

의사가 시신을 해부 했을 때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나타나지.

 

너는 물론 오늘 밤 일반 수면제를 많이 복용하게 될 거야.”

 

“큰 오빠, 그러면 안돼요. 

 

지금이라도 우리를 놓아주고 없던 일로 해요.”

 

“이미 늦었어. 준기가 곧 죽게 되고 경찰에 네 실종 신고가 며칠 전에 접수되었어.

 

오늘 저녁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해.

 

자, 슬슬 결혼식을 시작하자.”

 

승태가 일어나서 음악을 결혼 행진곡으로 바꾸었다.

 

준기가 벌떡 일어나 거실의 끝에 가서 차렷 자세로 섰다.

 

바-밤바밤~  바-밤바밤~

 

음악이 나오고 선희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바로 그때 바- 밤바밤의 ‘밤’ 소리와 함께 거실 문이 빵-하고 크게 열리고 건장한 남자들이 뛰어 들어왔다.

 

“납치 신고 받고 온 남대문 경찰서 우계장입니다.”

 

곰 같은 덩치의 사내가 빠른 동작으로 김승태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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