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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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02화 ★ 십자가 처형 매뉴얼

wy 0 2023.07.19

아니, 이게 누구신가?

 

귀공자 맥슨 백부장께서 나 같은 사람을 다 찾아오시고. 하하.”

 

롱기누스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맥슨의 두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았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별고 없으셨지요?”

 

두 사람 다 백부장 계급이지만 출신 성분이 달랐다.

 

롱기누스는 페니키아 용병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군대 생활을 시작하여 20년이 넘었고, 맥슨은 아버지 맥슨 의원의 아들로 20살에 국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검투사 창던지기 대회에서 우승하여 바로 백부장이 되었다.

 

나이 차이도 20년 이상이었다.

 

나야 이 덥고 지저분한 땅에서 못 할 짓을 하며 살고 있지요. 새끼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롱기누스의 거멓게 그을린 얼굴에 자괴감이 스쳤다.

 

맥슨 의원님도 안녕하시지요?”

 

. 그러시겠지요. 저도 못 뵌 지 반년이 넘어요.”

 

롱기누스는 10여 년 전 맥슨 원로원 집행의원의 저택을 경호하는 업무를 잠시 했었고, 당시 어렸던 맥슨에게 창 쓰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지금 로무스 대장님도 여기 와 계시나요?”

 

아닙니다. 저만 그분의 지시로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왔어요.”

 

맥슨이 곧 바라바에 대한 설명을 했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바라바라면 나도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놈이 오늘 잡혔구나. 그건 뭐 볼 거 없이 십자가에 매달리게 돼요. 시간문제지.”

 

그렇군요. 지금 여기 안토니아 탑 안에 감금되어 있겠지요?”

 

아마 그럴 거요. 어디 있는지 알아봐 드릴까요?”

 

. 그러시면 고맙겠습니다.”

 

잠깐 여기서 기다리세요. 내가 다른 방에 가서 물어보고 올게요.”

 

롱기누스가 일어나 나가며 책자를 하나 주었다.

 

기다릴 동안 이거나 읽어 봐요. 내가 하는 일이라오.”

 

받아보니 십자가 처형 매뉴얼이었다

 

맥슨이 첫 장을 열었다.

 

1) 사형수를 십자가 처형하기 전에 먼저 심한 매질을 한다.

 

매질의 방법: 죄수를 무릎 끓여 앉힌 후 높지 않은 기둥에 두 손을 올린 후 등을 보이게 묶는다.

 

그날의 채찍 당번이 채찍으로 등짝을 치는데 채찍은 세 가닥의 가죽끈으로 만든다

 

채찍 끝에 붙은 납 조각과 양 뼈가 죄인의 근육과 살을 찢고 후벼파게 한다.

 

대중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기고 때릴 수도 있는데, 이는 죄수에게 극심한 모욕을 줌으로써 죄수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무너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주의사항 - 매질은 39회까지만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세게 쳐서 죄수가 기절을 하거나, 처형장까지 십자가 가로대를 지고 가지 못할 정도로 치면 안 된다.

 

2) 채찍질이 끝나면 죄수에게 십자가 가로대를 들게 한다

 

이때 담당 군졸이 죄수의 어깨에 가로대의 균형을 잡아 얹어 주면 도움이 된다.

 

처형장까지 죄수가 혼자 지고 가는 것이 원칙이나 늙거나 힘이 없는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처형장에 도착하면 가로대를 먼저 땅에 놓고 죄수를 그 위에 바로 눕힌 후 양팔을 가로대에 맞추어 벌린다.

 

굵기 3cm, 길이 10cm 정도의 못으로 팔을 먼저 가로대에 박는다.

 

*주의사항 - 이때 손바닥에 못을 박으면 손바닥이 나중에 팔의 무게로 찢어질 수 있으므로 팔목 뼈 사이, 즉 손바닥 5cm 아래 중심에 못을 박는다.

 

남자는 앞을 보게 눕히고 여자는 등이 보이게 눕혀 박는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롱기누스가 들어왔다.

 


롱기누스 맥슨 십자가 collage.png

 

맥슨의 입에서 저절로 소리가 났다.

 

이거 전쟁터에서 적군과 싸우는 게 더 낫겠네요

 

다 안 읽었지만 대개 알겠습니다.”

 

그렇지요. 내가 그런 일을 벌써 2년째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술 안 마시고 맨정신으로는 못했는데 참, 사람이 무서운 동물인지, 이제 그냥 멍하니 하게 돼요.

 

하루에 몇십 명씩 처형할 때는 며칠 잠을 못 자요.”

 

맥슨이 십자가 처형 매뉴얼을 돌려주었다.

 

말씀하신 바라바는 지금 여기 지하 감방에 있어요.

 

정치범을 가두는 혼거실인데 4명이 같이 씁니다

 

사형이 확정되면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독방을 주지 않아요.

 

내일이 안식일이라 모레쯤 형이 확정되고 아마 유월절 이전에 십자가 처형이 될 거예요.”

 

유월절이 내주 금요일인데 그렇게 빨리 되나요?”

 

그럼요. 그저께도 그 방에 있던 사형수 한 명을 처형했는데 그 사람은 형 확정 후 3일 만에 집행되었어요.

 

정치범이나 사상범들은 오래 놔두면 시끄러워지니까 빨리 처형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에게 집행 이틀 전에는 명단이 올라오니까 오면 알려 줄게요.”

 

.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목숨을 구해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죄수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옆구리를 창으로 깊게 찔러서, 피를 많이 흘려 죽게 해 주는 것뿐이에요.

 

어떤 죄수들은 십자가 위에서 이삼일씩 살아 있으면서 신음을 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다리를 꺾어 버려요.

 

마취제를 탄 쓴 포도주를 주는 것도 본인이 원하면 줄 수 있어요.”

 

,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혹시 연락할 일이 있으면 시온 호텔로 해 주세요.”

 

일어나는 맥슨을 롱기누스가 다시 주저앉히며 말했다.

 

언제 로마로 돌아가나요?”

 

저는 유월절 끝나고 곧 돌아갈 것 같습니다.

 

로무스 대장께서 아직 정식 발령이 안 나셨지만, 로마시 경찰대장으로 승진하셨어요

 

그분을 모시고 계속 일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시 경찰대장이면 대단하네요. 참 잘 되었습니다.

 

실은 맥슨 님을 만나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해도 될까요?”

 

그럼요. 무슨 말씀이든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어요.”

 

롱기누스의 주름진 얼굴이 애처로워 보였다.

 

나 좀 이 땅에서 떠나서 로마로 가게 해 줘요.

 

로무스 대장님이 한 마디만 해 주시면 금방 될 거예요.

 

이놈의 더운 사막에서 제정신 아닌 유대인들만 상대하다 보니, 이렇게 몇 년 더 하다가는 내가 먼저 돌아버릴 것 같아요.

 

로마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알렉산드리아도 좋고 갈리아나 브리튼의 전투지역도 갈 수 있어요.” 

 

그의 목소리가 애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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