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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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12화 ★ 청약수 약효

wy 0 2024.08.07

 세겜은 사마리아의 수도라서 중앙시장도 꽤 크고 번잡했다.

 

입구에는 채소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리심산의 계단식 밭에서 수확한 배추, 산딸기, 양파 등을 진열해 놓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려고 외치고 있었다.

 

마나헴과 우르소는 중앙시장의 오른쪽 주택가에 올라가서, 어제 새로 이사온 집이 있는지 오후 한나절을 찾아다녔으나 전혀 소득이 없었다.

 

곧 유리 모녀가 손아귀에 잡힐 것 같았는데 여의치 않자 허탈하고 화가 났다.

 

혹시 중앙시장의 왼쪽 주택가라고 했는데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다시 시장으로 내려왔다.

 

우르소가 시장 입구로 들어가서 제일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상인에게 물었다.

 

이 시장 왼쪽으로 올라가도 주택가가 있나요?”

 

배추를 오른손에 들고 싸고 싱싱하다고 외치던 사람이 선뜻 대답했다.

 

그럼요. 아주 많지요.”

 

우르소가 바로 나가려다 한마디 더 물었다.

 

혹시 그쪽에 어제 이사 온 인도 여자가 있는지 아시오?”

 

그가 주변 상인을 슬쩍 바라본 후 천천히 말했다.

 

이사 온 사람은 있는데 인도 여자인지는 모르지요.”

 

, 얼굴은 못 봤지만 이사 온 사람은 있군요?”

 

우르소의 목소리가 기대감으로 높아졌다.

 

얼굴은 누구도 볼 수가 없어요.”

 

그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번지며 계속 말했다.

 

모두 관 속에 있으니까요.

 

그쪽은 주택은 주택인데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오는 공동묘지예요.”

 

근처 상인들이 와르르 웃었다.

 

우르소의 얼굴이 붉어지며 그에게 다가가려다 마나헴이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생각났다.

 

이를 악물고 젊은 상인을 한번 노려본 후 발길을 돌렸다.

 

등 뒤에서 자기네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무섭게 생겨서 덤벼들 줄 알았는데 그냥 가네.”

 

갈릴리 사람 같은데 여기가 어디라고혼자 까불다가 큰일나지.”

 

우르소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돌아설까 하다가 다시 꾹 참고 마나헴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면서 스스로의 인내력에 감탄했다.

 

우르소의 말을 듣고 마나헴도 맥이 풀렸지만, 샤론 여관으로 돌아가서 식당 종업원에게 다시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마나헴의 휴가가 1주일이라 내일 하루 밖에는 세겜에 머물 시간이 없다.

 

정식으로 성전 경비대장으로 승진해 근무를 시작하는 첫날부터 늦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와 식당으로 들어가니 아까 그 종업원이 구석 테이블에 앉아서 혼자 음식을 먹고 있었다.

 

저녁 시간 전에 미리 먹어두는 것이리라.

 

그가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곁눈으로 보면서 귀찮은 듯 한마디 했다.

 

아직 저녁 시간 안 되었어요. 1시간 후에 오세요.”

 

식사하러 온 게 아니오.” 우르소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 아까 그분들이네. 인도 여자 찾았나요?”

 

중앙시장 오른편을 오후 내내 찾았는데 거기로 어제 이사 온 사람은 없는 것 같소.”

 

이렇게 말하며, 건너편 테이블에 우르소와 마나헴이 앉았다.

 

이상하네. 나는 분명히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그런데 두 분은 어디서 오셨나요?”

 

, 이분은 바로 예루살렘 성전의 경호대.”

 

우르소의 말을 얼른 가로막고 마나헴이 나섰다.

 

우리는 갈릴리 가버나움에서 왔소.

 

내일까지 당신이 인도 여자를 찾는 데 도움을 주면 크게 사례를 하겠소.”

 

은전 한 개를 꺼내주며 마나헴이 싱긋 웃었다.

 

종업원이 얼른 은전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두스 마나헴 우르소 collage.png

 

내일까지는 시간이 좀 촉박한데.

 

2~3일 정도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되오. 늦어도 모레 아침에는 예루, 아니 갈릴리로 돌아가야 하오.”

 

, 그러면 제 동생이 이 동네 마차꾼들을 잘 아는데 그녀석에게 제가 알아보라고 할게요.

 

오늘은 벌써 늦었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면 될 거예요.”

 

고맙소. 세겜에도 이렇게 친절한 분이 있군요.”

 

우르소가 감탄했다.

 

그럼요. 세겜과 갈릴리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입니다.

 

근데 어디 불편하신가 보네요.

 

왜 목을 그렇게 계속 돌리시나요?”

 

종업원이 우르소를 쳐다보며 말했다.

 

, 얼마 전 무슨 일로 좀 다쳤소.

 

마차를 오래 타면 좀 더 아픈 것 같고.”

 

, 그런 병은 우리 세겜에서 나는 특효약을 먹으면 금방 씻은 듯 낫지요.”

 

무슨 약이요?”

 

우르소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청약수라는 약입니다.

 

그리심산의 깊은 계곡에서 나는 약초를 신비한 물에 담가서 만든 건데 마셔보시면 금방 효과가 납니다.”

 

그 약이 무릎 아픈 데도 효과가 있을까?”

 

마나헴이 왼쪽 무릎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물었다.

 

물론이지요. 우리 할머니도 무릎이 아파서 잘못 걷다가 그 약 드시고 막 뛰어다니세요

 

고맙소. 어차피 곧 저녁도 먹어야 할 테니 여기서 제일 맛있는 음식 뭐든지 좀 가지고 와요.”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작게 들렸다.

 

잠시 후 종업원이 올리브 빵과 포도주잔에 청약수를 가지고 왔다.

 

잔을 들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은 후 우르소가 먼저 한 모금 마셨다.

 

향긋한 게 맛이 좋네요. 마셔도 괜찮겠습니다. 마나헴 대장님

 

, 근데 아까 신비한 물이라는 건 무슨 소리요?”

 

마나헴이 잔을 들고 마시려다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그가 설명을 하는데 모세의 황금 성배가 다시 나왔다는 둥 미트라교에 대한 이야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 정도 조직이면 자체적으로 경비병도 많겠는데?”

 

그럼요. 아마 2~3천명 정도는 될 거예요.

 

이제는 예루살렘 경비대 놈들은 물론이고 로마군이 쳐들어와도 전처럼 당하지는 않아요.”

 

마나헴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우르소는 벌써 포도주 한 잔을 다 비웠다.

 

이 포도주, 아니 청약수 미안하지만 좀 더 마실 수 없소?”

 

우르소가 마나헴을 슬쩍 쳐다보며 종업원에게 말했다.

 

잔으로는 없고 병으로 드시려면 좀 비싼데.”

 

돈은 걱정 마시오. 신기하게 내 목이 벌써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네.”

 

우르소가 목을 좌우로 돌리며 말했다.

 

마나헴이 앞에 있는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셔 보았다.

 

포도주에 뭔가 시큼한 액체를 탄 것 같은데 약의 효능은 모르겠지만, 모세의 황금 성배는 전설적인 물건이다.

 

유리를 잡으려고 여기까지 왔다가 의외로 엄청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사마리아 놈들이 더 강력해지기 전에 우리 토벌군이 다시 와야 한다.

 

황금 성배도 사실이라면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목으로 넘긴 청약수가 부드럽고 은근히 당기는 맛이 느껴졌다.

 

약효가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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