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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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73 화 ★ 문교수 파문

wy 0 2019.08.10

 

 

 

문교수가 속한 K 교단 산하 '이단 대책 위원회'가 연초에 소집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주간시사의 인터뷰가 소집을 앞당기긴 했으나 작년 연말 그의 파문은 사실상 결정되었다.

 

김훈두 총회장이 설교 도중 퇴장하면서 이 학장에게 지시한 것이다.

 

파문을 당하면 교회 강단에 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단으로 낙인 찍혀 어떠한 사회적 활동도 국내에서 하기가 어려워진다.

 

같은 교단은 아니라도 기독교라는 큰 우산 아래에 있는 조직은, 어디서나 그를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에 파문 당한 사람은 대부분 외국으로 망명의 길을 떠난다.

 

교단의 징계 중 가장 강력한 것이 파문인데, 관례상 2-3번 경고를 주고 당사자가 회개하지 않을 때 쓰는 마지막 퇴출 명령인 파문을 이번에는 막 바로 쓴 것이다.

 

이단 대책위원회에서 검토 분석한 문교수의 이단성은 뚜렷했다.

 

그가 운영하는 21C 기독교 광장에 나타난 삼위일체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

 

다른 종교의 구원도 인정하는 듯한 다원주의.

 

계시의 말씀인 성경의 절대성보다는, 진화론 같은 증명되지 않은 과학을 중시하며, 목회자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Y 대학 교회에서 마지막 설교 중, “만약 예수님이 구약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연기자라면, 자신의 메시아는 아니다”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핸드폰에 녹음 되어있는 문교수의 이 부분 설교 내용을 이학장이 이단 대책 위원들에게 들려주었다.

 

잠시 후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녹음이 중단되었다.

 

“여기가 설교의 끝입니다. 

 

이 발언 직후 폭행을 당했으니까요.”

 

이동구 학장을 포함한 7명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찬성 5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파문이 결정되었다.

 

이제 이 결과가 노회에서 통과된 후 총회의 마지막 의결을 거쳐서 총회장의 결재로 확정되는 것이다.

 

오늘의 회의를 주재한 이 학장이 엄숙한 자세로, 투표 결과에 대한 방망이를 3번 두드린 후 입을 열었다.

 

“이제 결정은 되었고 형식적 절차만 남았습니다.

 

총회에서 확정될 때까지 오늘 회의는 대외비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연히 시끄럽게 언론에 나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의원 중 한 사람인 신종일 장로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문교수 문제는 조용히 처리돼야지요.

 

그를 폭행한 젊은이도 구속되지 말고 풀려나야 합니다.

 

폭력을 쓴 것은 찬성할 수 없지만, 예수님도 때로는 채찍을 성전 상인들에게 휘두르셨지요.

 

이왕이면 오늘의 표결을 발표할 때는 만장일치로 하는 게 어떨까요?

 

박근혜 탄핵 때도 헌재가 상의해서 8:0으로 발표 한 것처럼요.”

 

잠시 주위에 묘한 적막이 감돌았고 아무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는 신장로의 눈길이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 묻는 듯싶었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이학장이 침묵을 깼다.

 

“장로님의 깊으신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시간을 좀 두고 다시 상의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문교수는 오늘 아침 런던으로 출국 했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에 통화를 간단히 했는데 다친 눈은 거의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에 가해자의 처벌 불원서를 벌써 제출 했는데 아직 풀려나지는 못했고,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가 될 것 같답니다.

 

눈의 상처보다도 넘어진 문교수를 올라타고, 목을 조른 것이 문제가 되고,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참고인으로 총회장님과 저를 불렀는데 저 혼자 나갈 예정입니다.

 

그날 문교수 설교 초반에 총회장님과 제가 강단에서 내려와 나간 것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혹여 우리 중 누가 사주를 했나하는 의심을 하는 모양인데, 터무니 없는 일이고 문교수도 인터뷰에서 분명히 아니라고 했지요.

 

참고하시기 바라며 다른 말씀 없으시면 기도로 오늘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모두 아무 말이 없었고 이학장이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시작했다.

 

“전능하신 하나님,

 

 저희는 오늘 하나님을 멀리하여, 옛날 같으면 사형에 해당하는 죄인을 징계하였나이다.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두사,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군하는 자요, 비방하는자요, 하나님께서 미워하는자요, 능욕하는자요, 교만한자요, 자랑하는자요, 악을 도모하는자요,

 

그들이 이 같은 일을 행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하나님의 정하심을 알고도, 자기들만 행할 뿐 아니라 또한 그런 일을 행하는 자들을 옳다 했습니다.

 

이에 부득이 저희가 오늘 하나님의 율례를 따라 가슴 아픈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나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총은 신묘 막측하시니, 이러한 죄인들에게도 저희가 알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어, 마지막 순간에 회개하여 돌아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무 공로 없는 죄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였나이다. 아멘”

 

아멘 소리가 동시에 작게 들렸고 회의가 끝났다.

 

참석자들이 모두 회의실에서 나갔고 신장로만 남았다.

 

“학장님 기도는 언제 들어도 성경 말씀에서 벗어나지를 않으셔서 좋습니다.”

 

이 학장이 둥근 이마에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감사합니다. 성경 한 권이면 세상에 감당 못할 지식과 능력이 없지요.

 

저도 모르게 기도할 때는 성경말씀이 떠오릅니다.”

 

신장로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했다.

 

“경찰에는 언제 나가시나요?”

 

“내주 화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는데요..”

 

“사실은 그 손모라는 청년을 제가 좀 압니다.

 

우리 교회에 나오던 청년인데 지난 연말에 저에게 전화를 해서, 할 말이 있다며 예배 끝나고 잠깐 시간을 내 달라고 했어요.

 

그날은 내가 Y 대학 교회에서 예배를 보니까 그리로 오라고 했었지요.

 

혹시 수사관이 이런 언급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 학장의 눈이 커지며 신장로를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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