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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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28 화 ★ 감옥의 운동시간

wy 0 2019.03.01

 

 30분 동안의 운동시간은 수용자들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다.

 

직사각형 운동장은 가로 10m, 세로 30m 정도로 테니스 코트의 반 만한데  7-80명정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보면 작은 수조 안에 지저분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운동 시간은 작은 방안에 감금되어 있던 육신이 걸을 수 있고, 햇빛을 쐴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다.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대화를 할 수 있고, 옆방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유다.

 

혼거방에서는 어떤 대화를 하거나 무엇을 먹거나 방귀를 끼더라도 4-5명이동시에 남의 말을 듣고 누가 무엇을 먹는지 알고 방귀 냄새를 같이 맡아야 한다.

 

운동시간은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평소의 불만을 토로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간혹 모르는 사람들끼리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고 빽빽하게 걷다 보니 옆 사람과 부딪치면서 싸움이 나는 일도 있다.

 

그 중에 사람들이 도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무기수들이다.

 

감방에서 무기수는 일종의 갑이다.

 

줄을 설 때도 그들은 그냥 맨 앞에 서고 음식을 먹을 때도 먼저 먹는다.

 

그들은 무서운 게 없기 때문이고 간수들도 묵시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한다.

 

유일한 희망은 무기징역이 30년 유기징역으로 감형되어 언젠가는 나갈 수 있는 혜택을 받는 것인데 최근 그들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최장 유기징역 30년이 35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기수로서는 최장 유기수보다 먼저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30년 형으로 감형될 수 있는 기대가 35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운동장 한 켠에서 햇볕이 잘 비치는 방향으로 얼굴을 약간 올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방주의 옆으로 덩치가 큰 사람이 살며시 다가왔다.

 

“신목사님”

 

방주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분명히 본 사람인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기억 못하시지요?”

 

“네..죄송하지만 누구..?”

 

“저 한석호입니다…택시..”

 

30대의 남자는 네모난 얼굴에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택시’라는 말이 방주의 기억을 확실히 되살렸다.

 

새벽기도에 나오는 선희의 엄마를 친 택시 기사였다.

 

“제가 교회에서 잠깐 뵌 적이 있는데 목사님 맞으시죠?”

 

한석호는 교회 장례 예배에 참석해서 선희에게 용서를 빌었고 내내 합의를 해 달라며 매달렸었다.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자신이 신목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방주가 주위를 살피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목사님이 어떻게 여기에?…”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방주가 거꾸로 질문했다.

 

“선희가 합의를 해 주지 않았나요?”

 

운동장을 반대 방향으로 뛰는 머리가 허연 사람이 방주를 부딪치듯 지나가며 눈살을 찌푸렸다.

 

“네, 합의를 해 주셨지만 신호 위반 과속치사는 무조건 구속이네요..”

 

한석호가 감기에 걸렸는지 콧물을 훌쩍거리며 계속 말했다.

 

“그래도 잘하면 1심에서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어요.

합의서가 없으면 보통 4-5년이래요..”

 

‘참 잘 되었다’는 말을 하려다가 입안으로 삼켰다.

 

“목사님은 어떻게 여기에?..”

 

너무나 궁금한지 그의 입에서 같은 질문이 다시 나왔다.

 

‘성추행 혐의로 들어왔는데 상대방이 바로 선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바로 대답을 못 하는 방주를 보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방에 스님이 한 분 있는데 그 분도 억울하게 들어 왔어요.

 

오갈 데 없는 계집애를 하나 절에서 먹여 주고 입혀 주며 심부름을 시켰는데 이 것이 느닷없이 스님을 성추행으로 고소를 했다네요.

 

스님이 아침 염불을 마치고 어깨를 좀 주물러 달라고 했는데, 마침 TV에서 어느 목사님이 성추행으로 구속 되는 것을 보고 이 계집애가 바로 경찰서로 갔다는군요.

 

15살 때 들어 와서 3년이나 스님의 은덕을 입었는데..

 

여하튼 머리 검은 짐승이 제일 무서워… 

 

합의를 해 줄테니 3천만원을 달라고 한다네요..”.:

 

방주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운동장을 반대로 뛰는 머리에 빨간 수건을 동여 맨 사람이 땅바닥에 침을 퇴- 뱉었다.

 

“그런 계집애가 있는가 하면 천사도 있어요.

 

선희씨는 제가 돈을 들고 갔는데도 그냥 합의를 해주었지요..

 

얼마냐고 묻지도 않고…세상에 그런 천사가 어디 있어요..

 

저는 여기서 나가면, 이제 새빛 교회에 다니려고해요… 근데 목사님은 ..”

 

간수가 저 쪽에서 운동 시간이 끝났다는 호루라기를 세차게 두 번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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