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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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81 화 ★ 하나님의 일

wy 0 2019.09.07

 

 

 기자회견은 이후에도 2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새사도신경’이 실시간으로 전세계적인 뉴스가 되면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계속 되었으나, 메리안이 선생의 건강을 염려하여 오후 1시에 기자 회견장을 빠져 나왔다.

 

성당 입구 잔디밭에 주차된 '랜드로바' 에 무거운 휠체어를 접어 넣고 뒷자리에 타려는 문교수에게 급히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문교수님,  C일보의 토마스 김입니다.

 

제가 내일, 시내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모실 수 있을까요?”

 

잠시 대답을 망설이자 그가 계속 말했다.

 

“피카디리에 ‘아리랑’이 된장찌개가 아주 맛 있습니다.

 

로빈슨 박사가 좋아하는 잡채와 빈대떡도 있고요.”

 

사흘 째 메리안이 해주는 '로스트 비프'와 '터키 샌드위치'만 먹다가 ‘된장찌개’란 말에 저절로 군침이 도는 것을 느꼈다.

 

운전석에 앉은 메리안에게 설명을 했더니 얼마 전 아리랑에서 갈비찜을 맛있게 먹었다며 당장 가고 싶다고 했다.

 

김특파원이 얼른 자동차 앞자리에 올라타며 말했다.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빈슨 박사님. “

 

“문교수와 한국 식당을 한 번 가려고 했는데 이왕이면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메리안이 옆에 앉은 특파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리랑은 런던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교통이 혼잡했다.

 

안개 비까지 내리면서 자동차가 더 느려지자 로빈슨 박사는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문교수가 자동차 창문을 조금 열면서 토마스 기자에게 질문했다.

 

“오늘 발표는 기자 분이 보시기에 어땠나요?”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내일 이 시간쯤에는 새사도신경이 SNS에서 검색어 1위가 될 것입니다. “

 

“한국에서도 그럴까요?”

 

“그럼요, 제가 오늘 오후에 기사를 송부하면 내일 문화 면에 크게 실리고 한국의 기독교계가 엄청 놀랄 겁니다. “

 

좁은 차 안에서 파이프 냄새가 강하게 느껴질 때 아리랑에 도착했다.

 

점심 때가 지나서인지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고 벽을 장식한 태극 무늬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김특파원을 알아 본 지배인이 반갑게 인사하며 조용한 자리로 안내했다.

 

메리안이 메뉴을 열고 갈비찜과 잡채를 통통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종업원이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서비스라며 가져왔다.

 

문교수가 한 잔씩 따르고 메리안이 먼저 잔을 들고 말했다.

 

“새사도신경의 성공적인 발표를 축하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잡채가 먼저 나왔는데 백포도주와 썩 잘 어울렸다.

 

선생 부부가 젓가락 대신 포크와 수저를 양손으로 잡고, 스파게티 먹듯이 잡채를 돌려서 분주히 입에 가져갔다.

 

“도마복음이 콥트어로 발견 된 것을 아시던데 혹시 신학 공부를 하셨나요?”

 

문교수가 옆자리에 앉은 김특파원에게 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오래 전에 신학 대학 조금 다니다 말았습니다.

 

공부를 할 수록 제가 생각하던 신앙과는 멀어져서요... 그 후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고 방송 대학원을 다녔지요.”

 

“그러시군요. 지금 교회는 나가시나요? “

 

토마스의 자세한 설명에 호감을 느낀 문교수가 계속 물었다

 

“안 나갑니다. 저는 지금 무신론자 입니다.

 

종교 밖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신을 보니까 더 객관적으로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신이 잘 보이면 무신론자는 아닌 듯 하네요.

 

저는 아직도 신이 잘 안 보이는데요. ㅎㅎ”

 

문교수가 농담을 하며 와인 잔을 입에 대었다.

 

자신이 파문 당한 것을 토마스 김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로빈슨 선생에게 설명할 일을 생각하니 목으로 넘어가는 와인이 갑자기 썼다.

 

개량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이 식탁 위에 갈비찜을 올려 놓자 메리안의 오른 손이 수저 대신 나이프를 얼른 잡았다.

 

잠시 동안 모두 식사에 열중했고 쩝쩝, 달그락, 탁탁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사람들의 행동이 갈비찜을 나이프로 잘라 먹는 방법과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가는 방법으로 나뉘었고, 이에 따라 나는 소리도 달랐다.

 

빈대떡이 좀 늦게 나왔는데 메리안이 손으로 배를 부풀리며 반은 포장을 해달라고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 즈음 로빈슨 박사의 동작이 힘들어 보였다.

 

“토마스 특파원 너무 잘 먹었어요.” 메리안이 와인 잔을 들며 말했다.

 

“선생님이 피곤해 보여서 곧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질문 있으면 하세요. “

 

토마스가 냅킨으로 입 언저리를 부지런히 닦으며 말했다.

 

“먼저 사진 한 장 기념으로 찍어도 되겠지요?”

 

‘김치’를 외치며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은 후 김특파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발굴 한 새사도신경은 교리나 믿음 보다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더 강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도신경이 확고한 종교적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로빈슨 선생이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듯했다.

 

“우리는 이제 종교와 신앙을 구분 해야 합니다.

 

종교로서의 교회는 한계에 부딪쳤고, 기독교는 종교를 넘어서는 신앙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독교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 지가 먼저인 교리적 종교였다면, 이제는 우리 서로의 관계, 이해, 생명을 더욱 중시하는 신앙이 먼저인 것입니다.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에서 베드로와 안드레를 부르신 것이 먼저였던 것처럼요. “

 

토마스가 바로 다시 질문했다.

 

“그래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 아닌가요?”

 

 

나는 더 이상 전통적 기독교의 하나님이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생명의 확장, 사랑의 충만, 존재의 향상을 위해 나의 남은 시간을 쓰기 원합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의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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