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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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26화 ★ 미사엘의 기쁨

wy 0 2023.10.11

사라가 오랜만에 음식 솜씨를 발휘하였다.

 

미사엘 님과 로벤, 네리를 집으로 초대하여 둥근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녀가 샐러드에 땅콩을 섞은 전채요리를 먼저 한 입 먹으며 말했다.

 

오후에 시장에 가서 급히 장을 보느라 실력 발휘가 안 되었어요.”

 

생선찜 요리 냄새가 아주 맛있게 나는데요?”

 

미사엘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제가 원래 생선 요리를 잘해요.

 

생선집 딸이었잖아요. 호호.”

 

로벤이 샐러드를 금방 비우고 또 한 접시를 담았다

 

입가에 땅콩 조각이 붙어 있었다.

 

곧 사라가 흰살 생선을 부엌에서 내놓으니 경쟁이라도 하듯이 남자 3명이 생선을 순식간에 모두 끝냈다.

 

사라는 바라바 오빠가 이번에 풀려나면 요셉 선생님과 함께 집에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라바 님이 고생이 많을 텐데 우리만 잘 먹어서 미안하네요.”

 

미사엘의 말에 사라가 속마음을 들킨 듯했다.

 

바라바 님 얼굴은 어떻던가?”

 

로벤을 보며 미사엘이 물었다.

 

, 원래 말씀이 많지 않은 분이라 잘 모르겠지만, 뵙기에는 괜찮으셨어요

 

그래도 감옥 안이 뭐 오죽하겠어요? 별사람이 다 있을 텐데요.”

 

미사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사라가 말했다.

 

미사엘 님도 그 안에서 몇 년 고생하시면서 이상한 사람 많이 보셨지요

 

, 제가 디저트를 가지고 나오면 말씀해 주세요.”

 

사라가 단빵 위에 오렌지를 올린 디저트와 술 한 병을 가지고 나왔다.

 

이 술은 식후 마시는 건데 사과로 만든 술이니까 네리 씨도 마셔도 돼요.”

 

사라가 작고 긴 유리잔에 술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투명한 액체에서 진한 사과 냄새 향기가 톡 쏘듯이 올라왔다.

 

미사엘이 한 잔을 한 입에 털어 넣고 생각보다 독한지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제가 처음에 들어간 방은 모두 6명이 있는 방이었어요.

 

사람들이 제가 열성당원인지 몰랐고, 저는 밖에서 하던 대로 가능한 모두에게 부드럽게 대해 주었지요.”

 

사라가 잔을 들어 사과주를 반 잔쯤 마시고 조용히 다시 놓았다.

 

한두 주쯤 지나니까 그중 나를 잘 따르던 젊은 친구 하나가 나에게 조언을 해 주더군요.

 

형님, 여기는 무서운 곳이에요

 

상대방이 조금만 약해 보이면 마구 짓밟아요

 

가끔 인상도 좀 쓰시고 말할 때 욕도 좀 섞어서 하세요

 

사실 그의 말대로 주위에 한두 사람이 슬슬 텃세를 부리고 공연히 시비를 걸기도 했어요.

 

내가 조언을 해 준 친구에게 말했지요

 

없는 인상 쓰기 어렵고, 억지로 욕하면 내 입에 미안해서 못 하겠다.’ 라고요.”

 

로벤이 자기 잔에다 술을 한 잔 더 따르며 물었다.

 

그럼 그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여서 계속 당하는데요.”

 

“음, 누가 나에게 잘못할 때 3가지 반응이 있다고 생각해

 

우선 같이 욕하고 싸우면 그 사람보다 내가 나을 것이 없어요.

 

두 번째로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서 내 모습을 보면, 나도 저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내가 좀 나은 거지.

 

세 번째는 그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인데 이게 제일 괜찮은 반응인 것 같아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1,2,3번을 대개 오락가락 하겠지만, 3번에 가능한 한 오래 머물면 좋겠지.”

 

로벤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글쎄요보통 때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데 감옥 같은 극한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

 

미사엘의 입술이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더 할 만하지 않을까? ”

 

로벤과 눈을 맞추어 동의를 구한 후 다시 사라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그윽했다.

 

이른 저녁이라 아직도 밖은 어둡지 않았다.

 

저희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제 가보겠습니다.”

 

로벤과 네리가 디저트를 먹은 후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눈치 빠른 로벤이 사라와 미사엘 두 사람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요. 우리도 오랜만에 소화도 될 겸 공원 산책하러 나가실까요?”

 

네 사람이 같이 집을 나서고 사라와 미사엘은 공원으로 향했다

 

아침에 앞문에 앉아 있던 나병 환자 모녀는 보이지 않았다.

 

사라는 아무래도 나발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나발에게 바라바 오빠의 편지를 보여줘야 하나요?”

 

, 만약 이렇게 사라 님이 직접 깃발을 가지러 올 줄 알았다면 나발에게 그런 편지를 쓰지 않았겠지요.”

 

, 그렇긴 한데. 도대체 나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하네요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나요?”  

 

저도 몰라요

 

근처 야산에서 젊은이들을 모아서 열성당 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요.”

 

 , .”

 

공원에 도착하니 새소리가 두 사람을 환영하는 듯 요란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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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선선하고 대추야자 나무의 푸른 잎새에 생기가 돌았다.

 

같이 앉던 벤치 근처에 가자 미사엘이 손가락으로 어떤 나무를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나무 기둥에 둥그렇게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미사엘과 사라의 사랑을 위해>

 

어머, 이 글씨는 언제 새겨 놓으셨어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미사엘이 약간 겸연쩍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사라 님과 처음 벤치에 앉은 다음 날 와서 새긴 겁니다.”

 

그럼 벌써 꽤 되었네요.”

 

자세히 보니 글씨에 시간이 좀 지난 흔적이 입혀져 있었다.

 

두 사람이 벤치에 앉으니 이 세상에 아무 걱정이 없는 선남선녀가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듯 보였다.

 

어디선가 제비꽃 향내가 풍겼다

 

잠시 후 사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생각을 좀 해 봤는데요

 

이번에 바라바 오빠가 무사히 돌아온 후에 미사엘 님이 지난번 저에게 말씀하신 뜻을 따르도록 할게요.”

 

그녀의 말을 들은 미사엘의 가슴이 기쁨에 뛰었다.

 

얼른 그녀의 손을 잡으려다 빨간 눈 생각에 손을 다시 거둬들이며 말했다.

 

사라 님이 제 뜻을 받아주셔서 고맙고 너무 기쁩니다.

 

오늘이 제가 태어나서 제일 행복한 날이네요.”

 

미사엘이 손으로 옆에 앉은 사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사라의 고개가 숙여졌고 새소리가 더 요란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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