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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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39화 ★ 믿음은 하나님이 나를 믿어야

wy 0 2023.11.26

 왕비님이 돌아오셨어요. 내일 오전에 들어오시라고 하셨어요.”

 

유타나의 활기찬 목소리였다

 

침대에 누워 있던 루브리아가 상반신을 일으키며 앉았다.

 

, 내일 아침 일찍 들어갈 준비해

 

내일이 수요일인데 사라는 언제 오려나.

 

아 참, 내일 베다니에 가시기로 했잖아요.”

 

베다니는 오후에 가야지

 

예수 선생은 온종일 거기 계실 거야.”

 

노크 소리가 들리고 탈레스 선생이 취침 전 루브리아의 눈 검사를 하러 들어왔다.

 

시력에 별 변동은 없는 듯하지만, 아직 빨간눈 증상이 남아 있다

 

루브리아가 내일 계획을 알려주며 선생에게 말했다.

 

예수 선생을 만나서 병이 나으려면 그들의 신 여호와를 믿어야 한다는데 지금부터 믿어도 될까요?”

 

탈레스 선생이 대답을 망설이자 유타나가 옆에서 말했다.

 

그럼요. 아마 내일 선생을 만나는 순간만 믿으셔도 될 거예요.”

 

, 글쎄.제가 그동안 읽어본 유대 민족의 역사서를 보면 마음속으로 잘 믿어지지 않던데요.”

 

루브리아가 탈레스 선생을 바라보았다.

 

저는 믿음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종교적 믿음도 부모 자식 간의 믿음과 같다고 생각해요.

 

성전이나 회당에서는 자꾸 하나님을 믿으라고 하는데, 우리가 하나님을 믿어도 하나님이 우리를 안 믿으시면 아무 의미가 없지요.

 

믿음은 하나님이 나를 믿어야 해결돼요

 

부모가 나를 믿어야 내가 독립적 인간으로 바로 설 수 있듯이

 

선생님은 무신론자라고 하시면서 종교적 믿음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셨나 봐요.”

 

무신론자가 어떤 면에서는 더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유타나가 갑자기 생각난 듯 중간에 끼어들었다.

 

, 올라오면서 맥슨 백부장을 만났어요.

 

로무스 대장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면서, 다음주 수요일에 로마로 떠나야 하니까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돌아오라고 하셨대요.”

 

, 그렇구나. 이제 유대 땅에 있을 시간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일찍 쉬세요.”

 

탈레스 선생이 나가려고 방문을 막 여는데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지금 막 도착했어요.”

 

사라 왔구나. 깃발은?”

 

사라는 깃발 대신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가지고 왔어요

 

같이 간 대원이 내일 아침에 칼로스 천부장에게 전달해 줄 거예요.”

 

정말 잘됐네. 사라가 바라바 님의 목숨을 살렸어.”

 

루브리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사라를 안아주며 계속 말했다.

 

나도 이제 살 것 같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일이 무서웠는데

 

언니 눈은 다 나았지요?”

 

사라가 루브리아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타나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 그 번개 가오리가 없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이제 깃발도 가져 왔으니까 내일 베다니에 가셔서 눈만 치료하면 되겠어요.”

 

, 그래. 급히 오느라 저녁도 못 했지?”

 

이거 같이 드세요. 사마리아 땅로 만든 무화과 디저트에요

 

옛날 사울왕의 아들 요나단이 눈이 안 좋을 때 이걸 먹고 눈이 밝아졌대요.”

 

사라가 바구니를 열어 디저트를 꺼냈다.

 

, 이런 것까지 어떻게 신경을 썼어

 

많이 먹어야겠다.”

 

모두 방안의 작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순하고 향기로운 꿀 냄새가 퍼졌고 루브리아의 얼굴이 오랜만에 활짝 피었다.

 

근데 이거 많이 드시면 내일 치료 받고 나아도 왜 나았는지 모를 수 있겠네요.”

 

유타나가 접시를 가져와서 디저트를 탈레스 선생에게 주며 말했다.

 

그래도 낫기만 하면 됩니다

 

이건 귀한 거니까 루브리아 님 많이 드세요

 

나는 저녁을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조금만 드셔 보세요

 

선생님 눈도 제 눈 들여다보시느라고 힘드셨잖아요

 

제가 지금 한 입 먹어보니까 벌써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에요.”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유타나가 루브리아에게 말했다.

 

이제 내일이면 모든 일이 잘 될 테니 모레쯤 지난번 식당에 맡겨 놓은 전기가오리찜을 해 먹으면 좋겠어요.”

 

유타나가 그동안 그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근데 나를 도와준 가오리를 잡먹기보단 욥바에 가서 바다에 넣어주는 게 어떨까

 

어차피 며칠 후에는 욥바를 거쳐 돌아가야 하니까.”

 

, 언제 가실 건가요?”

 

사라가 물었다.

 

아버지가 수요일에 로마로 출발하시니까 우리는 늦어도 여기서 일요일에 떠나서 월요일에는 도착해야 해

 

사라도 같이 로마로 갈 거지?”

 

사라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저는 아무래도 정리할 일도 있고 이번에는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 그래. 여하튼 언제든지 올 수 있으면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선생님, 이번 돌아가는 길에 팔미라에 들려서 얼마 전에 지어진 신전을 보고 가려고 하는데 가 본 적이 있으신가요?”

 

루브리아가 탈레스를 보며 말했다.

 


팔미라 collage.png

다드몰 근처가 팔미라

 

다메섹 북쪽에 있는 팔미라 바알 신전 말씀이지요

 

몇 년 전에 한 번 가 봤습니다.”

 

팔미라는 예전부터 오아시스가 많아서 사막의 진주로 불린다고 들었어요

 

신전도 구경할 만 하지요?”

 

, 그럼요. 페니키아인들의 건축 양식을 공부하기 좋은 신전이지요

 

그리스 양식과 페르시아 문화를 혼합한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중간에는 매끈한 이오니아식 기둥이 있지만 바깥 벽은 화려한 페르시아 돌 장식으로 되있어요.”

 

. 바알신은 비를 내려 땅을 비옥하게 하는 신이지요

 

예전부터 북이스라엘서도 바알신을 많이 섬겼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 그렇습니다

 

지은 지 10여 년밖에 안 되었으니까 페니키아 쪽에는 아직도 비의 신으로서 상당한 위세를 떨치고 있을 겁니다.”

 

사라가 디저트를 맛있게 먹으며 선생에게 물었다.

 

제가 오면서 사마리아를 거쳐 왔는데 거기는 아직도 바알신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고 해요

 

700여 년 전 엘리야 선지자가 바알 사제를 450명이나 죽였다는데 아직도 다메섹 지역에는 신전을 새로 짓고 있군요.”

 

앞으로 유대 민족이 그쪽을 점령하면 또 무너뜨릴 수 있겠지요

 

*몇백 년 후가 될지는 몰라도.어쩌면 바알신을 안 믿는 다른 민족이 그럴 수도 있겠지요.”

 

선생의 목소리가 예언자처럼 들렸다

 

사라가 가지고 온 디저트가 거의 없어지고 편안한 밤이 깊어 갔다. 

 

 *팔미라 신전 중 벨 신전 등은 2015년 5월 IS(이슬람 국가)에 의해서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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