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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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60 화 ★ 과일 깎는 칼

wy 0 2019.06.25

 

 

“오빠 갑자기 연락도 없이 와서 왜 그래?

 

술 취했구나!”

 

“네가 전화를 안 받으니까 그렇지.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나 몰래 누가 있었구나!

 

어떤 놈이야?”

 

손준기의 목소리가 거실 안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었다.

 

“최기자님이셔. 이번 일을 잘 처리해 주셔서 우리가 구속을 면했잖아.

 

너무 고마워서 내가 집으로 초대했어.”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고 두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손의 얼굴이 벌건 것이 술을 꽤 많이 한 것 같았다.

 

“최기자님, 여자 혼자 있는 집에 이렇게 와서 있어도 되는가예?” 

 

그의 질타에 서준이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 나는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왔는데…”

 

“그래도 그렇지. 지가 선희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알면서..

 

혹시 며칠 전 거기서 만난 일을 말했나예?”

 

서준이 얼른 고개를 가로 저었다.

 

두 키 큰 남자 사이에서, 선희가 양쪽을 번갈아 올려 보는데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택배 왔습니다.”

 

열려있는 현관문으로 누런 박스를 들고 들어온 젊은 택배 기사가 부지런히 자기의 할 일을 했다. 

 

“오선희씨에게 온 건 데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선희가 서둘러 사인을 했고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본 손준기의 안색이 변했다.

 

“즐거운 x- mas 이브 되세요.”

 

택배가 급하게 문을 텅 닫고 나감과 동시에 손의 오른 손이 누런 상자를 낚아챘다.

 

상자의 포장지를 찢어서 벗긴 후 속에 있는 목도리를 꺼내 들고 선희를 노려보았다.

 

“준기 오빠, 이게 무슨 예의 없는 행동이야.  남의 선물을! ”

 

손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남의 선물?”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선희의 뺨에서 철석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짓인가! 손준기씨

 

서준의 목소리가 끝에서 떨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강하게 부딪친 후 손이 아무 말없이 부엌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더니 곧바로 오른 손에 번쩍이는 무엇을 들고 나왔다.

 

자세히 보니 과일 깎는 칼이었다.

 

칼날이 길지는 않았지만 서준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서준이 바짝 긴장하여 주위를 돌아보았다.

 

무기로 쓸만한 것이 없었다.

 

기껏해야 소파 위의 동그란 방석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에 몸이 떨렸다.

 

“오빠, 정신차려! ”

 

선희의 목소리가 칼날 같았다.

 

서준의 귀에 쇼팽 녹턴 1번이 또렷하게 한음 한음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자동으로 다시 돌아가는 CD 플레이어인 것이 확인 되었다.

 

손준기가 서준을 향했던 발걸음을 돌려서 소파 중앙에 털썩 앉았다.

 

그가 오른 손에 들린 칼을 서서히 자신의 목에 겨누며 선희를 바라보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 자리에서 결정하그라.

 

나하고 최기자 중 한 사람을 선택해! ”

 

“오빠, 그러지마. 이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손의 오른 손이 살짝 움직였고, 그의 목에서 피가 몽글몽글 나오기 시작했다. 

 

“응, 알았어. 오빠가 하자는 대로 할게칼 치워!

 

그의 오른 손이 부르르 떨렸고, 칼이 목에서 떨어지는 동안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잠시 멈춘 듯싶었다.

 

“미안합니다. 최기자님. 이런 꼴을 보여서예...

 

제 마음을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선희가 정신을 차린 듯, 방에 들어가더니 바르는 약과 대일밴드를 가지고 나왔다.

 

손준기의 목 중간에서 스물스물 흘러 나오는 피를 솜으로 닦은 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손의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한 것을 보고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쇼팡 녹턴 2번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큰 불상사가 일어날 뻔 했네.

 

두 사람에게 미안해요. 그만 가볼게요.”

 

선희의 얼굴이 울상이 되면서 목소리가 간신히 새어 나왔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아파트 밖으로 나오는 서준에게 안경 낀 경비가 거수 경례를 하며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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