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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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6 화 ★ 교회를 떠나야 하나?

wy 0 2019.01.17

 

 

Y신학대 문익진교수의 연구실은 학장실 다음으로 크고, 햇빛이 잘 드는 본관 3층에 위치 해 있었다.

 

넓은 창문으로 인왕산 봉우리가 한 눈에 보이고 잔디밭을 거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문교수가 지난 주일 설교를 하지 않고 강단에서 내려온 후 그를 비난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이동구 학장이 전화를 걸어와 어디가 편찮으시냐는 걱정을 하며 교단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고 넌지시 불만을 표시했다.

 

기독교 보수 단체에서 내는 주간 신문에도 기사가 꽤 크게 났다.

 

문교수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은 채 '군인은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장에서 죽을 각오를 해야 하고,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강단 위에서 설교 하다 죽는 것 이상의 영광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문교수는 Y신학대의 교수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문자주의 기독론은 한국과 미국 남부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설교가 점점 힘들게 느껴졌다.

 

강단에 올라가서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으면 복 주신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믿음은 하나님이 나를 믿으셔야 해결 되기 때문이다.

 

어제는 교양학부 학생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하소연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문교수가 컴퓨터를 켜서 그의 메일을 다시 읽었다.

 

- 문교수님 저는 지난 주일 예배에 참석했던 1학년 학생입니다.

 

교수님께서 설교를 안 하시고 그냥 내려 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무언가 어려운 문제로 고심하시는 것 같은데 저의 개인적 신앙문제까지 말씀 드려서 송구합니다.

 

저는 부모님을 따라서 어릴 때부터 교회에 나갔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는 대학입시에 전념하느라 설교 말씀에 대해 별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목사님들의 말씀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

 

학교 잔디 밭 쪽에서 여학생들이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높은 하늘에서 우리를 항상 내려다 보시며 인간의 길흉 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분께 모든 영광을 돌리라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을 믿을 수도, 이해 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하나님을 믿는 척하고 교회에 앉아 있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수 많은 인공 위성이 푸른 하늘 위를 돌고 있는 것과  아름다운 무지개가 왜 생기는 지를 이제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저 위의 하늘 보좌에 앉아 계신 하나님을 문자 그대로 믿고 그 분께 복을 비는 곳이 교회라면 이제 저에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 광장에서 집회를 하는 어떤 목사님은 ‘우리가 쎄게 기도해서, 그 소리로 하나님의 보좌를 흔들면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 주신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두 손을 들고 할렐루야, 아멘을 외칩니다.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문교수님의 설교를 듣기 시작하면서 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믿을 필요가 없고 믿을 수도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작은 희망의 생기며 교회를 떠나려는 것을 잠시 보류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 대한 향수도 남아 있습니다. 

 

주위에 저 같은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계속 설교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송도 로데 드림

 

짧지 않은 글을 천천히 다시 읽은 문교수는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이 학생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고 자신도 오래 전 이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났다.

 

어쩌면 이런 학생이 아직 교회에 남아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지금 한국 교회의 위기는 기성 교회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 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회 학교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대한 예수교 장로회의 통계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교인 수가 약 6만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백 명이 모이는 교회 600개가 문을 닫은 셈이다.

 

전년 대비 0.8%의 감소인데 매년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중에 교회 학교 학생들이 2만 6천명 넘게 감소하여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즉 한국 교회의 신도수 감소를 주도하는 것은 교회 학교다.

 

이러한 통계를 저 출산이나 종교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돌릴 수 만은 없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교회에서 듣는 목사님의 설교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대이고, 이런 상태로 방치되면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머지 않아 교인 평균 연령이 60을 넘기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교회도 역사적 건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교수는 대학에서의 강의를 이번 학기로 마치고 좀 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온라인 강의를 개설하여 기독교 신앙에 대한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칫 엄청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어쩌면 이단으로 몰릴 수도 있지만, 다행히 지금은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주장을 거두어야 생명을 건지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생각하며 문을 여니 점잖게 생긴 노신사 한 분이 서 있었다.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연락도 없이 실례가 많습니다.

 

저는 신방주의 아비 신종일이라고 합니다."

 

"아, 신장로님이시군요. 들어오시지요."

 

"저를 아시나요?"

 

문교수가 자리를 권하며 오래 전 새빛 교회에서 잠시 전도사로 있었다는 말을 했다.

 

두 사람의 눈 빛이 마주쳤고 신장로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방주의 사직서를 학장님께 제출 했습니다."

 

'아니 왜 벌써 사직서를 냈나요' 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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