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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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65 화 ★ 囹圄(영어)의 몸

wy 0 2019.07.13

 

 

하츠하나 일식당은 7시도 안 되었는데 테이블이 거의 다 찼다.

 

미리 예약을 할 걸 하는 후회를 하는데 저 쪽 구석 테이블에서 손을 드는 방주의 모습이 보였다.

 

미소를 띠며 가까이 가니 방주가 일어나서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축하 해.  고생 많이 했는데 얼굴이 더 훤하네.”

 

“고맙네. 자네 덕분이야.”

 

“어디 아픈 데는 없지?”

 

“그럼. 나야 뭐 잠깐 감옥 구경하고 온 건데..”

 

경쾌한 목소리와 달리 방주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

 

옆으로 지나가는 종업원을 불러서 세트 메뉴인 스시와 튀김을 시켰다.

 

“좀 마른 것 같네.  몸무게는 어떤가?”

 

“어제 나올 때는 들어 갈 때와 똑 같았는데 목욕을 하고 나니 좀 빠졌더구만.”

 

“아, 땀을 많이 냈구나. 아니면 때를 밀어서?”

 

“ㅎㅎ 역시 최기자는 예리해. 둘 다 정답이네.”

 

“목사님이 감옥에 가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많지?”

 

“응, 좀 그렇지.  근데 그 안에 목사님도 많고 스님들도 많더군...다 같은 사람이니까”

 

“나오자 마자 취재하는 것 같아 미안한데 직업상 몇 가지 물어볼게.”

 

서준이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용 물 휴지 포장을 뜯어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약 50일간 옥고를 치렀는데 그 안에서 가장 절실히 느끼거나 깨달은 점이 있는지?

 

이 질문은 출옥한 목사를 인터뷰하는 기자로서 물어보는 거야.

 

자네가 오늘 나의 귀중한 취재원일세. ㅎㅎ”

 

방주도 물 휴지로 손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할 줄 알았으면 한 달쯤 후에 나올 걸.ㅎㅎ”

 

가벼운 웃음 후에 방주가 잠시 말이 없었다.

 

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래 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을 읽었는데 이제 잘 생각이 안나네.   

 

겨울보다 여름이 더 힘들다는 거...작은 방에서 옆사람의 체온이 짜증나서 그랬다던가...

 

자네가 영어의 몸이 되니까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나왔어 ㅎㅎ.”

 

“나도 예전에 읽었는데 거기서 또 읽고 싶지는 않더군.

 

‘영어’란 말을 한문으로 보면 재미있지.

 

囹圄로 쓰는데 나 吾자, 즉 나를 네모난 틀에 가두는 명령이야.

 

그 명령인 '영'자도 네모 틀 안에 갇혀 있어. 법의 틀이겠지.

 

요즘 감옥이 옛날 보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역시 방 안에 갇혀서 자유가 없지.

 

자네의 질문, 감옥에서 뭔가 절실히 느낀 점이 있느냐에 대한 대답이 생각났어.”

 

방주가 테이블 위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계속 말했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했어."

 

“그게 뭔데?”

 

“주어진 네모 안, 갇힌 상황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 할 수 있는 자유”

 

짧은 침묵 후 방주의 설명이 계속 되었다.

 

“말하자면 판사의 마음을 돌려서 2년형을 1년으로 내릴 수는 없으나 판결에 대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음, 그러니까 비록 갇혀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자유로군.

 

이해가 될 것 같네. 섬세한 사람들은 외부 충격에 약하지만 동시에 내면 세계를 잃지 않은 강인함도 있으니까.”

 

스시와 튀김이 거의 동시에 나왔고 서준이 새우 튀김부터 소스에 찍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맥주 한 잔 할까? 그 안에서는 술 못 먹었지?”

 

그러고 보니 방주와 술을 같이 마신 것이 오래 전 같았다.

 

“물론이지. 옛날에는 포도로 술을 만들어 먹었다는데 지금은 그런 일은 없어.

 

사과는 사 먹을 수 있는데 포도는 있지도 않아.”

 

서준이 삿포로 맥주 두 병을 시켰고 방주는 긴 나뭇잎 모양의 나무 그릇 위에 가지런히 놓인 스시 중 광어를 먼저 집어 간장에 찍었다.

 

“신장로님은 건강하시지?”

 

입 안에 음식이 있어서인지 방주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질문 한가지 더 할게.  진화론은 목사님들로서는 절대 믿으면 안 되는 건가?”

 

방주가 긴 속 눈썹을 몇 번 껌벅거린 후 대답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네.

 

사실 진화론은 과학적인 발견에 따라 추정 한 이론일 뿐이고, 진화론 자체가 무신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

 

어떤 공통 조상에서 진화해서 오늘날의 종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진화론의 요지이고,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진화론에서 전혀 설명하지 못해.

 

 즉 진화론은 창조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으로서 진화론 자체는 무신론도 아니고 유신론도 아니지. 

 

그런데 이러한 진화론을 근거로 무신론을 주장하는 것이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 진화론’자들이야.

 

이들 때문에 사람들이 ‘진화론’하면 무신론으로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유신 진화론’, 말하자면 하나님이 처음에 생명체를 창조하신 이후에 진화의 방법을 사용해서 오늘날의 생물 종류가 되게 하셨다는 유신 진화론도 생각 할 수 있어.

 

외국의 창조론자들 중에서는 하나님께서 진화의 방법을 사용해서 창조하셨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잘 알려진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 역시 유신 진화론에 긍정적이었지."

 

입 안의 스시를 꿀꺽 삼키고 서준이 다시 질문했다.

 

“하지만 목사로서는 창세기에 나온 6일간의 천지 창조를 그대로 믿어야 하지 않나?

 

노아의 방주도 그렇고, 모든 생물이 처음 창조의 모습 그대로라는 거 아닌가? ”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신앙은 과학과의 충돌을 피할 수가 없고, 그런 신앙은 거의 한국에서만 성행하고 있지.

 

그런 ‘묻지마 신앙’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땅에서도 점점 힘을 잃게 될 거고, 기독교의 앞날에 결국 부정적으로 작용할거야.

 

이를테면 진화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진화론은 무조건 틀렸다고 해야 올바른 신앙이라 생각하지.”

 

“장로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신가?”

 

방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물론 아니시지.

 

나의 신앙의 스승은 더 이상 신장로님이 아니네.

 

문익진목사님, 아니 사실은 ‘사람의 아들’ 예수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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