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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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27 화 ★ 판사에게 보내는 반성문

wy 0 2019.02.25

 

 

탐존스1.jpg

 

낮 12시부터 천장에 붙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라디오 소리가 너무 크다.

 

감옥에서는 듣고 싶은 음악을 적당한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권리가 없고 듣기 싫은 음악을 큰 소리로 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귀마개를 해 봐도 별 효과가 없다.

 

영원한 청춘 스타 신성일이 국회의원을 하던 중 갑자기 구속 되어 약 2년간 감방 생활을  했다. 

 

그가 수감 생활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좁고 추운 방, 제한 된 식사, 갇혀 있어야 하는 부자유가 아니라 바로 머리 위 스피커에서 크게 들리는 음악 소리였다.

 

감방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정상이었던 혈압이 1년후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은 소리 고문 때문이라고 믿었다.

 

“신교수, 이것 좀 읽어 보고 고쳐 주시요.”

 

점심 식사 후 벽에 기대 앉아 쉬고 있는 방주에게 손철이 항소 이유서를 몇 장 내밀었다.

 

뒷면을 보니 판사에게 보내는 반성문이 써 있었다.

 

수용수들은 법원에 보내는 반성문을 늘 항소 이유서 뒷면에 쓰는 데 이것만큼 크고 그럴듯한 용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판사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S구치소에 있는 손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충남 서천에서 과수원을 30년 넘게 하면서 농약도 거의 안 치고 오직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살아 온 시골 사람입니다.

 

공부는 많이 안했어도 농약 문제가 심각하고 그 패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께 돌아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읍니다.

 

제가 사는 근처의 어뜬 사람은 딸기 밭에 농약을 치고는 그 다음 날 바로 따서 시장에 내다 팝니다.

 

물론 자신의 가족은 먹지 않지요.

 

저는 한번도 그런 짓을 안 했고 약을 치고 적어도 삼일 정도 비도 맞고 햇빛도 맞게 한 후 시장에 냅니다.

 

 이렇게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제가 서울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술을 좀 과음 한 후, 싸가지 없는 노래방 종업원의 멱살을 잡고, 마이크를 던져서 방안의 TV와 기물을 약간 파손하고, 종업원의 이빨을 분지르는 크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핑계는 아니지만 제가 서울에 올라오기 전 날 그동안 심었던 고구마 줄기를 두더지란 놈이 여기저기 굴을 파고 망가뜨린 사실을 알고 열불이 났었습니다.

 

갑자기 노래방의 종업원 놈이 두더지처럼 보였습니다만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제가 모두 안고 가겠습니다.

 

즉 다시는 죄물 손개를 하지 않겠습니다.

 

판사님의 넓으신 아량과 선처를 부탁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

 

다 읽은 방주의 눈과 손철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잘 쓰셨네요. 순수하게 느껴져요.

 

맞춤법만 두군데 고치시고 그냥 내시지요.

 

패해를 폐혜로, 죄물 손개는 재물 손괴입니다.”

 

“아, 그렇구나. 나는 내가 죄 지은 물건이라 죄물인지 알았지.”

 

손철이 싱글거리며 얼른 다시 쓰기 시작했고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yAvCVNzbCM

 

 ‘ The old home town looks the same as I step down from the train and there to meet me is my mama and my papa~~’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 탐 존스의‘ 그린 그린 그래스 어브 홈’ 이 방주의 가슴을 흔들었다.

 

중학교 들어가자 영어는 팝송으로 배우는 게 쉽다고 아버지가 가사를 적어 주며 들려 주시던 노래였다.

 

이 노래를 여기서 들을 줄은 몰랐다.

 

‘기차에서 내리니 고향은 옛날 모습 그대로였고 나를 반기시는 부모님~

 

길 저편에서 뛰어오는 메어리, 금발의  머리와 체리 같은 입술~  

 

아, 고향의 푸른 잔디여.!'

 

이 노래의 가사 중 ‘체리 같은 입술’에서 슬며시 선희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김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교수, 이 노래 내가 참 좋아하는데 제목 만 알고 가사를 잘 몰라.

 

누가 고향에 오랜만에 돌아오는 내용인가요?”

 

방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요. 돌아 와 보니 고향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요.

 

 자신을 기다리던 부모님이 두 팔을 벌려 반기시고, 금발 머리에 체리 같은 입술의 메어리가 달려오고, 옛날에 뛰어 놀던 큰 느티나무도 그대로 서 있다는 가사지요.”

 

옆에서 무혁이 한마디 했다.

 

“금발 머리에 체리 같은 입술은 영화로 만 봐서 실감이 안 나네이~.”

 

“음, 그런데 그가 고향에 간 것이 꿈이었어요.

 

탐 존스가 노래 중간에 토크 송으로 읊는 가사가 있지요.”

 

‘then I awake and look around me, at four grey walls that surround me, and I realize, yes, it was only dreaming.

 

내가 깨어서 둘러 보니 사방의 벽이 나를 둘러싸고 있네.

 

'아, 이것이 꿈이었구나' 라는 것을 알았지.’

 

‘for there is a guard, and there is a sad old padre, arm in arm, we will walk at daybreak, Again I touch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왜냐하면 교도관과 슬픈 얼굴의 늙은 신부가 방안에 있었기 때문이네..

 

이제 내 팔장을 끼고 새벽에 같이 걸어 나가면 나는 다시 고향의 잔디를 어루만지게 될거야.’

 

“아, 그럼 사형수가 감방에서 사형 집행 날 새벽에 꾼 꿈이었구만 ! …”

 

김대표의 말에 반성문을 다시 쓰던 손철도 고개를 들었다.

 

‘Yes they all come to see me, in the shade of that old oak tree, as they lay me, neath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그 오래된 느티나무 그늘, 고향의 푸른 잔디 밑에 내가 묻힐 때 모두 나를 보러 올거야..’

 

이렇게 끝나는 가사인데 저도 여기서 이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네요.”

 

방주의 말이 끝나자 잠시 먹먹한 침묵이 작은 방을 감싸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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