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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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위하여 1 : 지금도 달리고 있지 하지만 꼴찌인 것을 그래도 내가 가는 이 길은 가야 되겠지~

wy 0 2020.02.24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일등을 탐해 본 적이 없다. 능력도 없거니와 생각조차 한 일이 없다

인생이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그러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공부를 못해서 선생님한테도, 부모님한테도 야단을 맞았다. 어떤 선생님은 남들보다 앞서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동무들이 없었다. 모두들 나보다 앞서서 달렸으니 그럴 수밖에.

 

군대를 제대하고 갈 길을 찾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 갈 실력도 안 되면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내 모습이 참으로 불쌍했다. 입시 요강을 보니 성적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모교에 가서 졸업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뗐다.

 

버스 타고 집에 오면서 성적이 궁금하여 서류를 꺼내 보았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석차가 전교생 숫자랑 똑같아서 맞줄임 했더니 ‘1’이 된 것이다. 앞에서 일등 하나 뒤에서 일등 하나 일등은 일등이지. 졸업생 중에서 전교생이 몇 명인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사실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당연히 대학은 떨어지고 말았다. 그 뒤로 나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하고 날마다 혼자서 가슴앓이를 했다. 대학을 못 가서가 아니었다. 아무도 내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고 내가 가야할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지난날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삼 학년 때 나는 전국 스케이트 대회를 나갔다. 오백 미터 경주에서 여덟 명이 달렸는데 실력이 좀 모자라는 내가 일등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흥분했다. 내가 일등으로 달리다니! 그런데 너무 흥분해서인가, 마지막 이십여 미터를 남겨두고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뒤에 오던 일곱 명의 선수가 순식간에 내 앞을 지나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

 

나는 얼떨결에 일어나 마지막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나를 지켜보던 선생님은 울먹이는 나를 안아주면서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잘했어, 넌 꼴찌를 한 게 아니라 팔등을 한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참았던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여덟 명 중에 팔등이면 그게 꼴찌지 어떻게 꼴찌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선생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미웠던 선생님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잘했어, 넌 꼴찌를 한 게 아니라 팔등을 한 거야.”

그랬구나! 그때 내가 포기를 했더라면 칠등 한 아이가 꼴찌가 되고 나는 꼴찌도 못하는 것이었구나. 꼴찌도 끝까지 달려야 할 수 있는 거네.

그 말에 힘입어 나는 미련 없이 대학의 꿈을 버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학은 꿈도 아니었다. 길이라는 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지 남들이 간다고 따라가면 내 꿈은 어찌 되겠는가?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어느 길로 가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건 부모의 꿈이지 아이의 꿈이 아니지 않는가?

 

나는 꿈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꼴찌를 위하여라는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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