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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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08화 ★ 생명의 역청통

wy 0 2023.08.09

 

어느새 잠이 들었었나 보다.

 

옆 사람에게 방해될까 봐 뒤척이지도 않고, 이러다 밤을 새울 것 같았는데 잠깐 눈을 붙인 것이다.

 

루브리아가 쓰러져서 실려 나가는 모습, 사라의 걱정스런 눈빛이 계속 마주쳐 왔다.

 

그래도 로벤이 나가서 내 소식을 전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루브리아가 늦어도 오늘은 예수 선생을 만나서 눈을 치료받게 될 것이다.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보니 세 사람 중 바로 옆에 있는 이삭 선생은 깨어 있는 듯 했다.

 

바라바 이삭 1collage.png

 

그도 바라바가 깬 것을 알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안식일이니까 조금 더 자도 돼요.”

 

, .”

 

어제 오랫동안 잠 못 들던데.”

 

.”

 

가족은 어떻게 되시나?”

 

저는 미혼이구요, 아버님과 살고 있습니다.”

 

그럼 외아들입니까?”

 

.”

 

, 아버님께서 심려가 크시겠네.”

 

그 말을 듣자 바라바의 가슴이 찡하고 저려 왔다.

 

그동안 아버지 생각을 한 번도 안 한 것이다

 

아마 오늘쯤 쿰란에서 에세네파가 부탁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며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마나헴에게 복수는커녕, 그에게 다시 체포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을 아시면 얼마나 참담해 하실지 눈앞이 아득했다.

 

바라바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이삭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남자가 큰일 하다 보면 마음과 달리 효도 못 할 때가 많아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재판소에서 그 정도 사상자가 나왔다면 이쪽도 작은 조직은 아닐 텐데 어르신도 다 이해하실 거요.”

 

... 이삭 님은 여기 들어오신 지 2년이 넘었다고 하셨나요?”

 

바라바가 화제를 돌렸다.

 

그렇지요. 재작년 3월에 들어왔으니 벌써 그렇게 되었소

 

아니면 아직 그것밖에 안 된 건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처음에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는 정말 아찔했어요.

 

내 귀를 의심해서 옆의 변호사에게 내가 바로 들은 게 맞는지 물어봤지. 그냥 고개만 살짝 끄덕이더군.”

 

실례지만 무슨 일로 그렇게까지

 

산헤드린 의회에서 가야바의 비위 사실을 폭로했는데 처음에는 무고죄로 재판을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신성 모독죄가 적용되었어요.”

 

, .”

 

“3년 전 심한 가뭄이 들고 역병이 돌았던 때 기억나지요?”

 

, 그해 겨울에 비가 거의 안 왔었지요.”

 

산헤드린 의회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로 의결하고, 200마리를 번제용으로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터무니없이 비싸게 샀어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막을 알아보니 안나스 제사장이 개입돼 있었지.”

 

, 저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내가 조사 위원장을 맡았는데 아무 흠이 없는 순전한 양이라도 보통 양값의 5배를 받을 수 있냐고 공개 질의서를 냈지요.

 

당황한 이들은 서류를 조작하여 가격을 반으로 낮춘 후 내가 터무니없이 산헤드린 지도부를 음해한다고 거꾸로 공격했어요.”

 

이삭의 목소리가 조금 커지자 살몬이 자리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안 되겠네. 조금 더 쉬고 일어나서 또 얘기합시다.”

 

, 그러시지요.”

 

바라바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벽에 붙은 역청 통의 역청이 거의 떨어져 가는지 횃불이 가물거렸다

 

요남이 누운 자리에서는 아직도 코 고는 소리가 들려 왔다.

 

지금쯤 로벤이 서둘러 나발과 누보를 만나러 가고 있을 것이고 4일안에 독수리 깃발을 가지고 와야 한다.

 

횃불 대에 연결된 역청통은 한번 넣으면 5일 정도 가는데, 자신의 생명의 역청 통은 이제 4일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바라바의 귀에 찌직 하는 역청의 불순물 타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주름지고 근심 어린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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