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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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6화 ★ 로마에서 만나요

wy 0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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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 오늘 가게에서 너를 찾는 사람이 있었어.

이름이 루고라면서 네가 잘 알 거라고 하더구나. 내일 오전에 또 들른다고.”

, 그럼 내일 오전에는 제가 가게에 나가 있을게요.”

그래. 나는 글로바 선생을 좀 만나고 올게. 그분이 오랜만에 중앙 회관에서 세미나를 며칠 연다네. 

주제가 신의 웃음이라던가너도 언제 한 번 가 보거라.”

, 그럴게요.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 방에 있는 작은 비너스 흉상은 누가 만든 거예요?”

그건 유명한 조각가 리시포스 작품인데, 너 낳기도 전에 내가 엄마에게 선물한 거란다.

엄마가 참 좋아했는데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구나.”

, 그렇군요. 그거 제가 가져도 될까요?”

바라바는 루브리아를 생각하며 물었다.

그래, 어차피 나중에 너에게 줄려고 했다."

 

다음 날 오전 이른 시간에 루고가 가게에 나타났다.

바라바 동지, 잘 있었소? 어제 아버지를 만났는데 인상이 좋으시더군. 물론 아들이 하는 일은 모르시겠지요?”

, 그럼요.”

바라바 동지가 얼마 전에 사무엘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윗선 조직을 좀 파악해 봤나요?”

, 슬며시 물어봤는데 사무엘님도 지도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시간을 좀 더 갖고 알아볼게요.”

, 서두를 필요는 없소. 사무엘이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건 틀림없는데.”

바라바가 지나가는 말투로 질문했다.

대장님도 안녕하시지요?”

그럼요. 얼마 전에 *가이사랴 온천에 일주일간 다녀오셨소

대장님은 로마 원로원 의원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분이 많으신데, 간혹 손님이 오시면 같이 온천에 가시지요.”

바라바는 루브리아가 아버지와 같이 온천에 가는 바람에, 자신의 편지에 답장을 못 한 것을 알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곧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는데, 루고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짓말 같이 루브리아가 가게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마침 계셨네요. 저는 그동안 아빠와 같이 가이사랴 온천에 다녀왔어요

집에 와 보니 편지가 있더군요. 궁금해하실 것 같아 우선 와 봤어요.”

그녀가 반가운 얼굴로 사정을 설명하는데 그렇게 고맙고 예쁠 수가 없었다.

, 그러셨군요. 연락이 없으셔서 걱정도 되고 궁금했습니다. 대장님도 안녕하시지요?”

그럼요. 아직도 웬만한 젊은이와 격투기 시합을 해도 자신 있다고 하시니까요.” 

이 말을 하면서 그녀는 아빠가 바라바와 겨루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맑고 깊은 눈빛, 건강미 넘치는 구리빛 피부를 보면서 참 잘 생기고 늠름한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바라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시군요. 그리고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석청을 오늘 좀 드릴 테니 두 분이 한 번 드셔 보세요.”

어머, 자연산 석청은 상당히 비싸잖아요?”

, 티베트에서 채취한 석청을 인도 상인이 가끔 가져 오는데 그건 비싸고요, 이건 제가 직접 헬몬산에 올라가 채취한 겁니다

하루에 한 번 식후에 티스푼 한 개 분량을 물 한 컵에 타서 드세요. 그리고 드릴 것이 또 있어요.”

바라바는 집에서 가져온 비너스 흉상을 보여 주었다.

어머, 이 흉상은 왠지 따스한 느낌이 드네요.”

, 바로 리시포스가 만든 건데 작지만 좋은 작품입니다

지난번 읽은 서신에서 루브리아님의 어머니가 이 작가의 비너스 조각을 닮으셨다고 해서요‥.실은 저의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작품이에요.”

루브리아는 비너스 흉상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 이렇게 귀한 물건을 저에게‥. 그럼 제 침실에 놓고 매일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고마워서 제가 내일 점심 사 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되실까요?”

, 그럼요.”

대답하는 바라바의 목소리에서 기쁨이 묻어 나왔다.

루브리아가 밖에 대기하고 있는 얼굴이 까만 여자를 시켜 비너스 흉상과 석청을 마차에 싣게 했다.

 

 

다음 날 바라바는 근위대 근처 식당에서 루브리아를 만났다.

미리 나온 마늘빵에 올리브유를 듬뿍 찍어서 먹는 바라바를 보면서 루브리아가 말했다.

시장하셨나봐요. 저도 점심 많이 먹으려고 아침은 안 하고 왔어요. 호호

맛있네요. 많이 먹겠습니다.”

오늘 아침 리시포스의 작은 비너스상을 보니 제 마음이 포근해지더라고요

혹시 리시포스의 기회의 신이라는 작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런 신도 있나요?”

, 리시포스가 만든 기회의 신은 앞머리에 머리카락이 많고 뒤는 대머리이며, 발뒤꿈치와 어깨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요.

이 조각을 본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처음에는 웃다가, 동상 밑에 새겨진 글귀를 보고는 삶의 교훈을 얻게 되지요.”

, 뭐라고 쓰여있나요?”

-너는 누구인가?

-나는 모든 사람의 기회다.

-왜 앞머리에 머리카락이 많지?

-내가 오는 것을 쉽게 잡으라고.

-왜 뒤는 대머리지?

-내가 지나간 후에는 못 잡게 하려고.

-발뒤꿈치와 어깨에 달린 날개는?

-빨리 왔다 빨리 사라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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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청난 의미가.정말 교훈이 되네요

로마에는 신들이 많지요?”

, 하지만 저는 오늘날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신들의 보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럼 로마 군인이 용맹해서 그런가요?”

“호호, 제가 말을 많이 하면 생선 요리가 식겠네요. 드시고 또 말씀드릴게요.”

흰 살 생선은 지금 막 갈릴리 호수에서 잡아 올린 것처럼 싱싱했고, 약간 달고 향긋한 붉은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백포도주를 한 잔 마신 루브리아의 뺨이 약간 붉어져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가까이서 웃을 때 보니 송곳니가 둥그스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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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곧 없어지자 루브리아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까 로마 군대 말씀을 하셨는데, 물론 로마 군대가 막강하긴 하지요

그러나 스파르타의 군대가 더 용맹했지요. 또 우리는 그리스처럼 철학적이고 지혜로운 사람도 많지 않았어요.”

그럼 오늘날의 로마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그건 바로 법이지요. 여러 민족의 다른 문화를, 심지어 여러 다른 신까지 로마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녹여 내어 법으로써 통치를 한 것이지요.”

그렇군요. 여기 유대 땅에서도 헤롯왕을 시켜 로마의 법을 지키게 하는 것처럼요.”

, 맞아요. 로마에서 좀 떨어진 곳은 현지인을 왕으로 봉해서 다스리게 하지요

헤롯왕도 어려서부터 로마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사실은 일종의 인질이에요.”

바라바가 고개를 끄덕였고, 루브리아가 화제를 바꾸었다.

얼마 전 세례 요한이라는 랍비를 헤롯왕이 죽였지요?”

바라바는 들었던 포도주잔을 식탁에 놓았다.

, 사실은 제가 세례 요한 선생님께 세례를 받았어요. 그 석청도 선생님을 드리기 위한 것이었지요.”

“어머, 그러셨군요. 헤롯왕은 이제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제정신이 아니네요

그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아무 죄도 없는 분을 개인적인 비방을 했다고.”

바라바가 궁금한 질문을 했다.

어제 드린 석청은 드셔 보셨나요?”

그럼요. 어제 저녁 먹고 먹었어요. 아빠는 늦게 오셔서 아직 못 드리고요.”

석청이 피부 미용에 좋다고는 하지만, 루브리아님은 피부가 고우시니 피부 때문에 드실 필요는 없을 거예요.”

호호, 그래도 먹으면 더 좋아지겠죠?”

솔직히 저는 아직 루브리아님보다 아름다운 분은 *가버나움에서도, *티베리아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로마에서도 그럴 겁니다.”

호호, 과찬이세요. 로마에는 세계의 예쁜 여자들이 다 모이잖아요. 바라바님은 로마에 가 보신 적이 있나요?”

아직 못 가봤습니다." 

그럼 저하고 나중에 로마에서 같이 한번 만나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바라바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정말이세요? 로마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감사합니다.”

언제 로마에 갈지는 모르지만 우리 그럼 약속해요. 로마에서 꼭 만나기로.”

, 약속합니다. 꼭 가겠습니다.”

 *가버나움 *티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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