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심정과 비슷하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왜 생겼는지를 알려주면서 X-mas를 선물 받는 날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즉 진정한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알게 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이를 먹어도 어른으로 성장 할 수 없어요.”
방주가 생강차에 입술을 대보니 마시기 적당한 온도가 되었다.
“얼마 전 어느 기독교 단체에서 개신교 목회자 의식 조사를 했는데 몇 가지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 있더군.
21C 기독교광장에 올리려고 정리한 자료니까 한 번 보게.”
방주가 찻잔을 내려 놓고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전국 목사님들 500여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 등을 통해 조사 한 2017 목회자 의식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목사님들은 스스로 그들이 몸담고 있는 개신교회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35%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5년 전 조사에서는 63%였는데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수치입니다.
낙태에 대한 목사님들의 의견은 26%정도가 '상황에 따라 해도 된다' 인데 5년 전 18%보다 다소 늘었습니다.
또 한가지 변화는 목회자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조사에서 진보라는 응답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보수가 53%로 3%줄었고, 중도가 20%로 11% 감소한 반면, 진보라는 응답은 27%로 14%가 늘었습니다.
지난 5년사이 중도 성향의 목사님들이 진보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수치입니다.
이것은 신학적 성향과 직결되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변화와 연관된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회 세습에 대해서는 반대가 약 70%로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고,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가 30% 정도입니다.
이번 통계조사에서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목사님들 스스로가 교회의 활동에 대한 자긍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게 되더니 이제는 목회자들도 교회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의식이 높아질수록 교회 개혁에 대한 열망도 커진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목사님들도 있을 것입니다.”
-21C광장, 문익진드림.
“재미있는 통계네요. 교수님의 간단한 설명도 좋습니다.
지금 우리 목회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신뢰 회복과는 반대 방향으로 계속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데 이럴 수록 개신교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소위 가나안 신도들, 교회 안 나가는 신도가 점점 더 늘어나는 이유지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나?”
“사실 교회의 목사 세습도 문제지만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즉 ’교회는 왜 다니는가’하는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루터가 중세 교회의 신학을 ‘영광의 신학’이라 비판하고, 자신의 신학을 ‘십자가의 신학’이라 했는데 지금 교회의 모습은 성도들을 놓고 경쟁하는 ‘사교 클럽의 신학’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좀 있었지만 이제는 주객이 전도 되었습니다.
일례로 큰 교회에 나가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고, 결혼식도 그 동안 다녔던 교회에서 해야 하니까, 교회라는 곳이 안 나갈 수 없는 사교 클럽이 되는 거지요.
교회 입장에서도 말로는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실지로는 사교클럽 고객 확보가 최우선이지요.”
문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몇 몇 교회는 서비스 확장으로 더 커질 수 있지만 교회가 일반 시민들의 신뢰에서는 멀어져 간다는 말이군.”
“네. 또 한가지 생각 해 봐야 할 문제는 전도에 대한 지나친 공격적 자세입니다.
기독교인은 구원 받은 존재이며, 구원 받지 못한 세상 사람들을 향해 끊임 없이 전도의 사명을 감당할 의무나 특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바로 비운사 불상 훼손이나 아프칸 선교사 사망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는데 근본주의 기독교에서는 이것이 무례하고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용기 있는 신앙 행위가 되는 거지요.
하지만 이럴수록 기독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거부감은 더욱 커집니다."
“음, 사실 전도에 대한 공격적 자세는 약 2백년 전 영국에서 시작 되었지.
그 전 까지만 해도 칼빈 신학이 주류인 개신교는 개인의 구원 자체를 하나님이 미리 정하신 예정으로 믿었기 때문에 전도에 대해서는 크게 중시하지 않았네.”
연구실 안이 점점 싸늘해지며 방주가 양손을 코트 주머니 속에 넣었다.
“날씨가 내일은 영하 17도가 된다더니 점점 추워지네요.
문교수가 두 사람의 찻잔에 생강차를 조금씩 더 따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설교를 마치고 내가 잠깐 영국에 다녀 올 거야.
그 동안 자네가 21C 기독교 광장을 관리 해주면 좋겠네.”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로 영국을 가시나요?
오래 걸리시나요?”
방주가 두 가지 질문을 연이어 했다.
“영국의 로빈슨선생께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나를 급히 오라고 하시네.
아마 2-3주 정도 걸릴 거야.”
“아, 니케아 호수 아래 성당에서 발견 된 사도신경의 비밀이 밝혀졌나요?”
방주의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
“그런 것 같네. 내가 같이 연구할 부분이 있다고 하시는군..
내가 사도신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콥트어를 가르쳤다는 명분으로, 당신의 마지막 학문적 업적에 나를 끼어주시는 거지."
“새로 발견 된 사도신경이 언제 만들어진,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21C기독교 광장은 제가 잘 관리하고 있겠습니다.”
방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