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는 사무엘 선생을 만난 다음 날, 호텔 옆 회당으로 자신의 친구인 열성당원 아몬과 헤스론을 불러냈다.
“오늘 우리가 중요한 계획을 상의하기 위해 모였다. 먼저 어제 사무엘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부터 해 줄게.”
바라바는 두 사람에게 가버나움 열성당의 당수가 누구이고,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을 말해 주었다.
아몬이 놀라며 물었다.
“사무엘 선생님 대단하시네. 네가 로마 근위대에서 어떻게 풀려나왔는지 말씀드렸니?”
“아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신 것 같긴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셔. 그래서 더 걱정이야.”
헤스론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조용히 회당 안으로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나발이었다. 콧수염을 붙이고 모자를 쓴 나발은 40대 중년같이 보였다.
“야, 깜짝 놀랐어. 밖에서 보면 누군지 모르겠구나.”
“헤스론 형님이 모르면 변장에 성공한 거지요.”
나발이 자리에 앉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 호텔 로비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자기가 ‘요셉이 하던 제물 가게에 불을 질렀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힘깨나 쓰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가 여관에 투숙했던 사람인 것을 확인한 나발은 다음 날 그의 주소를 알아내어 그의 집에 가 보았지만, 그는 그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소를 가짜로 쓴 것 같았다.
“가정집이 아니라 점성술사의 집이었어요. 한참을 주위에서 지켜보다가 그 사람이 안 보여 변장을 하고 들어가 봤지요.”
문을 열자 입구로 쓰는 공간에 젊은 인도 여자가 앉아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
온통 검게 칠한 벽에는 밤하늘의 별자리가 크게 펼쳐져 있었고 어두침침한 실내에는 묘한 향초 냄새가 배어 있었다.
미간에 빨간 점을 칠한 가무잡잡한 피부의 여자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무엇을 알고 싶어 오셨나요?”
나발은 ‘여기를 주소로 쓴 어떤 사람을 찾으러 왔다’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잠시 머뭇거렸다.
“손님의 얼굴을 보니 급히 어떤 사람을 찾고 있군요.”
나발이 눈을 몇 번 깜박거린 후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별자리만 보는 게 점성술이 아니에요. 본인과 상응하는 하늘의 별을 같이 찾아야 해요.
손님의 별은 남두육성의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군요.”
“남두육성은 어떤 별인가요?”
“남두육성은 궁수자리에 속하는 6개의 별인데, 행운과 장수를 상징합니다.
은하수 남쪽 끝에 국자 모양으로 엎어져 있어요. 북두칠성과는 모양이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지요.”
점성술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발이 물었다.
“점을 보는 데 얼마인가요?”
“사람을 찾는 별자리 점은 2*데나리온이에요.”
나발이 얼른 대답을 안 하자 그녀의 말이 계속되었다.
“우리 인도 점성술은 빛의 지식을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각자의 별이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별들은 대우주로서 소우주인 인간과 상응합니다.
그리고 평생운은 우리 엄마가 보시는데 지금 안 계세요. 예약을 하고 오시면 되고 요금은 따로 말씀드릴 거예요.
우리 엄마는 *베다 시대부터 내려온 인도 점성술을 통달하셨어요.
하늘을 12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태양계의 행성을 배열하고, 개인의 사주를 그 위에 나열하여 세상과 인생사를 알려드리지요.”
나발이 그래도 말이 없자 그녀가 한마디 더 했다.
“로마 점성술은 엉터리예요. 그들은 아폴로 신을 믿어서 태양만 보고 점을 치지만, 인도의 점성술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같이 보고 있어서 더 정확하지요.”
“그렇군요… 실례지만 안에는 가정집인가요?”
“네, 저와 엄마 둘이 살고 있어요.”
귀염성 있고 통통한 얼굴의 그녀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제가 좀 바빠서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나발은 서둘러 점성술사의 집에서 나와 바라바를 만나러 회당에 온 것이다.
“음, 여하튼 우리 가게에 불을 냈다는 사람을 네가 보았으니 그자는 언젠가 또 광장 호텔에 나타날 거다.”
바라바의 말에 나발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얼굴이 까만 여자가 가게에 들어오면서 앉아 있는 바라바에게 인사를 했다.
“바라바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루브리아님의 시종인 유타나라고 합니다.”
“아, 전에 마차를 몰고 오신 분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유타나는 가게를 둘러보며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주인 아씨께서 바라바님께 전해 드리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일 저녁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글로바라는 랍비가 중앙회당에서 강연을 하는데, 같이 참석하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라고 하셨습니다.”
“네, 물론 가야지요.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네, 강연의 제목은 ‘신의 웃음’이라고 합니다.”
바라바는 루브리아가 자기의 공부 계획을 미리 알고 있는 것에 감격하였다.
상대방을 깊이 생각하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아버지가 글로바 님의 강연에 대해 말씀하시던 기억도 났다.
바라바는 신의 웃음보다는 루브리아의 웃음을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데나리온: 로마 은화로서 1데나리온은 당시 근로자의 하루 품삯.(앞면에 티베리우스 황제의 초상)
*베다시대: BC 1500∼BC 600년경으로 인도문화 원형(原型)의 완성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