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서울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베로나’가 뽑혔다.
주간시사 담당기자가 주방장에게 음식 맛의 비결을 물었다.
“요즘은 워낙 경쟁이 심해서 단순히 음식 맛으로는 서울 최고의 식당이 될 수 없어요.
손님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맛은 물론이고 인테리아를 비롯한 환경에 예민하지요.
너무 화려한 샹데리아를 달거나 빛나는 금빛 가구는 식사에 도움이 안되고, 강한 향수나 꽃 냄새도 미각에 방해가 됩니다.
스파게티는 동그랗게 약간 모자란 듯 하얀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소스를 흐르는 느낌으로 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자도 도우를 얇게 만들고 토핑을 과다하지 않게 해야 좋습니다.
맥주같이 차게 마시는 음료는 혀를 마비시켜 음식 맛을 느끼기 어려워서 우리는 여름이 지나면 제공하지 않습니다.
스트로도 없는데 이것으로 마시면 음료수의 냄새를 잘 못 맡기 때문이지요.”
최서준은 자신의 후임 기자가 쓴 기사를 읽으며 치즈케이크 한 쪽을 다 먹었다.
손준기가 ‘전천년설’에 의거해 믿었던 휴거는 오지 않았고, 하늘은 계속 파랗고 흰구름도 둥실 떠 다녔다.
미세 먼지와 중국발 황사가 심한 날은 있었지만 하늘에서 누가 내려오는 기미는 없었다.
준기가 심히 고심하다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사실은 이미 그날, 내가 김승태를 만난 날 휴거는 일어난 것이다.
겉 모습은 아무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날 예수님은 오셨고, 아무도 모르게 오신 것은 우리들의 신앙을 시험하기 위해서이다.
알곡과 가라지를 거르는 과정이 시작 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자들은 패배자고, 안 보이는 것을 믿는 자들은 승리자다.
이제 지상에서 남녀가 결혼 할 필요도 없고, 선택받은 14만 4천명은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손준기의 교회는 신도가 반 이상 떨어져 나갔지만 준기는 뱀에 물리는 의식을 계속하고 있다.
김승태는 성공적인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동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신방주는 새빛교회를 다시 나가며 21C광장에 글을 올렸다.
-내가 바라보는 예수
로마기독교는 우리에게 왜곡된 예수님을 전달했다.
이러한 교리적 기독교는 이해 불가능한 언어와 문자주의로 오히려 우리를 그의 가르침에서 멀어지게 한다.
이제 예수님을 교리에서 해방시킴으로써 생명의 충만함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는 그 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분은 온전한 인간성으로 하나님의 의미를 전달 했기에 당시의 제자들은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 계셨다고 외친 것이다.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삶이 죽음을 변화 시킨 것은 인간 예수 안에 펼쳐진 신성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신성은 곧 온전한 인간성이다. –
그의 글에 댓글이 많이 달렸고 어느 시인의 시와 ‘새사도신경’을 방주가 차례로 첨부 하였다.
-오소서 갈릴리의 예수여
2천년 전 갈리리 호숫가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하신 예수여
지금 갈라진 우리 마음에 은혜로 오소서
제자들에게 나보다 더 큰일도 하리라 말씀하신 예수여
지금 우리가 더 큰일을 해야 하니 사랑의 능력으로 오소서
우리는 당신을 언제 잃어버렸습니까
당신을 하나님으로 숭배하고, 유대인을 저주하고, 상대방을 이단이라며 화형에 처하고, 선교와 개종이 비극과 폭력이 되고, 종교가 다르다고 전쟁을 일으킨 때입니까
아니면 당신이 물 위를 걸은 것이 우리의 과학과 충돌하여 더 이상 문자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창세기 신화가 우리는 죄인이고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강요한 때 입니까
이런 일들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우리는 당신을 왜곡하고 매장하여, 이제까지 당신의 부활을 방해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은 사랑의 원천, 생명의 근원, 존재의 근본으로 우리에게 오소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자국이 하나님으로 향하는 당신의 걸음을 따르게 하소서-
-새사도신경-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내가 믿사오며 선한 목자 예수님을 따르오니
이는 병든 자를 고쳐주시고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하시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 하시고 원수를 용서 하셨는데
이를 용서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제자들에게 다시 살아나시어
생명의 확장과 사랑의 충만으로 하나님의 빛을 온 세상에 비추셨나이다
이제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어 내가 부활의 증인이 되는 것과
모든 생명이 서로 통하는 것과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
서로 사랑함으로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클라우디우스 5년 예수님의 제자- 마리아, 수잔나, 도마, 시몬, 빌립
<새사도신경 끝>
소설 새사도신경을 마치고 -
http://www.choiwonyoung.net/bbs/board.php?bo_table=novel&wr_id=115&page=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