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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5 화 ★ 남대문 유치장

wy 0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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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남대문 유치장 

 

서준은 일요일 아침이지만 회사에 나와 마감이 임박한 ‘명화의 재탄생’이라는 글을 쓰고 있었다. 


얼마 전 새로 나온 '벤허'가 60년 전의 오리지날 각본과 어떻게 다르며, 어떠한  새로운 문화적 해석이 있는지 집어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에서 가장 큰 변화는 벤허의 마지막 부분, 즉 ‘쥬다 벤허’가 전차 경기에서 승리하여 친구였으나 원수가 된 메살라를 죽이는 장면을, 이번 영화에서는 메살라와 화해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원작소설과 너무 다르고 자연스럽지 못해서 공감을 하기는 어려웠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예수님이 네 번이나 얼굴을 보이는 장면도 새 벤허의 다른 부분인데 세 번째 나타나 돌멩이에 맞는 장면은 쉽지 않은 연출이었다. 


처음에는 동네 착한 목수, 두 번 째는 쓰러진 벤허에게 물을 주는 장면, 마지막으로 십자가에 달리시는 모습이다.

 

60년 전의 벤허에서는 예수님이 한 번만 나오는데 벤허에게 마실 물을 주는 장면이었고 그나마 예수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게 처리 되었다.

 

'그 동안 예수님에 대한 인식이 더욱 친근해지고 그의 신성에 대한 경외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라고 정리 하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잘 모르는 번호였지만 지난 주 쓴 글에 대한 독자의 제보인가 하고 전화기를 들은 서준의 귀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최서준 기자님? "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지요? "

 

"저 남대문의 우계장입니다. "

 

얼마전 서준이 출입하던 남대문 경찰서 형사계장이었다.

 

"혹시 신방주라는 목사가 친구 분입니까? "

 

그렇다는 대답에 형사계장이 쏟아낸 말은 놀라웠다.

 

방주가 성폭행 혐의로 지금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연락하라 했더니 그가 서준의 이름을 말했고 서준을 기억한 형사계장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이다.

 

컴퓨터가 완전히 꺼지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서준이 사무실 문을 나섰다.

 

취재가 아니고 개인적인 일로 들어서는 남대문 경찰서는 입구부터 느낌이 달랐고 무의식적인 긴장감에 가벼운 한 숨이 나왔다.

 

한 뼘 정도의 간격으로 둘러 싸인 긴 창살 안 네모난 유치장 바닥에 방주가 덩그러니 혼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목사, 어떻게 된 거야?"-

 

방주가 고개를 들고 천천히 일어나 서준에게 왔다.

 

"바쁜데 와 주었구나. 고맙네"

 

밤 새 잠을 못 잤는지 머리가 헝클어져 넓은 이마가 드러났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있었다.

 

창살 사이로 손을 잡으려 했으나 옆에 있는 형사가 제지했다.

 

혹시 자해 할 물건이나 약을 전달할 우려가 있고, 피의자는 증거 인멸을 시도 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형사계장이 나와서 서준을 우선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연락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계장님."

 

짧게 깎은 스포츠 머리를 한 우순남 계장은 육중한 체구가 백kg은 족히 넘어 보이지만, 소파에 앉는 동작은 고무공처럼 가볍고 부드러웠다.

 

추진력이 강하고 상황 정리도 잘 해서 매주 화요일 오전 경찰서 출입 기자 브리핑도 그의 소관이었다.

 

어제 밤 형사 두 명이 신목사를 긴급 체포해 경찰서로 끌고 올 때만 해도 우계장은 목사란 사람이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하지만 오늘 피의자의 조서를 읽고 방주를 만나 본 우계장은 판단을 보류했다.

 

"방주, 아니 신목사는 제가 20년간 친구로서 봐 왔는데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거나 모함을 받았을 거에요. "

 

서준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도 다소 흥분된 듯 들렸다.

 

방주를 고소한 사람은 오선희라는 20살 먹은 대학생이었다.

 

그녀가 고소장에 제출 한 내용은 신목사가 단 둘이 만나자더니 자신을 어느 조용한 칸막이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저녁식사로 스파게티를 먹을 때까지는 점잖던 신목사가 학비에 보태라며 돈을 준 후 갑자기 자신에게 덤벼들어 키스를 했다며 그에게 받은 5만 원권 현찰 백만 원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우계장이 이상하게 생각한 점은 그 돈을 본인이 주었다고 신목사가 순순히 시인한 것이다. 

 

현찰이 증거물로 제시되면 피의자는 부인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은 앞으로 재판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가 될 터이다.

 

피의자 신목사는 본인이 돈을 준 이유에 대한 납득 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여자 대통령이 임기를 못 마치고 물러나긴 했지만 그녀가 집권 했을 때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 되면서 여성 피해자의 주장을 무조건 믿는 추세가 굳어지고 있었다.

 

우계장이 특별히 신목사를 자기 방으로 불러서 서준과 면담을 시켜주었다.

 

유치장 밖을 나오면 수갑을 차야 하는 규정상 양 손목에 수갑을 늘어뜨린 방주가 들어오고 우계장이 자리를 피해주며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 올게요. 한10분 걸릴 겁니다. "

 

서준이 두 손으로 방주의 손을 잡으며 수갑을 보니 어렸을 때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던 것과 똑같았다.

 

"아침은 했나? "

 

"해장국 먹었어. 단무지도 나오고 생각보다 괜찮더라."

 

신목사의 여유 있는 대답에 서준의 언성이 반대로 높아졌다.

 

"오선희가 누구야?"  방주가 금방 대답을 안 했다.

 

"그 여자가 고소 취하를 안 하면 몇 년간 감옥에서 썩을 수 있어. 

 

돈은 왜 백 만원이나 준거야? "

 

방주가 오선희를 만난 것은 2주일 전 필하모니에서 서준을 만난 날 저녁이었다.

 

새벽기도를 나오다 참변을 당한 선희의 어머니 장례예배를 끝내고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어서 저녁 때 나오라고 한 것이다.

 

신촌 Y 대 연극 영화과 1학년인 선희는 늘씬한 키에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여학생이었다.

 

식사를 다 끝내고 백 만원을 줄 때까지만 해도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하던 선희가 며칠 후 자신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이유는 전혀 알 수 없고, 키스를 하기는커녕 악수도 하지 않고 헤어졌다는 것이다.

 

"선희 주소는 알고 있니?  내가 만나서 설득해 봐야겠다."

 

"새빛교회 새신자 등록 명부에 있을거야."

 

방문 열리는 소리가 살짝 들리며 우계장이 들어왔고 뒤에 따라 들어온 바짝 마른 얼굴의 형사가방주를 데리고 나갔다.

 

"나로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 밖에 없어요. 돈은 왜 줬다고 합디까? "

 

그녀의 어머니가 새벽기도에 나오다 변을 당했고, 신목사가 미안해서 자신의 돈을 위로금으로 주었다는 설명에 우계장이 어이 없다는 듯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그런 목사가 어디 있어요?"

 

우계장의 말을 뒤로 하고 서준이 새빛교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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