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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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7화 ★ 문교수와 신장로의 설전

wy 0 2019.01.21

 

 

초대교회1.jpg

높은 신전 아래 동그란 벽돌로 만든 초대교회의 흔적(터키)

 

신장로는 방주의 사직서에 대해 전혀 아쉬움이나 유감이 없는 표정이었다.

 

20년 전, 강인한 신앙인의 모습이 흰 머리만 걷어내면 그대로였다.

 

"방주군이  직접 안 오고 왜 어르신께서..."

 

"신목사는 지금 직접 올 수가 없소이다."

 

신장로가 남의 말 하듯이 방주가 구속 된 설명을 했다.

 

얼마 전 있었던 방주의 잘못 된 행동을 하나님께서 오묘한 방법으로 징계하셨는데 이 연단을 거치면 정금같이 되어 나오리라는 것이다.

 

"신교수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요... 변호사는 뭐라고 하나요?"

 

"변호사를 따로 쓰지는 않았고 재판 때 국선 변호사가 변론을 할 겁니다.

 

우리 방주가 젊은 여신도를 그렇게 했을 리는 없으니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면 무죄로 나오겠지요."

 

"아, 네... 그럼 신방주의 잘못 된 행동이라는 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신장로의 눈이 가늘어지며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문교수가 계속 아무 말을 하지 않자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방주가 얼마 전 어느 절의 우상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사과한 것도 모자라 인터넷에서 모금 운동까지 한 것을 모르셨소이까?"

 

신장로의 음성에서 노기가 느껴졌다.

 

"알고 있었습니다만 신교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한 일 아닐까요?"

 

"그 생각이 미국에서 자유주의 신학자들에게 잘못 배운 것입니다.

 

그런 자유주의 신학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의 기독교가 무너졌고 지금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어서 회개하고 정통신앙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문교수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정통신앙이란 어떤 신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소파에 약간 기대었던 자세를 곧추 세우고 신장로가 정면으로 문교수를 응시했다.

 

"정통신앙이란 복음주의적 교리를 중심으로 특별히 성서의 문자적 영감을 철저하게 신앙하는 신학이지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정확 무오하며 우리의 구원도 하나님의 영원한 예정 속에 나타나는 섭리인 것입니다."

 

역시 새빛 교회의 장로님다운 말씀이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자유주의 신학은 왜 나쁘다고 생각하시나요?"

 

문교수가 내친김에 계속 질문했다.

 

"자유주의 신학은, 한마디로 인간 중심적 신학입니다. 


인간의 지성으로  성서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사실을 신화로 치부하면서, 복음의 본질적 요소를 거부했어요.

 

오직 믿음, 오직 성경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5백년 전 루터처럼."

 

 문교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동의 한 것으로 생각한 신장로의 말이 이어졌다.

 

"남미의 전투적 해방신학, 한국의 운동권 민중신학, 여자가 목사 되자는 여성신학, 심지어는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라는 주장까지, 모두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은 겁니다. 

 

문교수님은 혹시 자유주의 신학을 공부 하셨나요?"

 

"네, 공부는 했습니다만 저는 자유주의 신학 만이 옳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이러한 대화를 계속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문교수가 화제를 바꾸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물론 신교수는 억울한 경우지만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관선 변호사로도 충분합니다.

 

무죄가 나올게 뻔한데 2~3천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쓰면 안되지요.

 

방주의 변호를 맡을 관선 변호사에게 놀라운 능력이 임할 것입니다."

 

"네,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무죄가 나오면 학교에  복직할 수 있으니 사표는 일단 수리하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고 제가 이동구학장에게 부탁하겠습니다.

 

이번 학기는 어차피 얼마 안 남았으니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신장로의 얼굴에 순간 묘한 웃음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방주는 이번 사건이 해결되면 교회 부목사로서의 사명만 감당할 것입니다.

 

문교수님께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투철한 믿음에 불타던 젊은이들이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1-2년만 지나면 자유주의 신학에 물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한심한 일이지요."

 

"네, 저도 학교에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모두 자유주의 신학 때문만은 아닙니다.

 

5백년 전 루터의 주장이 지금은 비교적 보수적이듯이 앞으로 백 년 후의 기독교는 지금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보수적일지도 모릅니다."

 

문교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신장로의 입이 몇 번 열리려다 말았다.

 

"지금 방주는 어디에 있나요?"

 

"남대문 경찰서에서 오늘 S구치소로 옮겼소이다."

 

"면회가 되면 저도 곧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면회는 매일 한 번밖에 할 수 없는데 구속 적부심에서 곧 나올 수 있으니 굳이 가실 건 없습니다.

 

제가 안부 전해 주겠습니다."

 

신장로의 표정과 목소리가 냉랭해졌다.

 

문교수의 정체를 이제 알았다는 듯 적개심이 엿보였다.

 

한 두 마디 더 나눈 후 신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교수님, 우리 새빛교회에 오랜 만에 한 번 와 보시오.

 

건물 본당을 새로 지었지만 교회 자체는 옛날 초대교회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올시다."

 

"네, 초대 교회라는 의미는 예수님 시대의 그 분 말씀과 가르침을 따르는 교회라는 뜻인가요? "

 

"물론이지요. 그럼 이만, 오늘 실례 많았습니다."

 

방주의 아버지가 깍듯이 머리를 숙이고 연구실에서 나갔다.

 

잠시 동안 그와의 대화를 다시 떠올리며 문교수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자신의 웹사이트를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초대 교회라면 지금 이 땅에 초대 교회가 얼마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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