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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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84화 ★ 빨간 눈 귀신

wy 0 2023.05.17

 아침에 일어난 루브리아의 눈이 피가 난 듯 빨갛게 변해 있었다.

 

유타나가 급히 탈레스 선생을 불러 왔다.

 

어젯밤에 힘들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눈에 이상이 있었군요

 

아주 가렵지요?”

 

, 그래서 자다가도 가끔 눈을 비빈 것 같아요.”

 

선생이 하얀 가루를 물에 타서 몇 방울 떨어뜨렸다.

 

시력에는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가려움증도 이 약을 두 시간마다 넣으시면 괜찮을 겁니다

 

이런 증상은 전염성이 있어서 주위 사람과 손을 잡으면 안 됩니다.”

 

, 로마에서도 봄이 되면 이런 눈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금방 나을 수 있나요?”

 

적어도 사오일은 지나야 할 겁니다.”

 

옆에서 사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왜 이렇게 되신 건가요?”

 

어제 파티에서 여러 사람과 악수하셨나요?”

 

악수요? 악수는 안 한 것 같은데요...”

 

루브리아가 선생을 보며 다시 말했다.

 

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이런 눈병 걸린 사람은 빨간 눈 귀신이 들렸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무섭다고 피했지요.”

 

빨간 눈 귀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악수를 안 했다면 손으로 뭔가 지저분한 물건을 만진 적이 있나요?”

 

글쎄요, 어제 파티에서 악사가 불던 리코더를 제가 잠깐 빌려서 불었어요.”

 

거기서 뭔가 손에 묻어서 눈에 들어갔을 것 같네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민들레 꽃씨가 날려서 눈에 들어가도 그런 증상이 나오지요.

 

아마 먼지같이 눈에 안 보이는 작은 물체들이 그런 작용을 하는 듯합니다.”

 

, 며칠 지나면 낫겠지요. 벌써 가렵지는 않네요.

 

재판에는 얼굴 위를 살짝 가리는 망사를 쓰고 가야겠어요

 

, 그리고 캐시미어 목도리도 두르고 가야겠네어디 있더라?”

 

루브리아가 유타나에게 물었다.

 

목도리를요? 별로 춥지도 않은데요.”

 

유타나가 옷장 안을 찾았다

 

바라바 님이 오늘 올 것이고, 그에게 뒷모습이라도 목도리를 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선생님, 저도 오늘 아침부터 눈이 좀 가려운 것 같아요.”

 

사라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탈레스 선생이 그녀의 눈을 자세히 보았다.

 

, 사라 씨도 증상이 좀 있네요. 어제 파티에 가지 않았었지요?”

 

, 저는 안 갔는데요. 이상하네요.”

 

탈레스 선생이 유타나의 눈도 들여다보았다.

 

저는 전혀 가렵지 않은데요.”

 

그녀의 하얀 눈동자는 검은 얼굴에 더 하얗게 보였다.

 

유타나는 이상이 없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리코더 때문이 아닐 수도 있네요.

 

리코더를 루브리아 아가씨가 만져서 그렇다면, 아가씨와 가까이 접촉한 두 사람 다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럼 빨간 눈 귀신이 정말 들어 왔나 봐요

 

작은 먼지를 타고 귀신이 눈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유타나의 걱정스런 목소리였다.

 

어제 저녁 식사하신 음식의 목록을 모두 적어 보세요.

 

루브리아 아가씨와 사라 씨가 저녁을 따로 먹었으니까, 그중에 같은 음식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루브리아가 목록을 적기 시작했고 사라의 눈에도 약물을 넣어주며 선생이 말했다.

 

이 약을 넣은 후 일시적으로 눈이 더 빨개질 수가 있습니다.”

 

사라의 눈이 따끔거렸다.

 

 

 

수산나 마리아 collage.png

 

선생님이 이번 일요일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신다고 해요.”

 

유월절 음식으로 아침을 배불리 먹은 후 여자들이 그릇들을 치우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 드디어 올라가시는군요. 사람들이 좋아하겠네요.

 

어제 요안나 언니가 음식뿐 아니라 성금도 많이 가지고 왔었나 봐요

 

유다 님의 얼굴이 환해졌어요.”

 

부엌일을 주로 하는 수산나가 마리아에게 말했다.

 

베다니에 있는 시몬의 집에 활기가 돋았고, 산책하러 가기 좋은 화창한 봄날 아침이었다.

 

,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설거지 그릇만 해도 꽤 많아졌어요

 

옛날 같으면 하기 싫었을 텐데, 이젠 선생님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생각에 더 힘이 나요.”

 

마리아가 쾌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선생님 주위에 열두 제자도 있지만, 요안나 언니나 마리아 님 같은 분이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우리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을 거예요.”

 

둥그스름한 얼굴에 펑퍼짐한 몸매의 수산나가 계속 말했다.

 

예수 선생님이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 아니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격체라고 말씀하셨지요.

 

사마리아에 가셔서 우물가 여인에게 하셨던 말씀도 그런 뜻일 거예요.”

 

네...”

 

마리아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저는 사마리아 여자가 몇 번 결혼한 것을 남자들이 비난하고 수군거리는 자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여성을 취하고 내버리는 남자들의 극단적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남녀 모두 이러한 죄성에도 불구하고 회개하고 죄사함 받는 구원의 말씀을 선생님이 선포하신 거지요.”

 

, 수산나 님 말씀을 들으니 더 잘 이해가 되네요.”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게 깨끗이 구원받은 여인 중 제일 확실한 사람이 마리아 님이고요. 같은 여자로서 그 은혜가 부러워요.”

 

천만에요. 저는 그냥 지금 여기 있는 것만도 황송하고 영광이지요.”

 

겸손한 말씀이에요. 앞으로 마리아 님을 통해 남자들이 하지 못하는 크고 거룩한 일이 이루어지지 바래요.”

 

마리아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고 수산나의 말이 이어졌다.

 

마리아 님, 얼마 전 제 친구를 통해서, 유타나라는 사람이 선생님을 만나러 올 거라는 연락이 있었는데 혹시 모르시나요?”

 

유타나요?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그 사람 일행이 눈을 고치러 온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예루살렘 가시기 전에 와야 할 텐데

 

, 오늘이나 내일 와야겠네요

 

요한 님이나 유다 님이 아실지도 몰라요.”

 

, 뭐 곧 오겠지요. 나는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점심은 건너뛰어야겠어요. 하하.”

 

수산나가 웃으며 자기 얼굴의 볼살을 잡아 보았다.

 

호호, 좀 더 드세요. 아무 상관없어요.”

 

아니에요. 이 살은 바라지 않는 것의 실상이고 보이는 것의 증거에요.”

 

수산나 님 말씀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

 

아침 부엌 설거지가 거의 끝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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