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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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35화 ★ 역사는 반복하는가

wy 0 2023.11.12

전하, 역시 빌립 왕의 영토가 바산 평야를 끼고 있어 넓고 비옥해 보였습니다. 

 

유월절 축제가 시작되면 카프리 섬으로 바로 가야겠어요.”

 

화요일 오후에 헤롯궁으로 돌아온 헤로디아 왕비가 티베리우스 황제를 만나는 계획을 서둘렀다.

 

그렇게 하세요.”

 

헤롯 왕도 마음이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카인 아그리파가 엉뚱한 소리를 하기 전에 왕비가 먼저 황제를 만나야 한다.

 

빌립의 영토를 합치면 곡물을 더 생산할 수 있고 세금도 더 걷게 된다.

 

모자란 국방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여 군대를 키우면 아레타스왕도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안나스가 집무실로 들어와 그동안 예루살렘에 질서가 잘 유지되었고 순례객들도 계속 모여들고 있어 역사상 가장 큰 유월절 행사가 될 것이라 보고했다.

 

그는 성전 안 이방인의 뜰에 대거 유치한 환전상과 비둘기 파는 상인에게서 부족한 세금을 걷어 긴급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안나스 제사장이 계셔서 마음 놓고 잘 다녀왔습니다

 

빌라도 총독도 별말씀 없으셨지요?”

 

. 올해는 외출도 안 하시고 조용히 안토니아 숙소에만 계십니다.”

 

뭐 또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며칠 전 열성당의 바라바를 어렵게 체포했습니다.”

 

안나스가 체포 과정을 설명했다.

 

, 그랬군요. 아직 사형시키지 않았지요?”

 

헤롯이 왕비와 안나스를 번갈아 보았다.

 

, 전하. 왕비님 오신 후에 빌라도 총독께 사형 집행 허가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습니다.”

 

본인이 바라바라고 인정했나요? 지금 어디 있나요?”

 

헤로디아의 연속된 질문이었다.

 

. 스스로 시인했고 지금 안토니아 감옥에 있습니다.”

 

왕비가 말이 없자 안나스가 또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전하, 이번에는 나사렛 예수도 체포하려 합니다.”

 

, 세례요한이 환생했다는 사람 말이지요?

 

그 사람은 잡으면 내가 한번 보고 싶으니까 사형시키기 전에 데려와 보세요.”

 

, 알겠습니다. 전하.”

 

보고를 마친 안나스가 물러가자 헤로디아도 자기 방으로 갔다.

 

왕비님, 그동안 루브리아가 왕비님이 오시면 곧 뵈러 오겠다는 연락이 몇 번 왔었습니다

 

급한 일이라고 하는데요.”

 

시녀장의 말이었다.

 

, 그랬군.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오전에 들어오라고 해.”

 

그리고 프로클라 여사님도 왕비님 돌아오시면 연락 달라고 하셨습니다.”

 

, 알았어. 그것도 내일 연락하면 되겠지.”

 

헤로디아는 서둘러 옷을 벗고 욕탕에 몸을 담갔다.

 

먼 거리를 짧은 여정으로 다녀오는 것은 늘 피곤한 일이었다

 

제비꽃 향수를 물에다 한 컵 붓고 붉은 장미꽃 잎도 한 움큼 떨어뜨렸다.

 

지난번 파티 때 본 천부장이 바라바를 잡았다니....

 

끝까지 본인이 바라바가 아니라고 우기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좀 늦은 것 같았다.

 

아마 동료들과 같이 잡혀서 그랬을지 모른다.

 

한두 번 더 만나고 싶었는데 아까운 감이 없지 않았다.

 

바라바의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왕비는 물속에 반쯤 잠긴 날씬한 상아빛 허벅다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물결이 동그랗게 번지며 그녀의 가슴께로 올라왔다.

헤로디아 바라바 collage.png

 

 

 

 

이제 하루 남았다

 

아니 내일이 수요일이니까 오늘이 지나면 시간이 다 지난 것이다.

 

바라바는 하루하루가 이렇게 귀한 생명의 날이고 은혜의 시간인지 새삼 절감했다.

 

하나님이 주신 삶을 낭비하는 것, 그것도 불안과 분노에 여서 감사하지 못하고 사는 인생은 그 자체로 유죄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나가게 되면 좀 더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살고 싶었다

 

루브리아와 로마에 가서도 자기를 향해 비친 주의 얼굴을 간직하고 싶었다.

 

이삭 님, 로마에 가 보셨나요?”

 

두루마리 글을 읽고 있던 이삭이 대답했다.

 

어렸을 때 로마에서 공부한 적이 있지요

 

벌써 20년 전 일이네요. 바라바 님도 나중에 한번 가 보세요.”

 

, 그럴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아직 로마에 유대인은 많지 않지요?”

 

별로 없지요. 그게 문제예요.

 

국제적인 형세를 배워야 하는데 우리만 축복받은 민족이라는 폐쇄성이 눈과 귀를 막고 있어요.”

 

, 그래서 옛날부터 약소국으로서 고난을 많이 받았지요.”

 

그래요. 예레미아 선지자는 남 유다의 요시야왕 시절 선지자로 부름을 받았는데, 당시의 국제 정세를 정확히 판단했어요.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바벨론과 대항하는 것은 큰 화를 초래한다고 했는데 유다 민족주의자들은 그의 의견에 반대하고 예레미야를 죽이려고까지 했어요.

 

결국 남유다는 바벨론의 침공으로 멸망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 형국입니다

 

600년이 지났지만, 역사가 반복되고 있어요.”

 

지금 로마가 그때의 바벨론인가요?”

 

요남이 옆에서 물었다.

 

바벨론 정도가 아니지

 

당시 바벨론은 얼마 후 바샤의 고레스왕에게 무너졌지만, 지금의 로마는 세계를 제패한 제국이니까.”

 

하지만 역사는 지나 봐야 아는 거고 당시에는 민족주의자들의 애국심도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예레미야를 선지자라고 하는 거지

 

근거 없는 하나님의 뜻을 앞세워 무고한 생명을 수없이 희생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어.”

 

, 말씀을 들어보니 지금 열성당 운동도 결국 로마와 싸우는 거네요.”

 

. 크게 보면 그렇지. 그래서 걱정이야

 

로마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무력으로 그들과 싸워 이길 생각을 하는 것은 지극히 무모한 일이지.”

 

그래도 그들은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그건 용기 있게 싸우다 죽는 사람은 나중에 부활하여 새 왕국의 영광에 동참한다는 믿음 때문이지.

 

사후 보상 심리인데 예레미야 때도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였어.”

 

그래도 마카비 장군은 성공해서 독립 국가를 이룩한 적도 있잖아요

 

저는 여하튼 열성당의 바라바 님 밑에서 일하고 싶어요.” 

 

요남의 얼굴이 바라바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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