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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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93 화 ★ 복음서의 기적들

wy 0 2019.10.19

 

 

 

사진을 찍은 후 서준이, 손준기가 언제부터 '휴거'에 집착 했는지를 물었고 선희의 설명이 길어졌다.

 

준기가 뱀을 들어올리는 것을 성경의 가장 중요한 이적이라고 믿은 것은, 선희의 집에서 쫓겨나고 성경을 보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그는 신약을 100번 넘게 읽으며 성경에 나온 기적이야기를 파고 들었다.

 

4복음서중 맨 먼저 쓰여진 마가복음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 예수님이 직접 행하신 기적은 23번 나왔다.

 

마태는 마가의 기적 이야기를 대부분 중복해 썼고, 그 내용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누가는 마가에 나온 기적 외에 몇 개의 기적을 추가하는데, 나인성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리고,나병 환자 10명을 치유한 사건들이다.

 

요한복음은 다른 곳에 안 나오는 독특한 기적이 4개 더 나온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양의 문에서 38년간 앉아 있던 병자를 치유했고,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인 사람의 눈을 뜨게 했고, 마지막으로 죽은 나사로를 살린 것이다.

 

모두 합쳐보니 4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직접 행하신 기적이 30개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기적을 예수님만 행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도행전에는 제자들 중 베드로, 요한, 바울이 비슷한 기적을 해 냈고, 심지어 죽은 사람을 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테면 베드로와 요한은 예루살렘에서 못 걷는 사람을 고친다.

 

베드로는 ‘욥바’에서 죽은 여인을 살리고 바울은 ‘유두고’란 청년을 죽음에서 살려낸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로마 여행 중 배가 파선되어 도착한 섬에서 뱀에 물렸으나 아무 일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를 신이라 부른다.

 

손준기가 생각하기에 마가복음이 복음서의 원본이라면, 거기에서 마지막에 예수님이 하신 말씀, 믿는 사람에게 따르는 기적 중 ‘뱀을 들어올리며 어떠한 독에도 해를 입지 않는다’는 말씀과 사도행전의 마지막이 일치했다.

 

그가 기도의 능력을 믿으며 스스로에게 그런 능력이 생길 것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뱀을 손으로 들 용기는 없었고 물도 술이 되지 않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아픈 사람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도를 해 봤으나, 자신의 머리에 더 열이 났고, 남들은 쉽게 하는 방언도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가장 절실한 기도가 통하는 날이 왔으니, 그것은 선희를 우연히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가 이루어져 그녀를 동네 편의점에서 만난 순간이다.

 

3년만에 선희를 만난 준기는 그의 하나님께 더욱 신실한 감사를 올렸고 그간의 모든 영광을 돌렸다.

 

이 때부터 그가 뱀을 맨손으로 집어 올리는 능력이 생겼으며 간혹 물려도 말짱했다.

 

뱀을 집어 올린다는 말은 예수님이 하늘로 올려지사, 하나님의 우편에 앉기 직전에 하신 말씀이라 아무도 손중기에 임한 표적을 부인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사건이 터졌다.

 

작은 뱀에게 물린 손준기의 손이 갑자기 붓기 시작하여 그날 교회에 나온 선희와 함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뱀에 물렸다고 하니 신장 투석 환자처럼 피를 돌렸으나 혼수상태로 이틀을 보냈다.

 

정신이 든 손에게 의사는 그가 독에 강한 체질이라는 것과 여동생이 밤을 꼬박 새우며 기도를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성경은 뱀 이야기가 참 많네요.

 

창세기에서 이브가 뱀 때문에 선악과를 따 먹은 건 알았는데 마가복음 마지막도, 사도행전 끝 부분도 뱀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는 건 몰랐네”

 

서준의 말에 선희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네, 사도바울이 뱀에 물린 섬은 지금 신혼 여행지로 인기 있는 몰타 섬이에요.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직접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 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하셨는데 준기 오빠는 이 대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

 

듣고 보니 선희의 성경에 대한 이해가 상당한 듯싶었다.

 

“제가 그 동안 준기 오빠의 교회에 나간 것은 오빠를 살리고 싶어서였어요.

 

저마저 오빠의 곁을 떠났으면 오빠는 오래 전 뱀 독에 목숨을 잃었을 거에요.

 

제가 교회에 참석하는 대신 오빠는 독이 없는 작은 구렁이만 취급 하기로 약속을 했어요.

 

그날은 구렁이가 없어서 독이 없다는 작은 뱀을 들어올리다 사고가 났지요.

 

제가 그 교회를 떠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신도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차츰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들의 순박한 믿음, 성경에 나오는 말씀 그대로의 표적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설령 그것이 밀가루로 만든 가짜 약이라도 분명히 효과가 있었어요.

 

뱀을 들어올리는 것은 그들에게 평안과 위안의 샘물이었고 험한 광야에서 내려오는 ‘만나’였어요.-

 

그녀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어나갔다.

 

“전통 기독교 신앙과는 어긋나지만, 저는 배교해야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이 산다면 언제든 배교할 거 같아요.

 

종교의 본질이 남을 사랑하는 자기 희생이라면 여기에는 배교도 포함 돼야지요.”

 

평소 몰랐던 선희의 신앙관을 들으니 그녀는 방주와 잘 어울리는 신부 감이었다.

 

“제가 바쁘신 분에게 너무 말을 많이 했네요. 사진 먼저 찍기를 잘 했군요.

 

큰 어머니를 만나러 나왔다가 최기자님 생각이 나서 잠깐 연락 드렸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이제 일어나야 되겠어요.

 

제 기사 쓰시다가 궁금한 거는 이메일 보내 주시면 곧 답장 해 드릴게요.”

 

선희가 일어서며 노란색 바바리코트를 입었다.

 

그녀의 키가 오늘 따라 더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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