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는 아몬을 만나지 못하고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에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라바, 사무엘 가게에서 나와서 어디 갔다 왔소?”
“친구 좀 만나고 왔는데요,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신가요?”
“사무엘을 붙잡아 왔소. 당신이 사무엘을 만나고 바로 오지 않아 우리가 직접 심문하려고 잡아들였지.”
루고 백부장이 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까 루고의 부하 병사가 뒤를 밟고 돌아간 후 일이 급박하게 진행된 것이다.
루고가 이렇게 서두를지는 미처 몰랐다.
“사무엘 님을 어찌하실 건가요?”
“잔당을 발설하도록 고문을 해야지.
쉽게 말 안 하겠지만 매에는 장사 없으니까.”
루고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돌아갔다.
바라바가 가게로 들어가니 아버지가 피곤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너 혹시 지금도 방화범 찾으러 다니는 거 아니니?
방화범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마라. 지금 찾아도 복수를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니? 지난 일인데….”
바라바는 가슴이 울컥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놈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잖아요!”
“그래. 그렇긴 하지만 지금 그놈을 잡아 죽인다고 네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욕심이 지나쳐서 그렇게 된 거다.”
“아니에요. 아버지도 잘해 보시려고 그러셨지요. 욥기에도, 욥이 뭐 잘못해서 그런 고난을 받은 것은 아니잖아요.”
다음 날 아침, 바라바가 다시 근위대 현관에서 유타나를 만났다.
“너무 급한 사항이라 루브리아 님께 이 서신을 좀 전달해 주세요.”
잠시 후 유타나에게 받은 서신을 읽은 루브리아가 아버지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우리 루브리아 왔구나. 눈은 좀 어떠니?”
“좀 나아졌어요. 그런데 어제 잡아 온 열성당의 사무엘이란 사람을 제가 좀 만나 보고 싶어요.”
아버지의 눈이 커지며 왜 그러는지 묻고 있었다.
“제가 그동안 유대교에 관한 공부를 좀 했는데요, 그 사람과 종교에 대해 얘기하면서 열성당 활동을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해 보려고요.
현장 실습으로 참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아요.
또 가버나움 열성당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알아볼게요.”
“흠, 루고가 고문을 좀 했는데도 전혀 입을 열 생각을 안 한다는데 가능하겠니?”
“네, 어쩌면 여자인 제가 부드럽게 설득하면 더 효과가 날 수도 있을 거예요.“
로무스가 루고를 불러 사무엘이 조사받는 방으로 루브리아를 안내하도록 지시했다.
어두컴컴한 방은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
사무엘은 양팔이 뒤로 묶이고 윗도리가 벗겨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까이 보니 가슴과 옆구리에 핏자국이 선명했고 어깨에는 채찍 맞은 자국이 있었다.
채찍을 손에 들고 있는 병사가 말했다.
“백부장님, 이놈은 그냥은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이제 불로 가슴을 지지는 고문을 하고 그래도 발설을 안 하면 손톱과 발톱을 하나씩 뽑겠습니다.”
“기진한 것 같으니 우선 찬물을 끼얹어라.”
병사가 찬물을 붓자 사무엘이 얼굴을 들더니 루브리아를 힘없이 바라보다가 눈을 다시 감았다.
“루고 백부장님, 이 사람에게 마실 물을 좀 갖다 주세요.”
루고가 눈짓을 하니 병사 한 명이 물 한 컵을 가져다가 사무엘의 입에 대었다.
사무엘은 다시 한번 루브리아를 바라본 후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이 모습을 본 루브리아가 잠시 후 루고에게 병사들을 내보내라고 했다.
병사들이 나가자 루브리아는 사무엘에게 다가가 자신의 수건을 꺼내서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주며 물었다.
“공연히 고집부리지 말고, 누가 가버나움 열성당의 두목인지 말씀하세요.
버티면 버틸수록 서로 힘만 드니까요.”
“아가씨는 누구십니까? 저에게 물을 다 주시고….”
사무엘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건 중요치 않아요. 사무엘 님을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세요.”
사무엘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루고를 바라보았다.
루브리아가 루고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 사람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으니 잠깐 제가 혼자 대화를 해 볼게요. ”
루고는 내키지 않는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무엘을 묶은 밧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사무엘 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해요.
그래야 고문도 더 안 당하고 여기서 빨리 나가실 수 있어요.”
“정말 저를 도와주는 겁니까?”
“네. 저를 믿으세요. 저는 바라바의 친구예요.”
사무엘의 눈동자가 커지고 루브리아가 소리를 낮추어 계속 말했다.
“오늘은 너무 시간을 오래 끌면 이상하니까 하루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세요.
그럼 내일까지 고문은 못 하게 할게요.
그리고 가버나움 열성당의 두목에 대해 내일 저한테 적당히 말하세요.”
“그런 다음에는요?”
“열성당 두목을 알았으니 사무엘 님을 다시 미끼로 내보내자고 할게요.
일단 나가셔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길게 내 쉬는 사무엘의 숨소리가 들렸다.
“사실은 제가 가버나움 열성당의 두목인지라 다른 사람을 댈 수가 없네요.”
“어머, 그럼 그렇게 말씀하세요. 오히려 더 일이 간단해질 수도 있겠어요”
말을 마치고 루브리아는 밖에 있는 루고를 불러들였다.
사무엘이 루고에게 힘없이 말했다.
“백부장님,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