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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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69화 ★ 미사엘의 기도

wy 0 2023.03.25

 

누보가 수건으로 싸가지고 온 빵을 어머니에게 보여 주었다.


구수한 냄새가 작은 방에 퍼졌다.

 

엄마가 이 빵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가지고 왔어요.”

 

고맙다. 고급호텔 빵이 역시 맛있구나. 너도 먹어라.”

 

빵을 한 입 먹으면서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아까 식당에 왔던 그 아가씨 누구니?”

 

누보가 언뜻 대답을 못 했다.

 

네가 사귀는 아이니?”

 

그냥 아는 여자예요.”

 

근데 아까 보니까 우는 것 같더라. 왜 우니?”

 

남이야 울건 말건 무슨 상관이세요!

 

누보가 벌컥 짜증을 냈다.

 

빵을 먹던 어머니의 속도가 느려졌다.

 

근데 너 무슨 걱정이 있니?

 

오늘 좀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 어쩌면 우리가 티베리아로 이사하는 거 조금 연기할지 몰라요.”

 

그래, 그거야 뭐 연기하면 어떠니. 그런 일로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가 하루하루 다 하나님 은혜로 사는 건데 오늘 하루 별일 없으면 감사한 거다.”

 

그래도 죄송해요. 티베리아에 집도 보러 다니셨는데.”

 

걱정하지 말래도... 좋은 집으로 이사 안 가면 어떠니.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 알았어요. 그럼 카잔 형님 좀 만나고 올게요.”

 

누보가 내려가 보니 카잔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

 

유리는 갔나요?”

 

그래. 조금 전에 나갔어.”

 

아무래도 안 되겠지요?”


그게 무슨 뜻인지 카잔이 금방 알아들었다.

 

아직은 모르지. 유리가 지금 나발의 생각도 전혀 모르고 있고.”

 

말없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누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황금 성배가 사마리아에 있나요?”

 

, 모세가 그리심 산 성전 거룩한 곳에 두었는데 어느 날 없어졌다고 해.”

 

누가 가져갔나요?”

 

“음... 약 백 년 전에 에세네파에서 가지고 갔는데 예루살렘 근처의 동굴에 숨겨 놨었다는군.”

 

아니, 왜 에세네파가 그런 짓을 했나요?”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모세의 정신을 이어받은 진정한 후계자로 생각하니까.

 

그런데 그것이 최근에 사마리아 성전에 다시 나타났다는 거야.”

 

, 그래요? 사마리아 사람들이 다시 찾아왔나요?”

 

사마리아에 사는 미테라교를 믿는 사람들이 가지고 온 것 같아.”

 

"모세의 그 황금 성배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나요?”

 

그 성배에 엄청난 보물이 있는 곳을 그린 지도가 새겨 있다는군.

 

, 그리고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그 성배에 야곱의 우물물을 넣어 마시면 나병이 깨끗이 낫는다고 하네.”

 

그래서 야곱의 우물이 있는 사마리아에 모세의 황금 성배가 다시 돌아왔나 보네요.”

 

그런지도 모르지. 내가 사마리아에 가면 미트라교에 잠입해 들어가야 하니까 황금 성배도 같이 찾아보려고 해.”


누보가 고개를 끄떡이다 입구 쪽을 보며 말했다.

 

, 유리가 또 오네요?”

 

그녀가 급한 걸음으로 식당에 들어왔다.

 

두 사람 앞에 와 앉지도 않고 말했다.

 

그 집에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집에 가다가 혹시나 해서 들러 봤는데 어린애 소리도 들려요.

 

아칸이 아직 이사 안 갔나 봐요.”

 

누보와 카잔이 동시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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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엘은 어려서부터 회당에 열심히 다녔다.

 

열성당 활동을 하고부터는 좀 소홀해졌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이 무슨 일을 열심히 계획해도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에 달려 있는데, 그 뜻을 인간이 알 수 없게 하셨다.

 

사무엘 님 같은 분을 일찍 데려가신 뜻도 알 수 없고, 오늘도 누보가 은전 상자를 들고 올 때만 해도 그 안에 돌멩이가 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인간은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미사엘은 생각했다.

 

한 시간 이상 혼자 조용히 사라의 재판을 위해 기도했다.

 

이 재판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하나님의 선하심을 나타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회당은 평일 오전이라 조용했고 기도실에는 미사엘 밖에 없었다.

 

기도를 마친 그는 배가 고팠으나 오늘은 종일 금식을 할 작정이라 가볍게 산책을 하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이 금식에 도움이 된다.

 

밖으로 나오니 중앙 회당을 빙 돌아 잔디가 심어져 있고 올리브 나무도 울창해서 걷기가 좋았다.

 

뒷마당을 무심코 걷던 중, 큰 나무 뒤 땅바닥에 검은 상자 같은 것이 언뜻 눈에 띄었다.

 

이게 뭔가 하고 다가가는데 상자 뚜껑이 움직이며 사람 소리가 들렸다.

 

그는 얼른 옆에 있는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상자가 열리며 남자 두 명이 조심스레 나왔다.

 

그들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그러니까 바라바가 호텔에 안 나타났다는 말이지?”

 

그래, 그러니까 못 잡았겠지.”

 

그럼. 나발이 거짓말을 한 건가?”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여하튼 빨리 고기 좀 먹고 오자.

 

며칠 그놈 지키느라 제대로 못 먹었더니 머리가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아.”

 

우리가 자리를 이렇게 비워도 괜찮을까?” 키가 작은 사람의 망설이는 목소리였다.

 

그럼, 이제 나발 놈은 문 열어줘도 도망 안 갈 거야.”

 

그렇겠지. 도망가기에는 늦었지.

 

그럼 아무도 없을 때 빨리 먹고 오자.”

 

두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뒷마당을 빠져나갔다.

 

그들의 대화로 볼 때 나발이 잡혀 있는 것이 저 아래 어디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미사엘이 나무 뒤에서 나와 그들이 나온 상자에 가까이 갔다.

 

상자 위에 흙과 잔디를 덮어 놔서 언뜻 보면 잘 안 보였다.

 

상자의 손잡이를 잡아 뚜껑을 열었더니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혼자 들어가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 손잡이를 내리며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아래에 아무도 없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미사엘은 손잡이를 다시 들어 올리고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았다.

 

어두운 계단 아래 벽에는 횃불이 비치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나발이 잡혀간 것은 자기가 헤제키아에게 경솔히 그의 거처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었다.

 

미사엘은 심호흡을 깊게 한 후 계단 아래로 한 걸음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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