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제가 수감 생활을 하면서 쓴 글입니다.
필자 2015년 봄
2012년 늦가을, 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자진 귀국한 저를 공항에서 기다리던 검찰 수사관은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었지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었으나 이후 몇 년간의 수감생활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은 더디 갔지만,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자유를 누렸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글을 서서 썼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팠고, 서 있으면 작은 방이 조금 더 크게 보였지요.
어렵게 구한 책받침에 노트를 왼 손으로 받치고 연필로 눌러 쓰는 방법이 익숙해지자 소설의 진도가 나갔습니다.
이 책은 ‘새사도신경’을 중심으로 한 소설입니다.
저는 ‘새사도신경’을 먼저 쓰고 주인공들과 책의 스토리를 구상했지요.
이 책에서 나오는 기독교 개혁 이야기는 대부분 국내외 신학자들이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그분들의 생각을 소설이라는 틀을 사용하여 전개했을 뿐입니다.
그 분들의 선지자적 정신과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2019 성탄절 아침에 최원영
이 소설은 2020년 8월 '예수의 할아버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알라딘 - 예수의 할아버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9444454
소설가 김훈 선생의 추천사
1990년대 초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을 주간저널리즘의 정상으로 올려놓을 무렵에 최원영은 회장으로, 나는 기자로 일했다. 그가 오랜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돌아와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최원영의 소설은 기독교의 교리에서부터 현실교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깊고 넓은 질문을 던진다. 그의 질문은 명료하고, 그는 남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한다.
이 소설은 기독교 초기 교회의 핵심적 신앙고백서인 『사도신경』을 넘어서서 새로운 방식의 신앙과 소망을 제시한다. 최원영은 스스로 『새 사도신경』을 지어서 이 소설을 구성하는 틀로 삼고 있다.
『새 사도신경』은 하느님과 교회를 교리로부터 해방시켜서 현세의 생활 속에서 살아 있게 한다.
영생은 사후의 천당에서 누리는 복락에 있는 것이 아니고 현세에서의 생명의 연대 속에 있고, 구원은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현세의 길 위에 있다고, 『새 사도신경』은 말한다.
그러므로 종교의 모든 의미는 사랑이고 사랑을 이루어야 하는 자리는 지금 이 자리이고, 사랑은 미루어질 수 없고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소설은 그 새로운 기도와 소망에 닿으려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과 시련, 전진과 퇴행으로 짜여져서 긴장을 이룬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싸우고 또 화해하면서, 인간은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