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새사도신경 78 화 ★ 뱀을 집어 올리며

wy 0 2019.08.28

 

 

서준이 정치부 박당 기자에게 김영중 전의원 취재 건이 잘 되고 있는지 넌지시 물었다.

 

홍수진 변호사가 새해 인사 겸 요즘도 박민이 김의원의 주변을 탐문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특종에 대한 경쟁심이 있어서 상대가 취재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만약 거론을 한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라 서준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박민은 나이는 서준과 같았지만 입사는 1년 빨랐다.

 

성격이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라 장래 정치부장 감이라는 평판이 있었고, 앞으로 정계에 진출하려는 야심도 있는 성싶었다. 

 

작은 키에 통통한 체구, 진한 눈썹과 날카로운 눈동자는 언뜻 박정희의 경호실장 차지철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대로 그는 김의원 취재에 대해 서준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다 서준이 한마디 던졌다.

 

"내 친구가 김의원의 아들 김승태 변호사와 같은 로펌에 다니던데..."

 

그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한가지만 좀 확인 해 줄 수 있나요?"

 

"박선배 부탁인데 뭐든지 알아봐야지요."

 

"김영중 의원이 호적상에는 자식이 하나 밖에 없는데 그가 김변이지요."

 

박기자가 잠시 말을 멈추고 서준의 반응을 기다렸으나 침묵이 흐르자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김변은 친아들이 아니던데 ..."

 

"김승태가 친아들이 아니라고요? "

 

"그래요. 혹시 김변을 만난 적이 있나요?" 박기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아니요, 그냥 친구에게 이야기만 들었어요.

 

여자 친구인데 홍변호사라고 같은 로펌에 다니지요."

  

"그럼 그 여자 친구 한 번 소개 해 줘요. 지금 서준씨와 밀당 중인가요?"

 

"아니요, 그냥 아는 친구에요. 미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요.

 

여하튼 내가 알아볼 수 있으면 알아 볼게요."

 

자기 자리로 발길을 돌리려다 서준이 또 무심하게 말했다.

 

"김영중 의원은 옛날 사람인데 기사 거리가 되나요? "

 

박당이 아무 말도 안 했고 서준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키고 이 번 주 기사 작성을 위해 워드프로를 열면서 김승태변호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만약 그가 양자라면 처음 보았을 때 선희와 어딘가 비슷하다고 느낀 것은 완전히 선입견이었다.

 

"최서준, 연초에 터뜨린 특종에 댓글이 엄청 많이 달렸어."

 

어느새 다가온 주기자의 음성이 뒤에서 들렸다.

 

"깜짝이야!  인기척 좀 내고 다녀요."

 

"왜 그렇게 놀라나. 내가 그래서 별명이 스텔스잖아.

 

통통하면서 시커먼 적의 레이다에 안 걸리는 비행기."

 

그가 털복숭이 얼굴로 양팔을 들며 비행기 흉내를 내었다.

 

"이 번 주말에 별일 없으면 베로나에 갈까?"

 

"아, 제가 거기서 한 번 사기로 했지요. 그러지요."

 

"그래, 잊지 않아서 다행이군.  엎드려 절 받기지만 ㅎㅎ

 

여자 친구 있으면 데리고 와."


주기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한마디 더했다.

 

"특종에는 후속 기사가 중요한 거야. 계속 살펴봐."

 

서준이 작년 말 문교수를 인터뷰 한 내용을 일간지들에서 그대로 받아 썼다.

 

주간지로는 일 년에 몇 번 안 나오는 특종으로 이차장의 입이 며칠 간 귀에 걸렸었다.

 

지금쯤 문교수는 영국에서 니케아 성당 유적을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고, 눈도 완쾌 되지 않았는데 무리한 여행이 걱정되었다.

 

서준이 문교수에게 안부 이메일이라도 보내려고 인터넷을 열었다.

 

거기에는 새로운 메일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제목이 ‘저는 문교수를 폭행한 손준기를 잘 압니다‘라는 것이었다. 서준이 얼른 메일을 열어보았다.

 

"최기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남동에 사는 50대 주부입니다.

 

문익진 목사님 폭행사건 기사를 읽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메일을 보냅니다.

 

그 날 교회에서 저는 단상에 올라 간 손준기를 금방 알아보았습니다.

 

손은 강남 S호텔 헬스 클럽의 코치로 2년 동안 근무했지요.

 

거기서 그에게 3달 동안 개인 지도를 받았는데 얼굴이 반반한 젊은 코치로서는 비교적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손에게 호감을 느끼던 중 그의 소개로 이태원의 어느 술집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그의 전혀 다른 생활을 보게 되었지요.

 

그는 밤에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인기 있는 호스트였어요.  

 

거기서 그의 이름은 '지우스' 였으며 하루 50만원 정도는 쉽게 버는 듯했지요.  

 

 한편 자신은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서, 마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믿는 사람의 5가지 징표 중 하나를 저에게 같이 실험해 보자고 했어요.

 

저는 기겁을 하고 그 후에 손준기를 만나지 않았지요.

 

왜냐하면 그 징표는 뱀을 집어 올리는 거였는데 가끔 물리기도 한대요. 

 

백 년 전 미국의 어느 목사가 성경 말씀대로 뱀을 집어 올려서 엄청 많은 신도를 모았다네요.

 

손코치는 그 목사를 존경하는데 이름이 '헨슬리'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아는 손준기에 대한 설명입니다.

 

최기자님의 다음 기사가 기대됩니다. ”

 

서준이 마가복음 16장을 찾아보았다.

 

State
  • 현재 접속자 4 명
  • 오늘 방문자 261 명
  • 어제 방문자 316 명
  • 최대 방문자 884 명
  • 전체 방문자 289,32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