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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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99화 ★ 다시 지하 감옥으로

wy 0 2023.07.09

 로벤이 독수리 깃발을 가지고 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닷새로서, 내주 수요일 저녁까지다.

 

가고 오는데 하루씩 잡아도 일하는 시간은 사흘인데, 그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다.

 

로벤을 내보낸 후 바라바는 안토니아 탑 지하 감옥으로 이감되었다.

 

간수가 철문을 닫는 소리를 뒤로하고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들어섰다.

 

언뜻 몇 사람이 앉아 있는 듯한데 잘 보이지 않았다.

 

신입이로구먼.”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니 사물이 좀 더 잘 보였다.

 

가로세로 열 발자국 정도의 크기에 오른쪽 벽에 횃불이 두 개 걸려 있었다.

 

찌린내와 비린내가 섞인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왼쪽 벽으로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바라바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 앞에 앉아요.”

 

그중 몸집이 좀 작고 젊은 사람이 턱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라바가 그들을 마주 보고 천천히 앉았다.

 

인사 드리시오. 이분이 방장님이오.”

 

맨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자가 다시 말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이마가 넓은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바라바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은요.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잘 도우며 지내야지요.”

 

방장은 의외로 부드럽게 바라바를 대했다.

 

그러나저러나 롱기누스 백부장이 또 바쁘게 생겼군.”

 

중간에 앉아 있는 눈이 큰 사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방장이라는 사내가 가볍게 면박을 준 후 바라바에게 얼굴을 돌렸다.

 

새로 왔으니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바라바는 억울한 재판 과정에서 폭동이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몸집이 작은 사내가 끼어들었다.

 

고향이 예루살렘 같지가 않은데 어디신가?”

 

갈릴리 쪽입니다.”

 

, 어째 그런 것 같더라. 나는 세겜이 고향이오.”

 

세겜이라면 사마리아지요?”

 

그렇소.”

 

사내가 싱긋 웃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바라바의 눈이 앞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횃불이 소리를 내며 역청 불순물을 태울 때마다, 세 사람의 얼굴이 벌건빛으로 흔들렸다.

 

이제 우리 소개를 간단히 하겠소이다.

 

나는 이삭이라 하고 나이는 62살이오.

 

산헤드린 의원이었는데 가야바 대제사장을 비난하다가 의회에서 제명된 후 여기에 갇힌 지 2년 되었소.”

 

역시 방장은 관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을 들어서 그런지 눈빛이 강렬하고 카리스마도 있어 보였다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를 옆으로 돌려서 이마를 덮고 있었다.

 

중간에 앉은 눈이 크고 곱슬머리의 사내가 뒤를 이었다.

 

나는 살몬이오. 나이는 33살이고 공무원이었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합시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름이 요남이고 나이는 25살이오.

 

세금을 내지 말자고 지역 주민을 선동한 죄로 잡혀 왔어요

 

고향이 사마리아라는 것은 비밀이오.”

 

요남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쿰란에서 만났던 호란이 떠올랐다.

 

나이도 비슷하고 둘 다 귀염성 있는 얼굴이었다

 

쿰란에서 빌립 선생님과 호란을 만난 것이 까마득한 옛날 같았다.

 

사해를 내려다보며 동굴 속에 에세네파의 귀금속들을 보관했던 일도 언제 그랬나 싶었다.

 

바라바 이삭 살몬 요남 collage.png

 

그 목에 은목걸이는 에세네파에서 만든 것 아니요?”

 

바라바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듯 이삭이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래 우리 집안이 은 세공으로 돈을 벌었어요.

 

에세네파는 그렇게 특별한 장식 없는 소박한 세공을 좋아하지요

 

또 은에다 황동을 넣어서 약간 금빛 색깔을 띄우기도 하지요.”

 

바라바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오른손등을 누가 살짝 건드리는 듯했다.

 

내려다보니 새끼 손가락 굵기의 지네가 손등을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뿌리쳐 버리려는 충동을 참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숨을 참고 말도 멈추니 앞의 사람들도 시선이 바라바의 손등으로 집중되었다.

 

지네는 긴 몸통을 추스르며 좌우를 한번 돌아보고, 벽 아래 구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흐흐, 저 지네 운이 좋았네. 내 근처로 왔으면 횃불구이를 해 먹는 건데.”

 

살몬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바라바는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 궁금했다.

 

아까 무슨 백부장이 바빠질 거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살몬이 옆에 앉은 이삭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몬이 작게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바라바라고 했지요?

 

우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이 방에 온 것을 보니 엄청난 일을 저지른 사람일 거요.

 

여기는 정치범이나 사상범들을 주로 감금하는 곳인데 실은 우리 세 사람도 사형 선고를 받은 지 꽤 되었소.”

 

살몬이 습관처럼 또 가벼운 기침을 하고 계속 이어 나갔다.

 

이 방은 원래 정원이 4명인데 그저께 한 사람이 나가서 안 돌아왔소.

 

그 자리에 당신이 들어온 것이오

 

그 사람은 특사를 받지 못하여 십자가 처형이 집행되었소.

 

그 처형을 담당하는 로마 백부장이 롱기누스란 자요.

 

우리 세 사람은 사형 언도를 받았으나 일반 특사를 신청하여 지금 산헤드린에서 심사 중이오.

 

이삭 님은 틀림없이 통과하실 거고 나와 요남도 아마 될 거요.

 

만약 당신이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면, 늦기 전에 가낫세라는 변호사를 찾아가서 특사를 신청해야 그 집행을 잠시 연기할 수 있소.

 

그런 다음 탄원서를 안나스 제사장에게 내면 무기징역으로 일단 감형이 될 것이오.

 

물론 그냥 탄원서만 달랑 내면 안 되지. 흐흐.

 

당신은 초면이지만 이상하게 꼭 도와줘야 할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하니, 늦기 전에 빨리 밖에서 손을 쓰시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빌라도 총독이 특별사면도 해 줄 수 있지 않나요?”

 

어디서 좀 듣긴 들은 것 같군. 이제 특별사면은 없다고 봐야 해요.”

 

왜요?”

 

바라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천부장 칼로스가 했던 말과는 달랐다.

 

세야누스라는 로마에 있던 빌라도의 보스가 죽은 후에는 한 번도 안 했어요.

 

잘못 특사해 줬다가 투서라도 들어가면 빌라도 모가지가 먼저 날아가니까.”

 

바라바의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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