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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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95화 ★ 바라바 vs 칼로스

wy 0 2023.06.25

바라바 칼로스 collage.png

 

 내가 물어보는 말을 솔직히 대답하면 처형을 면할 수도 있소.”

 

바라바를 마주 본 칼로스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밧줄을 풀어 주고 자네는 밖에 있게.”

 

옆에 차렷 자세로 서 있던 알렉스가 바라바의 몸을 감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알렉스의 눈동자가 바라바를 스쳐 지났다. 천부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알렉스가 나가며 문을 조용히 닫았다.

 

아셀 당수님과 나발을 체포하신 분입니까?”

 

내가 먼저 질문을 받았군. 그렇소, 내가 그랬소.”

 

두 사람 다 건강하게 잘 있겠지요?”

 

요 며칠 못 봤지만 아마 그럴 것이오.

 

이제 내가 질문하겠소. 독수리 깃발은 지금 어디 있소?”

 

바라바가 천부장의 눈을 들여다 본 후 말했다.

 

나발이 알 텐데요. 아직 못 들으셨나요?”

 

천부장이 하얀 벽으로 시선을 돌렸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실은 나발이 탈주했소. 그래서 지금 내가 당신을 만나고 있는 것이오.

 

독수리 깃발을 즉시 돌려주면 당신의 목숨은 살려주도록 해 보겠소.”

 

나발이 탈주를요?”

 

역시 나발답다고 생각하며 바라바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소. 기분이 좋은가요?”

 

, 솔직히 그렇습니다

 

제가 설령 잘못되더라도 나발 같은 동지가 있어서 마음 든든합니다.”

 

천부장이 화제를 바꾸어 다른 질문을 했다.

 

오늘 재판소에는 왜 왔소?”

 

갑작스러운 질문에 바라바가 대답을 머뭇거렸다.

 

오늘 재판소 앞에서 큰 소란을 핀 군중들이 많았으니 이것만으로도 민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기소될 것이오.

 

또 사상자가 많이 생겼으니 재판 과정 없이 현장범으로 처형이 가능하오.

 

혹시 가야바 대제사장을 해치려고 하였소?”

 

아닙니다.”

 

그럼 혹시 근위대장 로무스 장군의 딸을 납치하려 했소?”

 

아무 대답을 못 듣자 칼로스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하튼 지금 우리는 독수리 깃발을 하루속히 찾아야 하오

 

협조해 줄 수 있겠오?”

 

칼로스의 표정 없는 얼굴이 무섭게 느껴졌다.

 

솔직히 저도 지금 그것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나발이 친한 친구 몇 사람과 한 일이라, 나발과 연락이 안 되면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그 중요한 일을 바라바가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은데.”

 

, 그렇지요. 아마 재판을 한다면 판사는 아무 증거 없이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이 땅의 어느 판사도 열성당의 바라바 같은 삶을 산 경험이 없지요.

 

어느 누구나 그의 개인적 삶의 방식이 상식을 우선합니다.”

 

, 그 말을 듣고 보니 바라바라면 그럴 수도 있겠소.

 

그리고... 누구에게 물으면 될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고.”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지나고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을 것도 같네요. 그전에 약속을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뭔가요?”

 

저와 같이 잡혀 온 사람들은 이 일과 아무 연관이 없으니 풀어 주실 수 있는지요?”

 

조사가 끝나면 가능한 선처하겠소.”

 

바라바가 고개를 숙이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천부장님은 제 이름으로 빌라도 총독께 보낸 청원서에 대해 아시나요?”

 

잘 알고 있소.”

 

독수리 깃발을 찾은 후에 그 청원서에 대한 대답은 어찌하실 건가요?”

 

칼로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문이 열리며 알렉스가 슬며시 들어왔다.

 

마실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조용한 방 안이 걱정이 된 그가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계피향 냄새가 바라바의 마음을 휘저었다.

 

루브리아와 같이 즐겨 마시던 차였다.

 

알렉스가 바라바 것도 가지고 왔다

 

거물 대우를 해 주는 것이다.

 

양쪽에 계피차를 내려놓은 알렉스가 두 사람을 슬쩍 쳐다보고 다시 나갔다.

 

바라바에게 차를 권하고 칼로스가 먼저 한입 마셨다.

 

그 청원서는 사실 상당히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 할 사항이오

 

이미 로마에 그 청원서가 보내져서 황제 폐하께서 곧 보실 것이오.”

 

그럼 총독께서도 지금 로마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가요?”

 

그렇게 보면 될 것이오.”

 

그렇다면 이미 독수리 깃발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 되었는데 저희가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릴 이유가 있나요?”

 

바라바의 직선적 질문에 칼로스가 빙그레 웃었다.

 

이유가 있어요. 총독 각하가 여기 오래 계시는 것이 여러분을 위해 좋기 때문이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만약 독수리 깃발에 대한 소문이 크게 퍼져서 총독 각하가 소환이라도 당한다면 청원서는 없던 일이 될 것이오.”

 

차를 마시고 있는 바라바에게 천부장이 계속 말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지금 한배를 탄 형국이오

 

하루라도 빨리 깃발을 찾아봐야 하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요?”

 

,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찻잔에서 입을 떼며 바라바가 계속 물었다.

 

깃발을 찾으면 처형을 면해 준다는 건 무슨 말씀인가요?”

 

, 아까 말했듯이 당신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열성당의 그동안 행적으로 볼 때 유대 법정에서는 사형을 면하기 어려울 거요.

 

하지만 그 집행은 우리가 하게 되어 있으니 집행을 계속 연기해 준다는 거요.”

 

그럼 그 상태로 그냥 감옥에서 사는 건가요?”

 

“그렇소. 그렇게 집행을 연기받아 10년 넘게 산 사람도 있소.

 

더 좋은 방법은 나중에 특별 사면을 받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몇 년 후에 풀려나는 것이지요.”

 

바라바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말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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