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마가복음 16장 17-18절에 믿는 자들의 표적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17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18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
손준기는 이 표적 중 뱀을 집어 올리는 데 꽂힌 것이다.
서준은 이번에는 ‘헨슬리’ 라는 이름을 찾았는데 영어 구글에 그에 대한 내용이 떴다.
'조지 헨슬리는 회심 후 오순절파에 들어갔다.
그는 문맹이었으나 1915년 테네시주에서 목사 자격증을 획득한 후, 특히 성령의 임재를 강조하고,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설교하기 시작했다.
4번 결혼하고 13명의 아이를 둔 그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알코올 중독에다 일정한 수입이 없었으나 설교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예수님이 마가복음에서 말씀하신 믿는 자의 표적 중 ‘뱀을 들어 올리고 무슨 독에도 해를 입지 않는다’ 는 대목을 문자 그대로 증명하기 위하여 독 뱀을 손으로 잡아 올리는 시범을 계속 보여주었다.
그는 주정부 뱀 취급 법에 저축되어 두 번 구속 되었고, 집행 유예기간에 다시 밀주 혐의로 구속 되었으나 곧 탈주하여 오하이오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40년 가까운 목회 기간 중 그가 뱀에 물린 횟수는 400번 이상이었다.
1955년 플로리다 목회 중 뱀에 물린 헨슬리는 증상이 심각했으나 어떤 약도 쓰는 것을 거부했고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결국 뱀에 물려 죽었으나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은 이에 굴하지 않고 뱀에 물리는 행위를 이어나갔다.
비록 다른 오순절파에서도 뱀을 다루기는 했으나 뱀에 관해서는 조지 헨슬리가 가장 대표적 인물이었다.'
설명은 여기서 끝이었고 서준은 가벼운 한숨을 내 쉬었다.
이메일 중에 방주에게서 온 것이 있었다.
-서준에게
자네가 쓴 문목사님 폭행 기사 잘 읽어보았네.
나도 그날 Y대 교회에 있었지.
밖에 나와서도 서로 얼굴 보기가 어렵네.
근일 내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별로 안 좋은 소식 한가지 전해 주겠네.
어제 S 침례교단 노회에서 문교수님에 대한 파문 안건이 통과되었어.
며칠 내 총회장이 총회에서 의결하게 될 거야.
문교수님은 아마 각오하고 계시겠지만 옆에서 아무 도움도 못 드리고, 제자로서 너무 죄송하구만.
그럼 곧 만나기로 하세.
밖에 나온 친구 방주가-
서준은 즉시 핸드폰에서 방주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
그의 목소리가 밝게 들렸다
“벌써 내 메일 봤구나”
“신목사님, 지금 내가 질문 하나 해도 되나?”
“응, 무슨 급한 일이 있나?”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우리나라에 혹시 뱀을 들어 올리며 설교를 하는 교회가 있나?”
“뱀을 들어 올린다?
그런 교회는 잘 모르겠고 마가복음 16장에 그런 대목이 나오긴 하는데...나중에 첨가된 부분이지. “
“마가복음에 첨가된 부분이 있다고?”
“성경은 모두 필사를 거듭한 것이라 원본은 없고 사본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지.
마가복음은 원래 16장 8절에서 끝났는데 이후 20절까지는 나중에 덧붙인 거네.
그것도 긴 버전과 짧은 버전이 있는데 뱀을 들어 올리는 것은 긴 버전에 나오지.”
“아, 우리가 읽는 마가복음이 그런 변화가 있었구나.
여하튼 뱀을 들어올리는 것을 믿음의 표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이군.”
방주의 대답이 한 박자 쉬고 들렸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 뱀을 들어 올리는 사람은 없겠지.”
서준은 문교수를 폭행한 손준기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려다 다른 질문을 했다.
“성경이 문자 그대로 사실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창조 신학자들의 주장은 뭔가?"
“음…그들의 주장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쓰여진 정확하고 오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만물은 성경에 기록된 대로 오늘날의 하루인 6일만에 창조되었다.
노아 홍수, 바벨탑 사건 등 창세기를 포함한 성경의 모든 기록들은 역사적 사실이며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다.
또 모든 생물은 창조주 하나님에 의해서 처음부터 종류대로 창조되었다...”
방주의 말이 이어지려는데 서준이 끼어들었다.
“모든 생물 중 뱀만 이브를 꼬신 죄로 저주 받아서 다리가 없어진 건가? ”
“창조 신학자들 중에는 진화론까지 하나님의 섭리에 포함시키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
서준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문익진 교수님은 자신의 파문 안건이 통과된 것을 아시나?”
“내가 알려드렸어. 다른 사람을 통해 아시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아, 잘했네. 눈은 괜찮으신가?”
“응, 괜찮으신 가봐. 내일 런던 시내에서 새사도신경 기자회견을 하신다네.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으면 곧 자네에게 알려줄게.”
“고마워. 문교수님께 안부 전해 줘.”
전화를 끊은 서준은 손준기가 뱀을 들어 올리는 장면과, 과일 깎는 칼을 목에 대는 장면이 교차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