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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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54화 ★ 무서운 여자 헤로디아

wy 0 2024.01.17

 헤로디아가 프로클라를 다시 만나러 나가려는데 헤롯 왕이 부른다고 시녀장이 알렸다.

루브리아의 간곡한 청도 있었지만, 바라바를 죽게 놔두기는 사실 아까웠다.

왕의 집무실로 들어가니 조금 전 각료회의가 막 끝난 듯했다.

헤롯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왕비도 살짝 긴장되었다.

, 지금 국방대신과 상의했는데 걱정이 많이 됩니다

우리 국경 수비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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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테아 왕국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헤로디아의 눈치를 살핀 후 계속 말했다.

나바테아 놈들이 국경 지역에 군사를 점점 더 많이 배치하고 있는데 만약 지금 전쟁이 나면 그들을 막기 어렵겠소.”

왕비가 아무 대꾸를 안 하자 그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말인데. 로마에 가지고 가려던 자금 중 50달란트만 왕실 금고에 남겨 두면 안 되겠소?”

헤로디아의 눈썹이 찡긋 올라갔다.

그건 안 됩니다. 지금 가지고 가는 자금도 모자라는 형편입니다.

카프리섬에서 절반, 로마에서 절반을 써야 하는데 여기서 더 줄이면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전쟁은 당분간은 안 일어납니다. 로마군이 이 땅에 있어요.

아무리 나바테아의 아레타스 왕이 딸의 복수를 하고 싶어도, 전쟁을 하면 로마의 자동 개입이 불을 보듯 뻔한데 못 쳐들어옵니다.

이런 때일수록 티베리우스 황제께 잘 말씀드려 우리와 군사동맹을 철저히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깟 50달란트로 국방력 증진이 얼마나 되겠어요?

왕비의 말도 맞는 말이고, 그녀의 생각을 돌릴 수도 없었다.

알겠소. 그럼 황제께 잘 말씀드려서 우리와 동맹 관계를 다시 한번 돈독히 확인하는 대외 발표를 하면 좋겠구려.”

, 그건 물론이고요. 이번에 아그리파도 단단히 단속해야겠어요.”

아그리파는 헤로디아의 친오빠다.

갈릴리 지역의 재무 담당으로 헤롯 왕 밑에서 일하다가 별 흥미를 못 느끼고 몇 년 전 로마로 돌아가서 칼리굴라의 측근이 되었다.

헤롯은 족보만 들춰지면 기가 죽었다.

헤로디아는 마카비 가문의 부인 미리암과 헤롯 대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리스토불로의 딸이다.

즉 왕비는 외가 쪽으로 유대 독립 영웅 마카비의 피를 이어받았다.

반면에 헤롯은 헤롯 대왕의 여섯 번째 부인 말티케와의 사이에서 출생했는데 그녀는 사마리아 여인이었다.

에돔인 아버지와 사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쩌면 그런 약점을 지녔기에 배다른 조카인 헤로디아를 탐했는지도 모른다.

아그리파를 어떻게 하려고요?”

황제께 말씀드려서 잡아넣어야지요.”

헤로디아가 단호한 어조로 계속 말했다.

아그리파는 지금 틀림없이 칼리쿨라가 곧 황제가 된다는 소문을 내고 다닐 거예요.

아직 건강하신 황제께서 듣기 싫은 말이지요.

더 듣기 싫은 말은 아그리파가 늙은 황제를 폐위시키고 칼리굴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일 거예요.”

그녀의 속마음을 읽은 헤롯은 곧 아그리파가 감옥에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같은 편이니 망정이지 왕비는 무서운 여자였다.

, 그 문제도 왕비께서 슬기롭게 처리하기를 바랍니다

근데 어디 외출하실 참이었소

지금 밖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헤롯이 창문을 내다보며 말했다.

, 그러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너무 늦었네요. 내일 가지요, .”

혹시라도 비에 젖는다면 귀찮았다

날이 일찍 어두워졌다.

 

 

 

비교적 잘 자고 일어났지만, 왼쪽 눈의 시야는 넓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실망감 때문인지 약간 더 침침해진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예수 선생의 슬픈 얼굴이 떠오르면 루브리아의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어쩌면 바라바의 목숨은 일단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창문으로 뿌연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어제저녁 내린 소나기로 아침 공기가 쌀쌀해졌다

이제 모레가 유월절이고 일주일간의 축제가 시작된다.

원래는 아버지와 로마로 돌아가는 길에 다마섹의 팔리마 신전을 구경하고, 아시리아의 안디옥에도 며칠 머무르다 가려고 했었다.

안디옥은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다음으로 유대인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다.

유대 민족의 역사와 종교를 공부하는 학도로서 꼭 들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계획은 물론이고 바라바와 카프리 섬에 가는 달콤한 꿈도 가물가물했다.

카프리 섬에 가긴 가는데 헤로디아 왕비와 함께 대로마제국의 황제를 알현하러 가는 것이다.

루브리아는 아버지가 아시면 얼마나 놀라실까?’ 생각하면서 혹시 이게 꿈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꿈에서 깨어나면 바라바는 감옥에서 나와 있고 양쪽 눈도 모두 나아있었으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사라와 탈레스 선생이 같이 들어왔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루브리아의 눈으로 향했다.

어제와 별로 차이가 없어요.”

아직도 깔때기를 눈에 씌운 것처럼 주위가 흐릿한가요?”

루브리아가 고개를 끄떡이자 선생이 돋보기로 양쪽 눈을 자세히 살폈다.

, 바다 색깔도 여전하네요

이대로 가면 오른눈은 몰라도.”

선생이 말끝을 흐렸고 기대를 품고 아침을 기다린 사라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토요일에는 여기를 떠나서 카이사레아로 가야 해요

거기서 아버지를 뵙고 욥바에 다시 가서 왕비님과 함께 배를 타고 카프리섬으로 갈 거예요.”

루브리아가 이틀 후의 계획을 선생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로마로 갈 텐데 만약 계속 눈이 안 나으면 로마의 눈 전문 의사를 만나야지요

그때까지는 별 탈이 없겠지요?”

, 그러기를 바라야지요

잠을 충분히 주무시고 무엇보다 정신적 충격을 조심해야 합니다.”

탈레스 선생이 무거운 얼굴로 먼저 방을 나갔다.

욥바에서 카프리섬까지 며칠이나 걸리나요?” 사라가 물었다.

글쎄, 나도 안 가 봤는데 바람이 잘 불어 주면 열흘 내에 도착한다고 해

왕비님이 준비하는 배가 범선이지만, 몇십 명의 노예들이 노를 젓기도 하니까 웬만한 파도에는 속도를 낼 수 있나 봐.”

그래도 육지로 가는 게 편하지 않으실까요?”

, 그렇긴 하지만 뭔가 귀중한 물건을 싣고 가는 데에는 배가 안전한가 봐.”

, . 그리고 베다니에 오늘 아침 주기로 한 돈은 어떡할까요?”

, 갖다주어야지

눈이 안 나았다고 안 줄 수는 없어.”

그럼 제가 곧 다녀올게요

근데 예수 선생님이 언니의 눈이 나았다고는 하셨나요?”

그러고 보니 그가 한 말은 눈에서 손을 뗀 후 그의 모습이 보이냐는 말이었다.

아니, 정확히 그렇게는 말씀 안 하셨고 치료 후 당신이 보이냐고 하셨어

그리고 몇 마디 더 하셨지.”

루브리아가 선생이 한 말을 다시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나를 보는 사람은 아버지를 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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