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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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99화 ★ 오른뺨, 왼뺨

wy 0 2024.06.23

예수 선생이 누가 당신의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내밀어라라고 했다는데 이것은 완전 무저항주의가 아닌가요?”

 

이모가 다시 촌장에게 물었다.

 

, 이모님은 예수 선생이 우리와 같이 계실 때 오지 않으셨지요.

 

그 말씀에 대해서 우리도 처음에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포티나 님이 예수 선생께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지요.”

 

촌장이 포티나에게 그날 선생에게 들은 말을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앞에 놓인 물을 한 잔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여러분의 오른뺨을 치려면 치는 사람이 왼손잡이가 아닌 한 오른손 등으로 쳐야 합니다.

 

그것이 유대 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지요?”

 

카잔과 이모가 고개를 끄덕였고 포티나가 계속했다.

 

, 손등으로 치는 것은 상대방을 지극히 업신여기며 경멸한다는 뜻입니다.

 

자기보다 아래 사람을 혼내는 방식이지요.

 

주인이 노예들을, 로마인은 유대인을 그렇게 다루었고 같은 신분의 사람을 손등으로 치면 손바닥으로 치는 것의 100배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유대교 미슈나에 적혀 있는 벌금 규정입니다.

 

예수 선생님의 말씀은 이렇게 멸시를 받을 때 굴복하지 말고 왼뺨을 때리라고, 그러니까 당신과 나는 동등한 인간이니까 손바닥으로 치라는 강력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예수 선생님의 비폭력 저항입니다.”

 

, 그렇군요. 그러면 상대방이 김이 좀 빠지겠네요.”

 

카잔이 말했다.

 

, 더 이상 멸시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손등으로 친 효과가 없어진 것이지요.

 

또 왼손잡이라 하더라도 유대인들은 왼손은 불결한 일에만 쓰고, 심지어 왼손으로 제스처만 써도 에세네파에서는 열흘 동안 근신하는 벌을 받습니다.”

 

포티나가 살짝 미소를 지며 계속 말했다.

 

물론 그러다 왼뺨을 한 대 더 맞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예수 선생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불의에 복종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난을 의연히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불의를 폭력으로 맞선다면 우리는 그들과 거의 같은 사람이 됩니다.”

 

, 알겠습니다. 선생의 말씀은 그런 뜻이었군요.

 

하지만 악법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거나 큰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이런 논리는 다소 한가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복종보다는 폭력을 택해서 싸울 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을 법을 어겼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겠지요.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가해자들과 싸우며 저항할 때 중립적 자세는 예수 선생의 길이 아닙니다.

 

그분은 억압당하고, 멸시당하고 고난을 당하는 사람들의 편이었지요.”

 

그녀가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계속했다.

 

여기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유혹이 있는데 그것은 스스로 의로운 자라고 생각하는 착각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을 동지와 적, 선인과 악인으로 나누어 정죄하기 시작합니다.

 

오른뺨을 맞고 왼뺨으로 돌리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기 쉽지요.

 

너는 악인 나는 선인’, 선생님은 이것이 우리 밑바닥에 감추어져 있는 내면적 어두움이라고 하셨어요.

 

상대방의 폭력은 두렵고 증오스럽지만 내 안에 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외면하기 쉽지요.

 

깊이 뿌리 박힌 악의 충동, 어쩌면 이것이 원죄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그 원죄 말이지요.”

 

포티나 님이 예수 선생께 직접 들은 말씀을 설명해 주시니 참 좋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만 실행되면 예수 선생의 비폭력 투쟁이 도덕적으로는 물론 실질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 억압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군요.”

 

카잔이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사람이 유대 율법에 나오는 눈에는 눈이란 생각으로, 폭력의 악순환을 거듭하거나 아니면 포기와 굴종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나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 방법으로는 어떤 사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선생님의 제3의 방법, 적극적인 비폭력 저항이 바른길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공동체, 예수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임, ‘교회라고 할 수 있겠지요.”

 

, 교회, 회당의 새로운 이름이군요.

 

저도 가입하고 싶습니다. 그 모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면 좋겠네요.”

 

, 우리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티나가 이렇게 말하자 촌장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 교회의 목표는 세상 안에서 바깥을 비추는 빛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과 상관없는 동떨어진 모임이 아니고 그 한복판에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지요.

 

예수 선생이 세상을 향해 질타하듯이 우리도 세상의 진정한 발전과 평화를 위해 고난을 각오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냥 참기만 하는 것은 예수 선생의 방법이 아닙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내밀어라의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잔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알겠습니다. 과연 그분다운 말씀이십니다.

 

저도 지금 그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행동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있어야 할 것이고 바로 이 점에서 예수 선생의 가르침이 더욱 빛이 나는 듯합니다.

 

자기를 핍박하고 멸시하는 상대방을 향한 자애로운 마음이지요.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경지를 그분이 이룬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은 쉽지만 따르기는 어려운 말씀이지요.

 

하지만 종교가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상에 대한 인간의 헌신이라면, 예수 선생은 유대교에 새로운 변화를 이루신 분입니다.”

 

촌장의 말이 끝나자 하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뒤에 미갈이 따라 들어왔다.

 

촌장님, 안녕하세요? 그간 건강하셨지요?”

 

, 그래. 오랜만이네. 고향에 왔다는 소리는 들었어.”

 

촌장님께 인사도 드릴 겸 깜짝 놀랄 소문이 있어서 급히 왔어요.”

 

그녀가 주위를 돌아보며 계속 말했다.

 

나사렛 예수가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대요.

 

예루살렘에는 이 소문이 쫙 퍼졌다고 어제 저녁에 온 제 친구가 알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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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소리에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촌장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 그렇다면 유대교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종교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있을 것 같네.

 

살아나셨으면 여기도 곧 오실 거야.”

 

포티나의 맑은 두 눈이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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