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유난히 외로운 아이가 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처럼 보였지만 무엇이 그 아이를 외롭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부모의 지나친 사랑이 아이의 외로움을 덥석 먹어버린 것이 아닐까?
실제로 어른들은 잘 모른다. 어른 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이 외롭다는 것을. 아무리 사랑이 넘쳐흐른다 해도 아이의 외로움을 보지 못하면 그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화초에 물을 자주 주어서 시들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이의 아버지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툭하면 산으로 돌아다녔다. 아이는 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선생님 질문에 나그네라고 답한 적도 있었다.
아이가 오 학년을 마칠 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뺨을 톡톡 치면서 육 학년 올라가서는 수업 빠지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 떠돌기만 하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그런 아이에게 야단만 쳤다. 그때 만약,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었더라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가까스로 중학교를 마친 아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아이는 집을 떠나 합천에 있는 대안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한 달 만에 탈출을 했다. 아니, 탈출이라기보다 도망을 나온 것이었다. 합천에서 순천으로 도망친 아이는 달방살이를 하면서 알바도 하고 동무도 사귀고 그랬다. 그러다가 현실이 힘들어졌는지 순천 역 부근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집에 가고 싶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곳 파출소로부터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돈을 부칠 테니 기차를 탈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경찰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할 수 없이 아버지는 여수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아이가 기차를 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였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또다시 방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