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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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87화 ★ 금빛 광채

wy 0 2023.05.28

누보가 오반의 집에 금방 다녀와서 유리에게 말했다.

 

어제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살고 있고, 오반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네요.

우리가 한발 늦었어요
.”

 

누보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잠시 후 유리가 레나를 보며 힘없이 말했다.

 

그럼 뭐 이사를 예정대로 해야겠네요.”

 

, 그래야지.”

 

레나가 짐을 다시 챙기려 일어나는데 누보가 말했다.

 

유리 님, 잠깐 제가 할 말이 좀 있는데요.”

 

, 말씀하세요.”

 

아니, 유리 님하고만 좀 할 말이.”

 

그의 목소리 끝이 조금 떨렸다.

 

그제야 유리가 누보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그래요. 그럼 오반의 방에 가서 말하지요, .”

 

유리가 먼저 씩씩하게 방으로 들어갔고 누보가 따라 들어가며 조금 전 카잔의 말을 되뇌었다.

 

오반의 집에서 크게 실망하고 오는 길에 카잔이 누보에게 한 말이 있었다.

 

이제 유리를 자네가 잡아야 하지 않겠나?’

 

제가 잡아요?’

 

그래, 떠나지 않게 잡아야지

 

유리도 이제 나발의 속마음을 확실히 알았으니까, 지금이 기회일 것 같은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 글쎄. 자네의 속마음을 그대로 전달해야겠지

 

아까 마나헴 방에서 꺼낸 은전을 모두 그녀를 준 것처럼.’

 

, .’

 

유리는 앞에 앉은 누보가 아무 말이 없자 팔짱을 끼고 뒤로 기대앉았다.

 

잠시 후 누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리 님, 예전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해야겠어요

 

저는 유리 님에게 저의 모든 것을 드리고 싶어요.”

 

유리가 다리를 모으며 등을 세웠다.

 

그동안 유리 님의 마음이 나발에게 가 있어서 저를 안중에도 안 둔 것을 잘 압니다.

 

사실 제가 나발에 비하면 모자란 점이 많겠죠

 

그래도 이제 나발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안 이상, 유리 씨가 저의 마음을 받아주실 수는 없나요?”

 

유리가 누보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저에게 청혼을 하는 건가요?”

 

, 그렇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비장했다.

 

, 누보 님이 나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뭘 주겠다는 건가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드리고 싶어요

 

또 유리 씨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 드릴게요.

 

별을 따오라는 것만 빼고 다 할 수 있어요.”

 

유리가 다정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도 누보 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밤하늘의 별은 점성술을 해야 하니까 어차피 따 오면 안 되지요.”

 

, 미안해요. 여하튼 오반 놈만 아니면 그 은전을 모두 드리며 이런 말씀을 하려 했는데, 이제 이사를 가면 언제 또 볼지도 모르고.”

 

그 빌라도 막사에서 가지고 온 은전을 모두 다 나를 줄려고 했다고요?”

 

, 처음에는 반으로 나누려고 했는데 이제 다 드릴 수 있어요.”

 

...그런 말씀을 하셔서 얘긴데 오반의 행적을 찾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무슨 방법인가요?”

 

누보의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근데 좀 위험해서 포기하는 게 나을 거예요.”

 

알려만 주세요. 그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서 다 드릴게요.”

 

고마운 얘긴데요. 누보 님, 누보 님은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일 중요한 거요

 

글쎄요. 중요한 게 많아서. 집인가요?”

 

, 집도 중요하지요. 둘이 안정되게 살려면 필요하니까요.”

 

정답이 아닌 것 같아 누보의 고개가 숙어졌다.

 

빛이에요. 빛이 제일 중요해요.”

 

유리의 눈빛이 반짝였다.

 

빛요?”

 

, 사람마다 자기가 내뿜는 빛이 있어요. 별들처럼요

 

어떤 빛은 그냥 맑게 하얗고 어떤 색깔의 별은 파르스름한 빛을 내지요.

 

결혼은 두 빛이 합치는 거예요.

 

이렇게 합친 빛이 더 아름다운 색깔을 내야겠지요. 누보 님은 어떤 빛을 낸다고 생각하나요?”

 

눈을 감고 잠깐 생각해본 후 누보가 말했다.

 

shutterstock_2017298165.jpg

 

저의 빛은 잘 모르겠지만, 유리 씨의 눈에서는 금빛 광채가 나요.”

 

호호, 고마워요. 나발 님의 눈에서도 금빛 광채가 났지요

 

그래서 나하고 합치면 황금빛의 색깔로 될 수 있었어요.”

 

그녀의 말에 또 기가 죽은 누보가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있었다.

 

누보 님의 눈에서 금빛 광채를 나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누보가 얼른 고개를 들었다.

 

혹시 잃어버린 은전을 모두 가져오면 그런 빛이 날 거라고 생각은 마세요

 

그때도 빛은 나겠지만 은전이니까 은색밖에 안 나요.

 

그렇다고 금전이 있다고 금빛 광채가 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누보 님이 은전을 모두 잃어 버렸다고 해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물론 그 은전은 우리가 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얻은 것이라, 참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유리가 숨을 한번 고른 후 이어 나갔다.

 

금빛 광채는 야망이 있어야 나와요

 

가슴을 뛰게 하는 미래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 해요.

 

유대 민족을 로마의 탄압에서 벗어나게 하고, 이 땅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장군이 되는 그런 목표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나요?”

 

,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어요.”

 

누보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를 괴롭히는 마나헴 같은 사람을 응징하고 억압받는 백성들의 한을 풀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지요?”

 

, 사실 한 번도 없었어요. 꿈에서도요

 

지금부터라도 한 번 생각을 해 보는 건 어때요?”

 

글쎄요.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잘하는 건 달리기밖에 없는데.”

 

여하튼 오늘 처음 들은 말이니까 좀 더 생각해보세요

 

누보 님의 생각에 따라서 은전을 찾기 위해 오반을 추적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요.

 

사실 좀 너무 위험하기도 해서 그냥 조용히 이사하려고 했어요.”

 

둘이 무슨 얘기를 이렇게 오래 하는지 궁금한 레나가, 문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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