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250화 ★ 유다의 은전 30개

wy 0 2024.01.03

왕비가 골라 준 옷을 입고 헤롯 궁을 나온 루브리아를 보고 유타나가 말했다.

 

어머, 새 옷이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왕비 님이 주셨나요?”

 

루브리아가 따로 큰 옷 보따리를 건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로 돌아오니 방에 사라가 보이지 않았다

 

유타나가 알아보겠다고 나가려는데 탈레스 선생이 들어왔다.

 

사라 아가씨가 식당에서 올라오다 쓰러져서 자기 방에 누워 있습니다.”

 

어머, 그래요? 정신을 잃었나요?”

 

의식은 있습니다.”

 

루브리아가 급히 복도를 건너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라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눈을 뜨지 않는 걸 보니 잠들었나 싶어서 소리를 낮춰 불렀다.

 

사라야, 나 왔어.”

 

그녀의 눈이 천천히 떠지며 루브리아를 쳐다보았다.

 

발갛게 충혈된 눈이었다.

 

왕비 님이 프로클라 여사님께 곧 말씀하실 거니까 일단 큰일은 없을 거야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 그래야지요. 그리고 특사를 받아서 풀려나야 하는데.”

 

, 아마 며칠 안에 그렇게 될 거야

 

나도 유대인의 하나님께 기도할게.”

 

, 제 실수 때문에 바라바 오빠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어지럽고 숨을 쉴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

 

사라 잘못이 아니야

 

바라바 님도 사라에게 고마워할 거야.”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듯했다.

 

, 그리고 언니, 베다니에 빨리 가 봐야지요.”

 

, 그래. 이제 곧 다녀올게. 사라는 잘 쉬고 있어.”

 

아니에요. 저도 같이 가야지요. 이제 괜찮아요.”

 

루브리아가 탈레스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가 사라의 맥을 짚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타나가 마차를 준비하러 먼저 내려갔다.

 

사라가 일어나 얼굴을 닦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금방 기운을 되찾은 성싶었다.

 

루브리아는 바라바에 대한 사라의 마음이 생각보다 깊은 것을 새삼 느꼈다.

 

어쩌면 자신은 그녀의 속마음을 몰라주고 오히려 방해하는 존재였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헤로디아 왕비와 카프리섬으로 가서 황제를 알현하면 또 어떤 운명이 그녀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라바의 생명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예수 선생을 만나러 베다니로 가는 길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오는 순례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걸어서 가나 마차로 가나 시간이 비슷하게 걸릴 것 같았다.

 

마차 안에서 탈레스 선생이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 그동안 증세에는 다행히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늘 꼭 치료를 잘 받아서 바다 색깔이 눈에서 사라져야 하는데.”

 

, 그렇게 되겠지요

 

지난번 제 왼쪽 눈 색깔이 더 푸르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들어서 그런지 오늘은 왼쪽 눈의 시야가 좀 좁아진 느낌이에요.”

 

, 그래요? 어디 다시 한 번 볼까요?”

 

아니에요. 지금은 좀 피곤해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눈을 감고 좀 쉴게요.”

 

오후 햇살이 마차 안에서도 꽤 따가웠다

 

피곤에 젖은 양떼의 울음소리도 섞여 들렸다.

 

어머, 정신이 없어서 요한 님께 주기로 한 돈을 안 가지고 왔네요.

 

어떻게 하지요, 루브리아 언니?”

 

, 나도 전혀 생각 못 했네

 

지금 돌아가서 가지고 올까?”

 

, 그럼 너무 늦을 거예요

 

양해를 구하고 내일 제가 따로 가서 드리면 되겠지요.”

 

그래, 내일 아침 일찍 사라가 가면 되겠지.”

 

다시 돌아가는 길은 너무 막힐 것 같았다.

 

루브리아가 계속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마차 옆을 스쳐 지나가는 어떤 사내의 모습이 사라의 눈에 띄었다.

 

분명히 어디서 본 얼굴인데 언뜻 생각나지 않았다.

 

순례객치고는 상당히 바쁜 걸음으로 혼자서 예루살렘을 향해 걷고 있었다.

 

사라도 피곤해서 생각하기를 멈추고 눈을 감고 머리를 젖혀 등받이에 기대었다.

 

 

 

유다 마나헴 마고 collage.png

 

잠시 후 한 사내가 가야바의 저택 문을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물어보는 목소리가 거칠었다.

 

오늘 대제사장 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마고 님이시지요?”

 

,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요한 님과 같이 만난 분이군요

 

유다라는 분이 온다고 들었는데 누구신가 했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마고가 목소리를 낮추며 대문을 열어 주었다.

 

별채 쪽으로 가시지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 사람은 몸통이 굵은 대추야자 나무가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는 정원을 지나갔다.

 

오후의 햇살을 바라보는 유다의 눈빛이 침착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마고가 안내하는 작은 방에 들어가 기다리니 곧 누가 들어왔다.

 

퉁퉁한 얼굴에 눈매가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옷차림이 가야바 대제사장은 아닌 듯했다.

 

, 잘 오셨소. 나는 성전 경비대장 마나헴이라고 하오.”

 

유다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스가리옷 유다입니다. 대제사장 님은 바쁘신가요?”

 

바쁘기도 하시지만, 이런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지요. 얼마를 주면 되겠소?”

 

유다가 마나헴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은전 30개입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 잠깐 기다리시오. 그 정도면 곧 가져오겠소.”

 

잠시 후 그가 작고 하얀 부대를 들고 들어왔다.

 

세어 보시오. 은전 33개 넣었소

 

가야바 대제사장님의 너그러운 뜻이오.”

 

유다가 부대를 열어 은전을 하나씩 세더니 세 개를 마나헴 앞으로 밀어 놓았다.

 

“30개 이상 받으면 안 됩니다.”

 

, 그래요? 알았소, 허허.”

 

마나헴이 은전 3개를 자기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나사렛 예수가 언제 움직일 것 같소?”

 

이삼 일 안에 기도하러 감람 산으로 가실 겁니다

 

주위에 사람이 많이 없을 때 다시 알려 드리지요.”

 

그래요. 그렇게 하시오.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마나헴에게 유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우리 선생님이 메시아로서의 능력을 이번에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마나헴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State
  • 현재 접속자 9 명
  • 오늘 방문자 739 명
  • 어제 방문자 235 명
  • 최대 방문자 884 명
  • 전체 방문자 293,82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