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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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58화 ★ 최면에 걸린 루고

wy 0 2022.03.02

 탈레스 선생은 목걸이 같은 도구를 흔드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루고는 온 신경을 집중하여 선생이 하라는 대로 하였다.

 

수건에서 나는 향기를 일부러 더 깊이 들여 마셨다.

 

탈레스 선생도 만족한 듯 웃음을 띠었다.

 

탈레스의 웃는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며, 루고는 탁 소리와 함께 의식이 몽롱해졌다.

 

선생이 같은 질문을 다시 했다.

 

루고가 10살 때 엄마는 집에서 뭐하고 있나요?”

 

엄마는 집에 없어요.”

 

어디 가셨나요?”

 

그리심 산에 있는 성전으로 예배 보러 갔어요.”

 

왜 거기 가셨나요?”

 

엄마가 사마리아인이니까요.”

 

선생과 루브리아는 서로 바라보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것 같다는 눈짓을 했다.

 

, 이제 15살 때로 가볼까요?”

 

엄마는 어디 있나요?”

 

엄마는 맨날 유대 랍비를 만나러 다녀요.”

 

그 유대 랍비가 누군가요?”

 

우리 동네 회당의 랍비인데 아주 나쁜 사람이라 나중에 내가 혼을 내줄 거예요.”

 

다시 10살 때로 돌아옵니다. 제일 친한 친구가 피코였지요?”

 

. 그렇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을 여기 써보세요.”

 

루고가 친구의 이름을 썼다.

 

지금 쓴 것은 10살 먹은 아이의 필체였고, 아까 쓴 것은 지금 루고의 글씨체였다.

 

, 이제 한 달 전으로 갑니다.

 

백부장은 로무스 대장께 그동안 사실이 아닌 보고를 한 적이 있나요?”

 

루고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그의 왼쪽 코에서 코피가 조금 나왔다.

 

말해보세요. 어떤 보고를 거짓으로 했지요?”

 

루고는 힘이 든 듯 말을 하려다 안 하고, 눈을 자꾸 뜨려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이 얼른 다시 물었다.

 

사무엘 님을 알지요?”

 

.”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요?”

 

갈릴리 열성당 당수인데 죽었습니다.”

 

왜 죽었지요?”

 

루브리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단이 독향초를 피워 죽였습니다.”

 

아단이 혼자 했나요? 누가 시켰나요?”

 

루고는 여기서 또 말을 하려다 머뭇거렸다.

 

사무엘이 나쁜 사람이라 루고 백부장이 시킨 거 아닌가요?”

 

. 나쁜 사람이라 제가 시켰습니다

 

그 사람은 폭도들의 우두머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법에 따라 재판을 받아야 하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그럴 수 없을 때는 제가 심판할 수 있습니다.”

 

루브리아는 유타나에게 사라를 불러오라고 했다.

 

루고 백부장이 왜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루고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법이 못할 때는 저라도 해야 합니다.”

 

사라가 들어 왔고 질문이 계속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시켰나요?’

 

아단에게 독향초를 주면서 사무엘이 자는 방에 피우라고 했습니다.”

 

아단은 그 향초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나요?”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서 괴로워했습니다.”

 

그래서 아단이 자살했나요?”

 

이 질문에 루고는 괴로운 듯 신음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선생이 급하게 말했다.

 

, 루고 백부장, 아주 대답을 잘 했어요. 우리 조금 쉬었다 합시다.”

 

루고의 넓은 이마에 땀이 나고 있었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선생에게 물었다.

 

, 제가 대답을 이번에는 잘했나요?”

 

, 아주 잘했어요. 한 번만 더하면 잘 끝날 수 있겠어요.

 

과일 좀 먹고 잠시 쉬었다 하지요.”

 

선생이 루고를 안심시켰다.

 

사라는 루고가 보기 전에 얼른 커튼 뒤로 숨었다.

 

루고가 루브리아를 보며 말했다.

 

아가씨가 보시기에도 제가 잘하고 있었나요?”

 

그럼요. 아까와 다르게 잘하셨어요.”

 

루브리아가 얼른 대답했다.

 

, 그럼 그냥 계속하지요. 과일은 끝나고 먹고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선생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잠시 후 루고가 최면에 걸린 것을 확인한 후 질문을 다시 했다.

 

루브리아는 유타나에게 지금 상황을 아버지에게 설명해 드리고 모셔오도록 했다.

 

아단은 자살한 게 아니지요?”

 

. 자꾸 골치 아프게 해서 제가 살해한 후 자살로 위장했습니다.”

 

어떻게 골치 아프게 했나요?’

 

처음에는 아무 말 없더니 나중에는 다른 도시로 보내주지 않으면, 모든 이야기를 사라에게 한다고 했습니다.

 

겁을 줘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의 글씨 사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는 어떻게 만든 건가요?”

 

그가 제게 보낸 편지에서 그 부분만 오려냈습니다.”

 

아단은 어떻게 살해했나요?

 

독향초를 썼습니다.”

 

아단을 죽일 것까지는 없었잖아요?”

 

. 사실 처음에는 다른 도시로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한번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언제 또 그럴지 몰라 후환을 없애버렸습니다.”

 

로무스 대장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크기변환]루고 로무스2 collage.png

 

모두 눈으로 가볍게 인사하고 질문을 계속했다.

 

아단을 죽인 것이 후회되지는 않나요?”

 

루고가 조금 망설이더니 말했다.

 

후회는 안되는데 마음은 아픕니다."

 

왜 그런가요?”

 

같은 사마리아인의 피가 흘러서 저에게 많은 기대를 했는데, 본인의 생각이 모자라서 도저히 구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수히 일어나는 전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양심의 가책 운운하며 난리만 안 쳤어도, 곧 승진하여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참 불쌍합니다.”

 

루고는 이 말을 끝내고 주루룩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여하튼 백부장으로서는 아단을 이용하여 사무엘을 살해한 것은, 해야 할 일을 성공적으로 한 것이군요.”

 

, 아단 때문에 마음은 조금 아프지만 법을 대신해 정의의 심판을 내린 겁니다.”

 

정의는 무엇입니까?”

 

로마법이 정의입니다.

 

그래서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엄히 처단하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나 루고 백부장도 근위대의 명령계통을 어기고, 임의로 사무엘을 죽이라고 시킨 것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닌가요?”

 

루고는 조금 주저하는 듯하더니 계속 말했다.

 

작게 보면 그렇지만 더 크고 중요한 법을 위하여 큰일을 한 것입니다.”

 

로무스 대장이 탈레스 선생에게 고개를 끄떡였다.

 

수고 많았어요. 루고 백부장님. 이제 편안히 잠을 자면 됩니다.”

 

루고는 바로 깊은 잠에 떨어졌고, 로무스의 경호원들이 자고 있는 그를 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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