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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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35화 ★ 야고보의 에비온파

wy 0 08:45

니고데모는 저녁 늦게 모르는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정문을 지키는 하인이 보고하기는 어떤 건장한 갈릴리 사람이 주인님을 만나서 나사렛 예수에 대한 말씀을 꼭 해야 한다며 몇 시간 째 안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니고데모는 처음 예수 선생을 몰래 찾아갔을 때도 이렇게 어두웠을 때였던 기억을 하며 방문객을 들어오도록 했다.

 

그는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진한 회색 옷으로 몸을 둘렀다.

 

키가 컸고 긴 구레나룻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으나 어딘가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니고데모 님

 

방문객은 응접실에 들어와서 주위를 한 번 살피고 말을 이었다.

 

저는 야고보라고 합니다. 예수 선생의 바로 아래 동생입니다.”

 

,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니고데모가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자리를 권했다.

 

야고보는 그동안 갈릴리에 예수 선생이 나타나 제자들을 만난 이야기와 선생의 뜻을 계속 발전 계승하기 위해 자신이 예루살렘에 다시 왔다는 말을 했다.

 

니고데모도 그런 소문을 들었다고 하며 그럼 예수 선생도 예루살렘으로 곧 오실 것인지 물었다.

 

야고보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저희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의원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말을 하는 야고보의 얼굴이 예수 선생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래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해야지요.”

 

고맙습니다. 의원님. 우선 저희가 안전하게 은신하며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벌써 백 명이 넘게 모이는데 지금 장소가 너무 협소합니다.”

 

, 그렇군요. 내가 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모이고 있나요?”

 

시내 실로암 연못 근처 큰 다락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모이고 있습니다.”

 

야고보의 태도는 부탁하는 입장이지만 의연해 보였다.

 

또 한 가지 일은 최근 제자들 모임을 은밀히 조사하는 바리새인이 있는데 알아보니 사울이라는 젊은 학자라고 합니다.

 

가말리엘 선생의 제자라는데 의원님이 아시면 소개를 한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울이라는 분을 알긴 아는데 만나서 어떻게 하려고요?”

 

니고데모가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려 합니다.

 

예수 선생의 부활을 증언하고 율법만으로는 우리 유대교의 장래가 어둡다는 말씀을 드리면 설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율법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고요.”

 

야고보가 율법에 대한 설명을 보태었다.

 

예수 선생도 당신이 율법을 없애려 온 것이 아니고 완성하려 왔다고 했지만 기존 유대교의 위선과 독선이 문제라고 지적하셨지요.”

 

유대교에서 새로운 분파를 만드는 건가요? 예수 선생을 따르는 사람들이?”

, 그렇습니다. 400년 전 바리새파가 나왔듯이 이제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의미에서 더욱 발전된 모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니고데모가 고개만 살며시 끄덕이자 야고보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저도 예수 선생님, 저의 형이 부활하기 전에는 그를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지나고 보니 이제 그가 누구였고 저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제가 거듭나게 된 겁니다.”

 

니고데모가 얼마 전 야고보의 형에게 물었던 질문을 다시 했다.

거듭나는 게 무엇입니까?”


야고보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사명을 깨닫고 그 일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그러한 생사를 벗어나는 사명을 깨치면 모든 일에 막힘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이렇게 회심한 사람이 거듭난 사람입니다.”

 

야고보의 말이 어느새 한 종파의 리더다운 힘과 논리를 갖춘 듯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종파를 만들 생각입니까?”

 

예수 선생을 우리의 메시아로 삼고 그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선생이 늘 강조하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그들이 복을 받는 세상을 만드는 모임이지요.

 

그래서 에비온파’, 즉 서민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에비온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인뿐 아니라 안디옥이나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해외 유대인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그리스 말도 잘하고 늘 여행을 하니까 예수 선생이 하신 말씀들을 그리스어로 번역하여 온 세상에 널리 전파할 것입니다.”

 

니고데모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대단히 의욕적이고 방향도 좋은 것 같습니다.

 

벌써 많은 동지가 생겼군요.

 

하지만 사울 님을 만나는 것은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네요.

 

야고보 님이 아직 그를 잘 모르시는데 그 사람은 회유되거나 타협할 사람이 아닙니다.”

 

야고보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색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렸다.

낙타무릎 야고보 니고데모 collage.png

 

그의 무릎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고 펑퍼짐했다.

 

니고데모 님, 사람들이 이 무릎을 낙타 무릎이라고 합니다.

 

제가 수염도 낙타처럼 길게 났지만, 하루에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늘 엎드려 무릎 꿇고 기도하기 때문에 낙타 무릎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떠한 위협이나 수치도 견딜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사울 님을 만나게만 해주시면 반드시 에비온파로 만들 수 있어요.

 

예수 선생을 그렇게 비난하던 식당 주인 엘리아셀도 지금 우리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야고보가 무릎 아래로 바지를 내린 후 다시 앉았다.

 

, 지금 에비온파를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니고데모가 속으로 사울은 설득이 안 되는데 생각하며 다른 질문을 했다.

 

, 제자 중에는 베드로 님과 선생의 사촌인 요한이 있고 해외파에는 스테판 님이 있습니다.”

 

여성분들은 없나요?”

 

니고데모가 구사의 아내 요안나의 가마를 탔던 생각을 하며 물었다.

 

, 우리가 좀 더 안정되면 연락을 드릴 분이 몇 명 있습니다.

 

예수 선생을 부활 이후 처음 만난 막달라 마리아 님, 헤롯 왕궁의 요안나 님, 베다니의 마르다, 마리아 자매님등입니다.”

 

알겠습니다. 사울 님은 제가 방법을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집회 장소는 마침 아는 친구의 집이 비어 있는 곳이 있는데 다락방도 넓고 좋을 것 같네요.

 

주인에게 허락받고 곧 알려드리지요.”

 

, 감사합니다. 니고데모 님, 저의 형님이 아시면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니고데모는 예수 선생이 벌써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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