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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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22화 ★ 쿰란 동굴에서 할 일

wy 0 2022.10.12

아버지가 저녁 식사 후 바라바를 불렀다.

 

아직 아버지에게 로마로 갈 계획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루브리아의 눈이 치료되면 그때 자세히 말씀드릴 생각이다.

 

여기서 혼자 계실 것이 좀 걱정이지만, 헤스론을 가게에서 일하게 하며 돌봐드리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너 사라 재판 때문에 곧 예루살렘에 간다고 했었지?”

 

. 내주 화요일에 갈 겁니다.”

 

그럼 이번에 중요한 일을 한 가지 할 수 있겠니?”

 

“네, 어떤 일인데요?”

 

바라바는 이번 여행에 중요한 일이 또 생기는가 싶었다.

 

너 쿰란의 빌립 선생님 기억나지?”

 

그럼요. 예전에 우리 가게 개업할 때도 오셨었지요.

 

그러고 보니 그 후에 한 번도 못 뵈었네요.”

 

안나스 대제사장의 협박을 무시하고, 성전 앞에 큰 가게를 열자 마나헴이 가게에 불을 지른 충격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이 어제 일처럼 스쳤다.

 

이번에 예루살렘 가는 길에 쿰란에 들려서 빌립 선생님을 만나거라.”

 

, 만나서 무슨 일을 하나요?”

 

우리 에세네파가 생긴 지 200년인데 빌립 선생님이 그동안 우리의 역사와 생활 규범 등을 잘 정리해 놓으셨다.

 

또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책 등을 후세에 남기고 싶은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은밀히 보관하려 하신다.

 

그 작업을 네게 부탁하시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빌립 선생님을 가서 만나지요.

 

그런데 그런 일은 주위에 다른 사람을 시켜도 되지 않나요?”

 

바라바가 궁금한 듯 물었다.

 

, 나도 빌립 선생이 보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

 

세례 요한 선생이 갑자기 변을 당한 후 에세네파 내부에 파벌이 생겨서 보안 유지가 쉽지 않다는구나.

 

 젊은 사람들이 이런 귀중한 문서를 조금씩 고치려 하는데 보관 장소가 알려지면 좋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이 잘 모르는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았던 거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네가 산을 잘 타서 뽑힌 거다.”

 

제가 산을 잘 타서요?”

 

“그래. 문서들을 두루마리로 만들어서 쿰란 산 중턱에 있는 동굴에 보관하려 하는데, 접근이 쉽지 않은 자리를 고르려면 험한 산을 잘 올라야지.”

 

쿰란 동굴 Screenshot 2022-10-11 at 09.34.33.JPG

 쿰란 동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우리 에세네파가 볼 때는 말세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세라는 건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이지.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두각을 나타내는데 그전에 큰 환란이 온다고 생각한다.”

 

환란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전쟁일 수도 있고 큰 지진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로마군대가 예루살렘을 초토화할지도 모르고.”

 

, 거기에 대비해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거군요.”

 

그렇지.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 예루살렘 성전도 무너지고 불타버릴 수 있으니까.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지.”

 

, 알겠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하루 먼저 월요일에 내려가는 게 좋겠는데요.

 

수요일부터는 재판도 가 봐야 하고 다른 일도 좀 있어서요.”

 

그래, 그렇게 해라. 언제 돌아올 거니?”

 

유월절 시작 전에는 돌아올 거예요.

 

그런데 혹시 아버지도 예수 선생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럼. 세례 요한 선생에게 세례받은 분이고, 세상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회개하라는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분이지.”

 

. 여러 가지 병도 고쳐주시고요.”

 

, 그 분도 아마 우리 에세네파의 영향을 은근히 많이 받았을 거다.

 

그러나저러나 말세가 곧 오긴 올 법도 하다.

 

에세네파도 이렇게 분열되는 것을 보니.”

 

아버지의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헤로디아 왕비가 오랜만에 부르는 것은 유월절 준비 때문일 것이다.

 

경호 문제는 마나헴이 곧 내려올 것이고 전체 행사는 사위 가야바가 잘 준비하고 있다.

 

마침 왕비를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대제사장님, 어서 오세요. 그간 자주 못 뵈었는데 얼굴색이 더 좋으시네요.”

 

헤로디아가 반갑게 그를 맞았다.

 

안나스는 오랜 경험상, 왕비가 친절할 때는 뭔가 쉽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왕비님께서 늘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곧 유월절인데 준비는 잘 되고 있으신지요?”

 

, 올해는 특히 성전 외벽 공사도 완공돼서 더욱 뜻깊은 유월절이 될 것입니다.

 

헤롯 폐하와 왕비님을 모시는데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제사장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어련하시겠어요.”

 

안나스는 왕비가 다음에 어떤 말은 하려는지 궁금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제가 좀 중요한 일을 상의 드려야 하는데 제사장님께서 적극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그럼요. 무슨 일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드려야지요.”

 

제가 유월절 끝나고 로마에 가서 칼리쿨라 님을 만나려 해요.

 

안나스 님이 보실 때는 다음 황제로 칼리쿨라 님이 되실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안나스는 왕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짐작이 되었다.

 

, 조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반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잘 보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만나서 여러 가지 말씀도 드리면서 선물을 좀 가져가야겠는데. 지금 왕궁 예산으로는 부족하네요.

 

적어도 200달란트의 금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반은 안나스 대제사장께서 마련해 주시면 좋겠어요.”

 

헤로디아의 입에서 예상했던 말이 나왔다.

 

. 알겠습니다.

 

지금 성전에 비축해 둔 자금이 100달란트니까 모두 일시 차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나스가 시원시원하게 적극 협조의 뜻을 밝혔다.

 

, 역시 대제사장님은 제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큰 도움을 주시네요제가 잊지 않겠습니다.”

 

무슨 황송한 말씀을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헤롯 폐하께서도 같이 걱정하셨는데 이 말씀을 들으시면 좋아하시겠어요.

 

이번에 차용된 자금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서 보전해 드릴게요.”

 

. 알겠습니다. 그리고 왕비님께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헤로디아는 어째 이 노인이 쉽게 협력한다 했더니 할 말이 있었구나 싶었다.

 

헤로디아 안나스 collage.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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