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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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19화 ★ 반가운 불빛

wy 0 2023.09.17

미사엘 사라 1 collage.png

 

 회당 옆 공원에 어둑한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미사엘은 사라의 손을 처음 잡았던 벤치에 앉았다.

 

그녀가 예루살렘으로 떠난 지 일주일도 안 되었지만,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가슴 한구석에서 격한 그리움이 솟아 나왔다

 

바로 옆에 앉아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던 사라의 청순한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그의 마음을 읽는 듯 요란하게 들렸다.

 

예정대로라면 내일쯤 그녀가 돌아올 것이다

 

재판은 잘 되었는지, 바라바는 별일 없는지, 어떤 때는 그녀가 지금 재판에 져서 감옥에 갇혀있는 듯한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미사엘 본인이 오랜 감옥생활을 한 트라우마가 극복되지 않은 듯했다

 

회당의 저녁 종소리가 그를 일으켜 세워 사라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 이 시간쯤에는 그녀의 집에 불이 밝혀 있고, 그녀가 반가운 낯으로 문을 열어 주리라.

 

골목을 돌았을 때 미사엘의 눈에 집안의 불빛이 보였다

 

눈을 세게 감았다가 떠도 여전히 환한 불빛이 보였다

 

너무나 기뻐 단숨에 뛰어가 그녀의 집 뒷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고 거짓말처럼 사라의 얼굴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순간적으로 그녀를 와락 안을 뻔했다

 

간신히 점잖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루 일찍 오셨네요. 일들이 잘 되었군요.”

 

사라가 악수를 하려다 손을 다시 내리며 말했다.

 

미사엘 님, 그러지 않아도 지금 광장호텔로 가려고 했어요

 

들어오세요. 같이 온 사람들이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니 젊은이 두 명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미사엘 님. 저는 로벤이라 하고 이 친구는 네리입니다

 

오면서 사라 님께 미사엘 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가워요. 이 시간에 온 거 보니까 사마리아를 통과해 바로 왔나 보네요.”

 

, 이 두 젊은이가 같이 와서 든든했어요

 

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이스르엘 계곡에서 마차 바퀴가 빠져서 조금 지체되었어요.”

 

이스르엘 계곡이라면 갈릴리와 사마리아의 경계를 이루는 계곡인데, 거기는 습지가 많아서 무거운 마차는 돌아가야 해요

 

근데 사라 님 눈이 좀 빨가네요?”

 

. 뭘 좀 잘못 먹어서 그런데 별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과 손을 잡으면 그 사람도 같은 증상이 나올 수 있어요.”

 

이어서 사라가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준 후, 바라바가 나발에게 쓴 편지를 보여주었다.”

 

글을 다 읽은 미사엘이 며칠 전 나발을 회당 비밀 아지트에서 구출시킨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머, 역시 미사엘 님이 하신 거군요. 큰일 하셨어요

 

그리고 이 두 사람도 광장호텔에 묵는 게 좋을 거예요.”

 

그녀가 로벤과 네리를 보며 계속 말했다.

 

그러고 보니 1주일도 안 된 사이에 참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네요

 

물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깃발을 가지고 가는 일이지만요.”

 

미사엘의 입이 몇 번 움직이더니 사라에게 물었다.

 

혹시 시온호텔에 로마 천부장이 지휘하는 병력이 나타났었나요?

 

“네, 바라바 오빠 대신 비슷하게 생긴 예수선생의 제자가 잡혀갔었지요.”

 

미사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안식일 저녁에는 무교병 빵만 감옥의 식구통으로 들어왔다.

 

사두개파는 안식일을 해 질 무렵부터 다음날 해 질 때까지로 규정했으나, 대부분 바리새파는 해 뜰 무렵을 기준으로 한다.

 

바라바 님, 이번에 가야바가 재판정 바로 앞에서 재판을 할 때 그를 혼내 줄 기회가 없었나요

 

그랬었으면 완전히 더 영웅 되시는 건데

 

요남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그럴까도 생각했었는데 우선 우리가 보호해 줘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바라바가 사라의 재판과 루브리아의 눈 치료에 대한 얘기를 대강 해 주었다.

 

이삭이 관심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시력이 밝아지는 방법은 사무엘 선지자가 기록한 글에 나와 있소.”

 

그래요? 어떤 방법인가요?”

 

바라바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꿀을 먹으면 돼요.”

 

어떤 꿀요? ”

 

사울 왕의 아들 요나단이 블레셋 사람들을 격퇴시키고 피곤하여 눈이 침침해졌어요.

 

그때 어느 수풀에 들어가니 땅에 벌집의 꿀이 있어 조금 먹고 눈이 밝아졌다고 쓰여 있지요.”

 

그런 구절이 있나요

 

그건 아마 너무 힘든 전투 끝에 갑자기 눈이 나빠졌다가 다시 곧 회복된 경우일 거예요.

 

제가 헬몬산 중턱에 있는 석청 꿀도 따서 그 여자에게 주었는데요

 

, 그건 눈이 나빠지기 전이었네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요나단이 먹은 꿀이 특별한 효과가 있었을 거예요

 

에브라임 지역의 땅꿀이니까그리심 산기슭이겠지요.”

 

, 그렇군요. 이번에 예수 선생을 만나고도 못 고친다면 그 꿀을 구해봐야겠네요

 

물론 제가 살아서 나가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분위기가 잠시 무거워지자 살몬이 식구통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빵 좀 더 주게.”

 

곧 간수 한 사람이 빵을 4개 더 가져왔다.

 

드릴 게 별로 없어서 죄송합니다. 간수장님.”

 

혹시 꿀은 없나? 갑자기 빵에 꿀을 발라 먹고 싶은데

 

꿀은 없는데 제가 며칠 내에 구해 보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일부러 구할 것은 없네.”

 

간수가 돌아가자 살몬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조금 전 바라바 님이 말씀하신 예수 선생, 그분을 내가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좀 하고 싶네요?”

 

자네가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나?”

 

이삭이 놀란 듯 물었다.

 

, 실은 좀 부끄러운 일이어서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바라바 님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이 나오니까 그 이야기를 안 하면 안 될 거 같아요.”

 

살몬이 잠시 눈을 감은 후 떴다.

 

제가 여기 들어오기 몇 주 전이었어요

 

감람산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려 있더군요.

 

이때 누가 예수 선생이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바라바의 눈이 반짝였고 살몬이 기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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