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산 두더지
내 마음 어딘가에 악마가 있어
내가 가는 길마다 헤살부리네
악마를 사랑하지 않은 죄로
난 그만 길을 잃었네
어느 날 두더지 한 마리가
내 마음 악마 앞에 나타나서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네
악마 발에 걷어차인 두더지는
온몸이 부서지고 찢어졌다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두더지는
제 마음을 믿었다네
피투성이 두더지가 다시 일어나
악마를 향해서 달려들었지
하룻강아지가 겁이 없다고
악마는 화를 냈다네
너,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나?
악마는 큰소리로 어흥 했지
그랬더니 두더지 하는 말이,
도대체 너는 누구냐?
깜짝 놀란 악마가 뒷걸음치며
겁 없는 두더지를 노려보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햇살 소리
악마는 물러갔다네
두더지는 말없이 떠났다네
제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네
내 마음에 사랑 하나 심어 놓고
조용히 떠났다네
길 잃고 헤매는 그림자여
이제 다시 일어나 꿈을 지피자
믿음과 사랑의 이름으로
다시 길을 떠나자
두더지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
하지만 제 마음은 볼 수가 있지
나도 내 마음을 믿어보자
나를 사랑해 보자
-「앵무산 두더지」, 2009
https://www.youtube.com/watch?v=-HJoBU9Yt4s&t=2s