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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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8화 ★ 사무엘의 두 가지 걱정

wy 0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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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이 가버나움 열성당 당수라는 말을 들은 바라바는 자기도 모르게 벤치에서 살짝 일어나, 사무엘과 조금 떨어져 앉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회당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부딪쳤다.

선생님이 가버나움 열성당 최고 책임자세요? 사라도 알고 있나요?”

사라는 모른다.”

선생의 좁아진 미간에 고뇌의 빛이 배여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바라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성전 사건으로 참 힘드시겠어요.”

, 근위대에서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티베리아 사망자 중에 갈릴리 열성당 최고 지도부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나까지 잠적하면 우리 조직은 완전히 와해될 판이야.”

선생이 지그시 눈을 감은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바라바야, 네가 아마 열 살이나 되었을까? 내가 생선가게를 열고 너를 처음 보았을 때가… 

율법 선생을 찾는 요셉 님이 네 손을 붙잡고 내가 선생으로 있는 회당으로 오셨지.”

사무엘의 말이 계속되었다.

나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당시 헤롯 대왕은 로마제국의 실권자들이 바뀔 때마다 탁월한 처세술로 그들의 환심을 사며, 이 땅에서 32년이나 철권통치를 했다.

그가 강력한 추진력으로 로마의 제도와 문화를 전파하고, 유대 민족의 소요사태를 잠재우자 로마제국도 그를 계속 지원해 주었지.”

바라바는 선생이 평소 안 하던 말을 하자 뭔가 심상치 않았다.

헤롯은 죽기 전에 유대 땅을 그의 세 아들이 나누어 통치하도록 하였는데, 그중 내가 사는 예루살렘 지역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헤롯이 임명한 아들을 몰아내고 유대독립을 위한 봉기를 시작하자, 도시 곳곳에서 유혈 사태가 크게 발생했다.

결국, 시리아에 있는 로마 총독 바루스가 병력을 급파하여 모두 제압한 후, 지역 행정만 현지인으로 구성된 대표단에 맡겼지.

나는 그러한 현지인 대표로도 활동했지만, 비밀리에 열성당 일을 하면서 체포도 당해보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험악한 삶을 살았다

세상을 바꾸겠다며 손에 피를 묻히기도 했으니자업자득이지.

 

이후 티베리아, 막달라 등을 떠돌다가 가버나움으로 오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조용히 열성당 조직을 재건하였지만, 한편 그동안의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열성당의 무장투쟁은 오히려 로마 황제를 자극하여 유대 땅에 파견된 로마군의 병력을 자꾸만 늘려갔다.

 

시위에 동원된 힘없는 군중들만 로마 병사들의 창칼 앞에 피를 쏟으며 죽어갔지.

 

시위가 늘어갈수록 로마군은 더욱 잔혹하게 진압했다.

 

열성당 최고 지도부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책임은커녕, 그것을 공적으로 삼아 열성당 내부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했다.

 

이번에 변을 당한 티베리아 열성당 몇 사람도 그런 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시위와 반란을 선동했다

 

그런 설익은 무장투쟁은 항상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위에 동원된 사람들과 반란이 일어난 지역의 백성들이 짊어졌다.

 

사람들은 집과 토지를 빼앗기고, 노예로 붙잡혀 이국땅으로 팔려가기도 했지.

 

성전은 넘치는 희생 제물의 피로 강을 이루고, 사제들은 십일조를 걷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저기서 선지자나 예언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만나봤지

 

하지만 대부분 그들은 입으로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또 자기가 엘리야처럼 하늘에서 불을 내려 로마군을 전멸시키겠다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

여기까지 단숨에 말한 사무엘은 얼굴을 돌려 바라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 젊은이가 부딪칠 험난한 도전과 시련의 질곡이 사무엘의 가슴을 불현듯 짓눌렀다.

험한 과거의 표정이 모인 얼굴로 사무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라바야, 지난번에 네가 열성당원이라고 했을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내가 너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너는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민족을 위해 내가 못한 일을 해야 한다.”

선생이 마디진 거친 손가락을 펴서 헝크러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지금 나는 중대 결정을 할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성전 학살로 희생된 동료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치열한 항쟁을 곧 전개하느냐, 아니면 당분간 더 깊이 숨어서 때를 기다리느냐 하는 건데, 아까 말했듯이 내가 지금 당장 피신하면 우리 조직은 그대로 와해되고 말 거다.

이제 가버나움 열성당의 힘을 총동원하여 마지막 승부를 해 보려고 한다.”

묵묵히 선생의 말을 듣고 있는 바라바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전에 두 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이번 항쟁의 성패와 상관없이 가버나움 열성당이 계속 존속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큰 문제고, 또 하나는 사라의 신랑감이라도 구해 주고 일을 도모하고 싶은 거다.”

바라바는 선생이 은근히 사라의 장래를 언급하는 뜻을 눈치챘으나, 뭐라고 대꾸하기 어려웠다.

웃을 때 보조개가 귀여운 사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입술을 내밀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혼처를 정해야 할 때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지?”

아닙니다.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다만, 앞으로 열성당이 심한 탄압을 당할 텐데 선생님의 안위가 걱정됩니다.”

난 이미 모든 것을 각오했다. 지난번 근위대에 끌려갔다가 풀려났을 때, 하나님의 도우심을 너를 통하여 체험했다.

이제 나의 시대는 끝나가고 새로운 세대가 나서야 할 때다. 바라바야, 네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는 열성당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되었고요여하튼 오늘 말씀 저도 깊이 생각해 보고 또 아몬과도 상의해 보겠습니다.”

, 그래라.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만나자. 오늘은 내가 먼저 일어난다.” 

선생이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빠져나가자, 감람나무 잎사귀가 허공에서 빙그르 몸을 비틀며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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