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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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1화 ★ 성전과 하나님

wy 0 2022.01.02

 

사라는 바라바와 함께 아단의 형을 다음날 다시 만났다.

 

주위에 아단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근위대에 늦게 들어와서 동료보다 나이가 많아 늘 형 대접을 받으며 일했고, 곧 승진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직속 상관인 루고 백부장과의 관계도 좋았다.

 

아단의 형 무단의 말에 의하면 루고가 장례절차 내내 자리를 지켰고, 누구보다 비통해했다고 한다.

 

사라가 다시 한번 물었다. "짧은 유서의 글은 동생이 쓴 게 확실한가요?"

 

"그럼요. 내가 그걸 모르겠어요? 동생 글씨입니다."

 

"최근에 동생이 뭔가 불안해하지는 않았나요?" 바라바의 질문이었다.

 

"제가 요 며칠 바빠서 별로 대화를 못했지만, 특별히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무단은 요즘 인기 있는 아마로 만든 원단을 도매 시장에 팔고 있었다.

 

근처 도시를 자주 다니는 편이라 집을 비울 때가 많았다.

사라가 주머니에서 작은 향초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곧이어 달착지근하면서도 시큼한 향초 냄새가 주위에 퍼졌다.

 

"혹시 이 냄새 맡은 적 있나요?"

 

사라의 질문에 무단이 잠시 코를 킁킁거리다가 말했다.

 

"어디서 맡아 본 냄새 같긴 한데잘 모르겠네요."

 

",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알려 주세요."

 

", 알겠습니다. 제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무단이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사라를 보며 물었다.

 

", 그럼요. 무슨 질문이든 하세요."

 

"저희는 사마리아인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어려서부터 갖은 멸시를 받고 자랐는데, 제 동생이 근위대에 근무하고부터 그런 핍박이 없어졌어요.

 

아시겠지만, 저희는 예루살렘 성전 대신 사마리아의 그리심 산에 따로 성전이 있습니다.

 

제 질문은, 아단은 율법을 잘 지키는 신실한 신자였지만, 성전이 그리심 산 성전이라동생이 천국에 갔을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사라가 입을 열었다.

 

", 걱정하시는 뜻은 알겠어요

 

제가 감히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의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을 참고로 해드릴게요."

 

"제 동생 아단이 감시하던 열성당의 사무엘 님께서 해주신 말씀인가요?"

 

". 저의 아버지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몇 번 가셨는데처음 갔을 때는 성전만 보고 하나님은 만나지 못했대요.

 

그다음에 갔을 때는 성전과 하나님을 같이 보았고, 마지막 세 번째 방문 때는 성전은 안 보이고 하나님만 보았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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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 성전 모형도

 

"처음 듣는 말씀이라 어렵네요...”

 

무단과의 대화는 별 성과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라가 바라바에게 말했다.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네."

 

"그래. 풀릴 듯하면서 잘 안되네

 

아단의 주위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 내가 루브리아 언니와 좀 더 상의해볼게."

 

"아까 예루살렘 성전에 대해 아버지가 하셨다는 말씀은 생각해 볼수록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지?"

 

",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그런 말씀을 해 주셨어.

 

아버지가 평상시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 놓은 글들이 좀 있는데 나중에 오빠에게 보여줄게."

 

"그래. 꼭 읽어보고 싶네.

 

나는 내일은 왕궁에 들어가서 황제 흉상을 보여 줘야겠어.

 

헤로디아 왕비가 성질이 급해서 가게로 누구를 보내기 전에 가 봐야지."

 

 

 

 

다음 날 바라바는 크기가 다른 황제 흉상을 두 개 준비하여 궁전으로 들어갔다.

 

왕비 부속실 경호원이 바라바를 알아보고 정중히 중앙홀로 안내했다.

흉상들을 홀 바닥에 조심스레 놓은 후, 며칠 전 그녀를 만난 방에서 잠시 기다리니 왕비가 들어 왔다.

 

"오늘도 연락이 없으면 가게로 사람을 보내려 했는데, 잘 왔어요."

 

헤로디아는 진한 화장에 가슴이 파인 옷을 입었다.

 

", 흉상 두 개를 준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잘했어요. 바라바 예수가 애써 두 개를 골랐는데 둘 다 내가 사서 놓으면 좋겠네요.”

 

"아닙니다. 하나만 놓으셔도 됩니다."

 

"여하튼 나가서 먼저 작품들을 볼까요?"

 

헤로디아가 앞서서 나가고 바라바가 뒤따라 가는데, 키 큰 경호원 한 명이 그녀와 바라바 사이에 끼어서 밀착 경호를 하며 걸었다.

 

왕비가 경호원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나 따라 다니지 않아도 돼. 이 사람이 오늘은 내 경호원이야.”

 

그녀가 바라바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경호원이 즉시 사라졌다.

 

바라바가 가져온 두 개의 흉상 중, 하나는 정면을 바라보는 황제의 젊었을 때 모습이고, 조금 작은 것은 약간 옆을 보는 황제의 50대 모습이었다.

 

"여기에 어느 것이 더 어울릴까?”

 

바라바가 흉상을 바꿔 놓으며 왕비에게 보이자 그녀가 바라바의 의견을 물었다.

 

"제 생각에는 정면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에도 그래요.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왕비님께서 이번에 크게 도와주셨는데 이건 그냥 드리겠습니다.”

 

"말은 고맙지만 그건 안되지. 내가 두 개 다 살 거예요.

 

모두 얼마인지 알려줘요.“

 

"네... 알겠습니다. 계산을 좀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원가의 두 배 정도로 불러요. 호호

 

헤로디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제의 흉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젊은 *티베리우스 황제의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당시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벌어진 4두 마차 경기에 나가서 우승도 하셨지.

정말이지, 대단하셨어. 그 화려한 모습이 눈에 선하네.

 

레슬링 시합에 나갈 정도로 신체가 강건하셨는데 이제 70대 노인이 되셨어요.

 

나도 그때는 한 미모 했지. 호호.

 

지금 바라바의 눈에는 내가 할머니로 보이지요?“

 

왕비가 내 쉬는 호흡이 가까이 느껴졌다.

 

"아닙니다. 아직도 연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젊으십니다."

 

"호호, 정말로 그렇게 보이면 참 좋겠네.

 

, 그런데 이 작은 흉상은 어디에 놓는 게 좋을까.

 

, 내 침실에 적당한 장소가 있을 것 같은데 같이 가봐요." 

 

헤로디아가 사뿐사뿐 내실로 걸어 들어갔다.

 

*티베리우스 황제(BC42~AD37) :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은 로마제국의 두 번째 황제.(재위 AD14~AD37)

티베리우스 황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들로 국가 재정을 풍요롭게 했고, 공화정과 민주원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적에 대한 잔인한 처벌과 제거, 카프리섬 은둔 기간에 나돌던 성적 추문 등이 부정적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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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리우스 황제 동상  Chiaramonti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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