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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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46화 ★ 악화하는 루브리아의 눈

wy 0 2023.01.04

 

 역시 집안에 사람들의 인기척이 있었어.”

 

누보의 집을 조심스레 다녀온 미사엘의 말이었다.

 

마나헴이 오반을 시켜 시카리 폭력배들을 배치시켜 놓고 누보가 오면 잡으라고 했을 것이다.

 

나발과 헤스론 형이 있으면 집에 들어가서 당장 그들을 때려눕히고, 은전 상자를 가져올 수 있을 텐데, 미사엘 님과 카잔 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하려고 할지, 또 할 수는 있을지 걱정이었다.

 

우리 집에 사람들이 몇 명쯤 있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서너 명은 되는 것 같던데.”

 

미사엘의 걱정스런 대답이었다.

 

이렇게 엄마와 계속 호텔에 있기도 어렵고, 곧 유리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누보를 초조하게 했다.

 

그 집에서 가지고 와야 할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나헴이 없는 지금이 기회일 거야. 우르소가 와서 지키면 더 힘들어질 테니까.”

 

카잔이 우르소를 의식하며 한 말이었다.

 

저는 싸움도 못하니 있으나 마나고, 두 분만 가셔서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자네가 있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야.” 카잔의 콧수염이 가볍게 흔들렸다.

 

우리 셋이 집 앞에 가서 먼저 누보가 들어가는 척하면 그들이 보고 잡으려고 쫓아 나올 거 아냐?

 

그럼 그 후에 미사엘 님과 내가 들어가는 거지. 만약 집 안에 3명이 있더라도 2명은 자네를 잡으러 나올 거야.”

 

, 그럼 저는 적당히 그들을 따돌리기만 하면 되겠군요.”

 

, 그렇지. 그건 문제없잖아.” 카잔이 미사엘을 보며 싱긋 웃었다.

 

미사엘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보가 그제야, 가지고 나올 물건이 은전 상자이고 그것이 묻혀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럼 내일 아침 해 뜨면 일찍 가도록 하자.

 

지금은 곧 어두워지면 흙을 파기가 어려울 거야.”

 

미사엘이 누보에게 말했다.

 

.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을게요.

 

어머니도 아시면 너무 고마워하실 거예요.”

 

누보가 두 사람에게 각각 머리를 숙였다.

 

나야 뭐 지금 특별히 할 일도 없지만, 카잔 님이 고향에도 못 가시고 고생이시네.”

 

, 카잔 형님, 사마리아에는 조금 늦게 가셔도 되지요?”

 

걱정 마. 이렇게 중요한 일이 있는데 갈 수는 없지.” 

 

누보가 얼굴이 밝아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번 카잔 형님의 따님이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11살쯤 되었을 거라 하셨지요?

 

사마리아에 있나요?”

 

누보의 질문에 카잔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 그럴 거야.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도 사실은 그 아이를 찾아보려는 건데

 

누보와 미사엘이 아무 말 없이 카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혹시 *‘미트라교라고 들어 봤나?”

 

누보가 잘 모르는 듯 미사엘을 돌아보았다.

 

미트라교라면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종교로서, 혹시 태양 숭배를 하는 종교 아닌가요?

 

로마 사람들, 특히 군인들이 많이 믿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사엘의 말에 카잔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 지금 로마에서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나와 동거하던 여자가 거기에 빠져서 가출을 했지요.

 

한 살 된 딸아이를 데리고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사라졌어요.”

 

,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그 여자가 미워서 한동안 괴로웠지요.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얼마 후 죽어서 돌아왔어요.

 

미트라교에서는 황소를 희생제물로 드리면서, 황소의 생식기를 먼저 끊어 피를 흘리는 제사 의식이 있는데, 이걸 잘

못 처리하다 그렇게 된 것 같았어요.”

 

어휴, 끔찍하네요. 무슨 그런 종교가 다 있어요.”

 

누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여자의 장례를 치른 후 딸 아이를 수소문해 보았는데 미트라교 안에서 누가 기른다는 소문만 있고 찾을 수는 없었어요.

 

나중에 찾겠다는 생각만 하고 너무 괴로워 사마리아를 떠났던 거지요.”

 

말을 마치고 카잔이 고개를 숙였다.

 

 

 

 

히포크라테스 선생은 눈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아가씨처럼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실명하는 사람 중 간혹 눈동자가 바다색으로 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시력을 잃는다고 했지요.

 

아가씨는 눈동자 색깔의 변화가 없으니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탈레스 선생이 마차 안에서 루브리아에게 눈에 대한 의학적 지식을 설명하였다.

 

. 그렇군요. 저는 가끔 파란 눈의 여자가 부러웠는데 지금은 안 되겠어요.

 

제 눈 같은 증세를 히포크라테스 선생은 뭐라고 하셨나요?”

 

그의 책에는 *‘글라우코스라고 써 있는데 그리스어로 올빼미라는 뜻이지요.”


올빼미요? 왜 그랬을까요?”

 

선천성으로 이런 증세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의 눈동자가 보통 사람보다 큰 경우가 많습니다.

 

올빼미 눈 같다고 생각한 거지요.

 

또 눈동자가 파래지는 경우도 대개는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면 이미 손을 쓰기가 늦습니다.”

 

. 그러니까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되는지 전혀 모르는 거지요?”


. 전에 말씀드렸듯이 우리 의사들이 확실히 알 수 있는 인체에 대한 지식은 극히 제한되어 있지요.

다만 이 경우에 왜 그런지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

 

, 어떤 추측인가요?”

 

눈은 우리가 안구라고 부르듯이 작은 공 모양을 하고 있지요.

 

눈을 해부해 보면 대부분 투명하고 진득진득한 액체로 차 있고, 눈동자에는 빛의 밝기에 따라 그 빛을 적절히 받아들이기 위한 조정장치로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 그래서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가면 눈이 부셔서 잘 안 보이지요.”

 

. 이 조정 기능은 생명이 있는 한 작동을 하고, 시력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력은 안구 자체의 모양이나 압력과 연관이 있다고 추측합니다.

 

예를 들면 눈물이 조금씩 일정하게 흐르는데 이것이 잘 빠지지 않아 안구가 팽창하여 압력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이러다 보면 안구가 타원형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요.”

 

안구의 압력이 어떤 영향을 준다는 말씀이군요.”

 

.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요.

 

, 오늘 떠나기 전에 눈을 못 봤으니까 지금 간단히 좀 볼까요?”

 

탈레스 선생이 돋보기를 루브리아의 눈에 대었다.

 

선생이 보통 때보다 한참을 더 오래 들여다보았다. 

 

왜요? 무슨 변화가 있나요?” 사라가 옆에서 물었다.

 

잠깐 마차를 세워 보세요.”

 

선생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마차가 급히 서고 선생이 다시 루브리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흙먼지가 날리며 뒤에서 오던 맥슨 백부장이 급히 달려왔다.

 

유타나도 무슨 일인가 하고 내려서 마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맥슨과 유타나가 동시에 물었다.

 

탈레스 선생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차를 다시 출발시키세요.”

 

마차가 출발한 후 선생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에 무슨 큰 걱정거리가 있었나요? 눈 색깔이 약간 파랗게 되었어요.”

 

그 말을 들은 루브리아의 시야가 더욱 흐릿해졌다.

루브리아 탈레스 유타나 맥슨 collage.png

  

*미트라교: 미트라(Mithras)라는 신을 믿는 종교로서 AD 1세기부터 4세기까지 로마 군인들 사이에서 널리 믿어진 컬트 종교.

*글라우코스: 현대 의학에서 녹내장을 이르는 글루코마가 글라우코스(올빼미 눈)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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