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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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2화 ★ 정직한 교회

wy 0 2018.11.14

 

 

 한 템포 쉬고 대답하는 방주의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있었지... " 

"어린 목사님, 아니 어른 목사님 생각은 어때?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어느 것이 먼저 써진거야?"

방주의 자신 없는 대답에 서준의 질문이 이어졌다.

 

"마태복음이 약간 먼저라지만 확실치는 않아

 

할아버지 이름이 다른 이유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은 나중에 말해줄게. " 

 

서준은 4복음서 중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요한복음이 가장 늦게 써졌고, 또 신약성경 중 가장 먼저 써진 글은 복음서가 아니라 바울 사도의 글이라고 들은 기억이 났다.

 

예수님 족보에 대해 별 진전이 없자 서준은 화제를 돌렸다.

 

"내가 교회를 안 나가서 그런지 요즘 기독교의 위상이 많이 추락한 것 같아

 
심지어 '개독교'라는 말까지 듣고 있으니... 

 

그래도 한 때 교회에서 성가대를 열심히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안 좋아."

 

서준은 문화부 데스크인 이차장이 어제 퇴근하며 던져 준 온나라신문 종교 기사를 웃주머니에서 꺼냈다 

기사는 최근 기독교 단체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한국사람의 75%가 교회와 목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아쉬운 것은 몇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지 또 조사 대상 중 기독교인은 몇%인지가 나와 있지 않았다

기사를 읽어본 방주가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신목사님 생각에는 교회를 신뢰 한다는 25%중 기독교인이 몇%나 될 거 같은가? " 

잠시 눈을 깜박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적어도 반은 넘을거야... 많을수록 더 큰 문제고." 

많을 수록 더 문제라는 방주의 말이 금방 이해가 되었다

그만큼 기독교인들만의 배타적인 자아 도취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상당히 종교적으로 보인다

대다수 사람들이 기독교나 불교를 믿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2015년 통계로는 비종교인이 전체 국민의 56%나 차지하고 있었다

2005 47%에서 10년사이에 9%나 늘어 난 것이다.  대단히 빠른 속도이다

종교 중에서 기독교가 아직도 제일 많은데 전체 국민의 20-25% 될 것이다



"기독교 아니 개신교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방법이 없을까?
 

특히 비종교인들이 개신교를 보는 지금의 이미지가 좀 바뀌면 좋겠어

옛날 선교사들의 희생적 공헌은 물론이고 그동안 훌륭한 목사님들도 많았잖아

지금도 그럴 것이고.." 

 

방주가 진한 눈썹을 살짝 모으며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데스크에서는 교회의 비리나 뭐 그런 것을 특종으로 가져 오면 좋아하지만, 난 그래도 개신교의 현실을 비난만 하지 않고, 따스한 눈으로, 긍정적으로 좀 쓰고 싶어

지금도 작은 교회 목사님들 중 노숙자 사역도 많이 하고, 말기 환자들도 열심히 돌보는 분들이 있잖아

 

그런 분들을 신목사가 좀 알려주면 좋겠어." 

"그런 분들도 물론 계시지그러니까 그나마 이 정도 유지 되고 있을거야

 

그런데 교회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어."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오랜만에 저녁이나 같이하자

 

길 건너 '동락'이라는 일식집 알지

 

거기 사시미가 좋아. 

 

사케도 한 잔 하면서… 내가 쏠게."

 

서준이 엉덩이를 반쯤 들었는데 신목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저녁은 미안하지만 선약이 있어

 

 10분만 더 있다가 일어나야 해."

 

"아쉽네옛날 성가대 얘기하면서 한 잔하고 싶었는데… 

 

교회의 더욱 중요한 문제가 뭔지 5 내에 말하면 용서 해 줄게." 

시간을 말해서 그런지 방주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얇고 까만 제품이 맥박 측정도 할 수 있는 시계인 성싶었다.

 

"정직에 대한 문제야." 

"정직?" 

서준이 이번에는 그의 말뜻을 얼른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늘 장례 예배에서 기도를 할 수가 없어서 힘들었어."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1 1악장을 엄청 느리게 연주하는 '글렌 굴드'의 피아노 소리가 한 음씩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방주의 말이 계속 되었다


50대 초반의 어느 아주머니 장례식이었는데, 교회 새벽기도 가는 길에 과속 택시에 변을 당한 것이다

어두운 내리막 도로에서 파란 불에 길을 건너다 그리 되었는데,가족이라곤 대학생 딸 하나밖에 없고, 새벽기도를 나온 지도 일 주일 밖에 안되었다

 

두 모녀에게 새벽기도를 나오라고새벽을 주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우라고 인도한 사람은 방주 자신이었다

장례 예배는 30분 만에 끝났고 아무도 교통 사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빨리 잊고 싶은 듯 형식적이었다

 교회 당직자들도 서로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담임 목사님은 무슨 말씀을 하셨어?" 

방주가 말한 정직이라는 의미를 이해한 서준의 질문이었다

그럴 때는 정말 목사님들은 무슨 말을 하는 지 궁금했다.
 

"세상 고생 끝나고 영원한 천국에서 안식할 거라는 말씀과 인간이 어찌 하나님의 뜻을 알겠냐고 하셨지." 

방주의 목소리는 허탈했고 자조 섞인 느낌이었다

듣고 보니 서준도 예전에 자주 들은 익숙한 말씀이었지만, 새벽기도를 인도한 방주의 심정과는 거리가 있는 듯싶었다

 

"어쩐지 오늘 네가 좀 우울해 보이더라

 

그래도 앞으로 계속 목사님 하려면 간혹 비슷한 일이 있을 거야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라. " 

서준이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개신교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런 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

그것이 정직한 마음이니까...인간의 진정성에 대한 문제이고.." 

방주는 침착하고 온순한 성격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자기 주장이 뚜렸했다

 

"그래도 어떡하니모두가 하나님의 뜻이고 그것이 기독교의 교리잖아. "

 

"이제 개신교도 다시 바뀔 때가 되었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지 5백년이 지났는데 이대로 계속 가다간 더 심각해질거야. " 

"기독교의 교리를 바꾸는 것은 이단이 되는 거 아닌가?" 

"이단이 아니라 정직한 교회로 돌아가는 거지.  

 

큰 교회가 아니라 정직한 교회...

 

미안하지만 이제 일어나야겠다." 

방주가 서둘러 필하모니를 나갔고 서준은 계산을 위해 자리에 다시 앉았다.

 

"정직한 교회?" 생소한 단어가 그의 입 밖으로 무심코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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