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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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21화 ★ 사도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

wy 0 2022.10.09


 가낫세 변호사의 사무실은 입구부터 화려했다.

 

하얀 대리석 기둥에 바닥은 초록색 돌을 깔았고, 손님 대기실의 크기만도 살로메 자신의 집보다 컸다.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리기만 해도, 수임료를 조금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얀 벽에는 대제사장이었던 안나스를 비롯해 지금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초상까지 쭉 걸려있는데, 거의 다 안나스 집안 사람들이다.

 

그들의 얼굴은 근엄하면서 자애로워 보였다.

 

둘째 아들 요한의 부탁을 받고, 남편 모르게 아침 일찍 나왔는데 벌써 대기실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서너 명 있었다.

 

세련된 화장에 동그란 은귀걸이를 한 30대의 여비서가 그녀에게 와서 물었다.

 

어느 변호사님 만나러 오셨나요?”

 

살로메가 한 박자 쉬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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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낫세 변호사님 사무실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만, 변호사가 네 분 계시는데 어느 분을 만나실 건지요?”

 

, 가낫세 변호사님요.”

 

가낫세 변호사님을 개인적으로 아시나요?”

 

, . 조금.”

 

말꼬리를 흐리는 살로메가 미심쩍은 듯 비서가 다시 물었다.

 

실례지만 어느 분의 소개로 오셨나요?”

 

, 저의 남편이 예전에 안나스 대제사장님과 친분이 좀 있어서요. 그분의 추천으로.”

 

이왕 말할 거 제일 높은 사람의 이름을 댔다.

 

사실 그녀의 남편 세베대오가 오래전, 여러 척의 배를 가지고 물고기를 잡아 수산 시장에 납품할 때 안나스 제사장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살로메가 고급 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태도가 품위 있어 보였는지 비서가 상냥하게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어젯밤 요한의 설명을 들은 살로메는 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 둘이 다 예수를 따라다니는데 만에 하나 그가 잘못되면 큰일이다.

 

지난번 예수 선생에게 세상이 바뀌면, 야고보와 요한을 특별히 잘 부탁한다고 할 때는 반응이 안 좋았지만, 이번에 요한이 공을 세우면 완전히 그의 오른팔이 될 것이다.

 

살로메가 이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비서가 들어와 가낫세 변호사의 방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안녕하세요? 가낫세 변호사입니다. 이리로 앉으시지요.”

 

날카로운 인상의 가낫세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권했다.

 

[크기변환]가낫세1shutterstock_187946186.jpg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상냥하게 물어보는 가낫세에게 그녀가 자세한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미리 오신 거군요.”

 

, 그렇습니다.”

 

아주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의뢰인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생깁니다.

 

아드님이 선생으로 모시는 사람 이름이 '예수'라고 했나요?”

 

.”

 

, 예수라는 이름이 하도 많아서.”

 

가낫세가 메모를 하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나사렛 예수'라고도 합니다.”

 

, 제가 그 사람에 대해 얼마 전에 한 번 들어본 것 같습니다.

 

, 걱정을 끼치려는 건 아니지만, 이번 유월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혹시 손님께서 이 사람과 인척이 되시나요?”

 

대답을 머뭇거리는 살로메에게 가낫세 변호사가 말했다.

 

곤란한 대답은 안 하셔도 됩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나스 대제사장님을 아시는 주인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지요?”

 

변호사는 살로메의 남편 '세베대오'의 이름을 철필로 적은 다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님은 저에게 바로 잘 찾아오신 겁니다.

 

대충 들으셨겠지만 제 승소율은 90퍼센트가 넘습니다.

 

특히 가야바 대제사장님이 주심인 재판에서는 아직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제 자랑 같습니다만, 어렸을 때 안나스 제사장님에게 직접 탈무드를 배웠고, 가야바 대제사장님과는 가족같이 지내는 사이입니다.

 

, 그런데 이 사람, 나사렛 예수가 만약 기소된다면 내란 음모죄나 신성 모독죄가 적용될 것입니다.

 

이 중에 신성 모독죄가 더 다루기 어렵고, 이 경우 안나스 대제사장님의 의중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 그렇군요. 그런데 신성 모독죄라는 건 좀 애매하지 않나요?”

 

살로메의 질문을 받고 가낫세가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로서는 일하기가 더 어렵지요.

 

, 힌두교 경전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벌써 천년 전에 이런 구절을 경전에 써넣은 인도사람들의 지혜가 놀랍지요.

 

만지는 장님마다 코끼리가 기둥처럼, 벽처럼, 새끼줄처럼 생겼다고 믿는 거지요.

 

제가 할 일은 누가 고소를 해도 재판관이 만지는 코끼리와 의뢰인이 만지는 코끼리가 같은 곳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제 의뢰인이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면 재판관도 다리를 만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역시 대단히 유능한 변호사라서 수임료가 비싸겠네요.’

 

살로메가 덜컥 하고 싶은 말을 입안으로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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